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패션 민주화운동, ‘발망XH&M 뻗치기’
[취재수첩] 패션 민주화운동, ‘발망XH&M 뻗치기’
  • 배다솜 기자
  • 승인 2015.11.0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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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솜 기자

[굿모닝충청 배다솜 기자]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옷을 싸게 살 수 있다는 데 싫다는 사람은 없을 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명품은 그저 쇼윈도에 걸린 옷일 뿐이었지만, 최근에는 하이패션을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종종 열린다. 바로 명품 브랜드와 SPA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협업)이다.

지난주 스웨덴 SPA ‘H&M’의 명동점 앞에서 수백명이 노숙을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H&M과 명품 브랜드 ‘발망’과의 콜라보레이션 한정판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몇일 밤을 새며 줄을 섰던 것. H&M 본사 측에서도 한국 고객들의 이례적인 반응에 놀라움을 표했다.

이들이 이른 추위 속에서도 밤을 지새운 이유는 ‘명품’에 대한 열망에 있다. 명품을 갖고자 하는 욕망은 언제나 있었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값비싼 명품 화장품을 따라한 일명 ‘저렴이’가 판을 친다. 저렴이 화장품은 고가의 화장품과 비슷한 발색, 효과를 주는 제품들로, 10분의 1도 안 하는 가격으로 비슷한 메이크업을 할 수 있으니 로드샵의 저렴이 화장품들도 품절사태를 빚는다. 그래도 저렴히 화장품은 ‘짝퉁’에 불과하다.

하지만 콜라보레이션 제품은 다르다. 마케팅부터 디자인까지 명품 그대로다. 해당 브랜드의 디자이너가 참여하며, 메인모델이 입고 유명한 포토그래퍼가 화보를 찍는다. 발망 콜라보레이션은 전담 사진가 마리오 소렌티가 촬영을 맡고, 발망의 모델인 지지 하디드, 켄델 제너 등이 기용됐다. H&M의 컨설턴트는 발망 고객이 2만 달러(약 2200만원)를 쓸 때 느끼는 만족감을 H&M 고객들이 200달러(약 22만원)를 쓰면서 느낄 수 있도록 한다고 비유했다.

이렇다 보니 콜라보레이션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욕은 하늘을 찌른다. 정기적으로 오는 이벤트도 아닐뿐더러 SPA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은 한 브랜드 당 한 번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이 때 만큼은 패션계 종사자는 물론, 평소 조금이라도 패션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은 모두 한정판에 눈독을 들인다.

전 세계의 고객들은 매장 앞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 한정판 제품을 ‘득템(제품을 운 좋게 얻는다)’하곤 했는데, 이번엔 고객들의 기대가 더 뜨거웠다. 발망의 콜라보레이션 제품들의 가격대가 기존 브랜드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고, 디자인과 품질 등은 기존의 제품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콜라보레이션 이벤트를 두고 “자신들도 하이패션을 접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 빈부격차에 따라 계급이 나뉘는 패션계에서 신분제 타파를 도모하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그러니 이들의 노숙은 일종의 패션 민주화 운동인 셈.

이들이 이렇게 하이패션으로 입성한다고 나무랄 사람은 없다. 아쉬운 점은 뒤따르는 ‘리셀러족’들이다. 콜라보레이션 한정판은 출시 당일 1시간도 안 돼 완판됐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바로 그날부터가 2차 판매시작이다. 인터넷 중고장터에 적게는 4배, 많게는 수십배에 이르는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리셀러' 족이 나타난 것. 이번 발망 콜라보레이션은 일부 제품의 경우 기존 발망 제품보다 비싸게 판매되기도 했다.

리셀러족의 물가 책정이 합리적이길 바라며, 더 많은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에서도 패션의 민주화를 도모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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