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정종윤 기자] 불편한 몸을 이끌고 20여 년 초등학교 학생들의 ‘안전 지킴이’ 역할을 자처해 온 60대 ‘교통 할아버지’가 화제다.
대전 대덕구 법1동 주민센터 앞 네거리. 이곳에서는 20여 년을 하루같이 학생들의 등하굣길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류명상(66) 씨를 만날 수 있다. 류 씨는 지체장애 2급의 불편한 몸이지만, 어린 학생들을 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교통봉사를 빼놓지 않는다.
류 씨가 학생들의 교통봉사에 나선 것은 2007년부터. 나라와 사회를 위해 뭔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류 씨는 육군부사관 예비역 상사 출신으로 17년간 군에서 복무했다. 경기도 포천이 고향인 류 씨는 군 전역 후, 충북 충주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IMF로 실패를 맛보고, 사기죄로 피소를 당하면서 뇌출혈로 쓰러졌다. 지체장애 2급 판명을 받게 된 계기다.
류 씨 가족은 쓰러진 그를 다 떠났고 아무도 그를 돌보지 않았다.
정작 오갈 곳이 없던 류 씨를 거 둔 사람은 군 복무 당시 지휘관이었던 이기덕 대령. 이 대령의 도움으로 류 씨는 지난 2007년부터 대전에서의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불편한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무기력함에 빠져들 즈음, 또 그에게 손을 내밀어준 은인들이 있었다. 그가 육군 헌병 상사로 복무 할 때 삼청교육대 감독관으로 파견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만난 교육생들이 그를 알아보고 도움을 준 것.
류 씨는 감독관으로 복무하면서 교육생들이 정신적으로 받았을 고통 때문에, 육체적으로는 힘들게 하지말자는 생각으로 교육생들을 살폈다고 한다. 그 때문이었을까, 류 씨는 대전에서 삼청교육대 출신 교육생들의 도움을 받아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게 됐다.
국민의 세금으로 살아가게 된 류 씨는 그 때부터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 법1동 주민 센터 앞 네거리에서 교통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류 씨는 “처음 경광봉을 들고 교통봉사를 시작했을 때에는 어린 학생들은 물론, 지나가는 사람들도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며 “지금은 손자·손녀같은 어린 학생들이 인사도 먼저하고 사탕 같은 것도 입에다 넣어주고 간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힘들지만 매일 나와 봉사 할 때 살아있음을 느끼고 보람을 느낀다”며 “미약하나마 힘닿는데 까지 봉사를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