[임영호의 자전거 타고 제주 한바퀴] ④ 천천히 본 제주도는 아름다웠다
[임영호의 자전거 타고 제주 한바퀴] ④ 천천히 본 제주도는 아름다웠다
  •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
  • 승인 2015.11.05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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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10. 12. 마지막날, 구좌읍을 거쳐 디시 제주시로

나흘째 되는 날이다. 오늘도 7시 30분에 숙소에서 나왔다. 숙소 바로 옆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주인 부부는 선한 인상으로 아이들이 공부 열심히 하는 것이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아이들이 자기 가문의 영광이 될 것 같다고 말하고 남편을 보면서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벽에는 식당을 칭찬하는 격문이나 자기들이 제주도에 온 의미를 적은 글들이 도배한 것처럼 가득했다. 벽에는 유일하게 사진 한 장이 붙어 있었다. 밑에 쓴 설명을 보니 리퍼트 미 대사 가족이었다. 한국에서 난 아들 이름이 세진이라고 소개했다. 미국의 개방성이 강국을 만드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산포에서 종달포구까지는 바다가 고요했다. 마치 하나의 큰 호수처럼 보였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여 있었다. 한 방울씩 한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졌다. 100미터 달리기 하듯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한참을 가니 어느새 해가 나타나 환하게 비추고 있으며 구름도 멀리 도망갔다.

하도해수욕장까지 가면서 바람이 어떻게 세게 불던지 시속 15km를 넘지 못했다. 간간히 해녀들이 휴식처로 사용했던 불턱이 보였고 바람의 신, 영등 할머님을 맞이하는 제례를 지냈던 굿당이 있었다. 매년 음력 1월 13일에는 영등할멈을 맞이하는 굿을 행한다. 그리고 그 끝에는 쌀로 점을 친다.

별방진에 도착하니 동네 앞에 높은 돌로 된 성이 보였다. 우도에 왜구가 자주 침범했다고 한다. 그 왜구에 대항하기 위하여 조선 중종 1510년에 성을 쌓았다고 한다.

가까이에는 문주란 자생지가 있나 식당 이름에 문주란이란 상호가 보였다. 60년대 70년대에 문주란이란 제주도 출신가수가 있었다. 굵은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이었다.

커피생각이 났다. 마침 바람도 세차서 잠시 쉬었다 갔으면 했다. 세화마을이었다. 풍경이 좋은 곳이다. 이 마을거리에 공작소란 커피숍이 있었다. 주인은 젊은 청년이었다. 그는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노란 국화 화분과 의자 둘, 자전거를 놓고 관광객들에게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게 했다. 푸른색의 바다와 파란 하늘, 노란 국화색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대학을 졸업했다지만 아직 앳된 여성이 셔터를 연속해서 누르고 있었다. 밀양 아가씨였다. 그녀는 버스로 이곳저곳을 다닌다고 했다. 여유롭게 보였다. 우리도 거기서 한 컷 찍었는데 그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구좌읍에 가까이 가자 풍력발전을 하는 아주 큰 바람개비가 보였다. 구좌읍 행운리, 월정리, 김녕리는 유네스코가 세계 자연유산 지역으로 지정했다. 특히 이곳은 태양력 풍력과 같은 친 환경 에너지 연구단지다.

월정해수욕장은 크고 넓었다. 이곳은 원래 월정리가 아니었다. 그 동네 지식인인 한분이 달 밝은 밤에 테우를 타고 바다에 나아가 이 동네를 바라보니 아름다운 반달모양으로 보여 월정이라고 이름 붙여 지금까지 전해 내려온다고 한다.

우리는 동복리에서 회국수를 점심메뉴로 정했다. 회가 들어있는 비빔국수였다. 문어 몇 조각을 안주로 막걸리 한잔씩을 마셨다.

북촌리에서 4.3사건 당시 희생당한 어린아이 시신이 무려 20구가 묻혀 있는 곳을 지나갔다. 제주도 4.3사건은 무장대(?)가 기습하여 국군 2명이 죽음을 당하자, 보복으로 부락민 전체를 죽인데서 발생했다고 한다. 어린아이가 도대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제주시에 들어오기 전 있는 함덕해수욕장은 제법 컸다. 호텔이나 콘도 등 리조트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제주시 근처 삼양리해수욕장은 모래 색깔이 검었다. 특이한 해변이다.

우리는 목포로 가는 배를 타려고 한다. 그 터미널 바로 위에는 사라봉이라는 야산이 있었다. 거기에 제주도 영등굿 중 가장 성대한 칠머리당 영등굿을 하는 곳이 있다. 음력 2월 초하루에 그 신을 환영하는 굿을 하고, 15일에는 본국으로 돌아가는 신을 위한 송별제를 한단다. 제주도는 바람의 신을 최고로 모시는 것 같다. 바람이 풍어와 인간의 생명을 좌우한다고 본다.

등대는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사라봉 코 밑에 등대가 있었다. 그 등대 이름은 1916년생, 산지등대이다.

이제 일정이 다 끝났다. 아무 사고 없이 274km를 마쳤다. 정말 제주도 잘 왔다. 자전거로 천천히 본 제주도는 아름답다. 유채꽃이 필 때 다시 오고 싶다. 그 때는 더 천천히 4박 5일간 머무르며, 제주도의 모든 것들을 사랑하련다.

목포에서 마지막 기차를 타려고 나는 시스타 크루즈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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