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의 잡학사전] 내 몸의 ‘좀벌레’, 어떡하지?
[김근식의 잡학사전] 내 몸의 ‘좀벌레’, 어떡하지?
11-무좀, 그 끈질긴 것에 대하여
  • 김근식
  • 승인 2015.11.23 18: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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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더클래식아카데미 원장 前) 국회의원 보좌관 T.041-565-8004 http://cafe.daum.net/theClassic

[굿모닝충청 김근식 더클래식아카데미 원장] 명태껍질, 쇠비름, 뽕나무잎, 가지잎, 마늘, 식초, 담배, 송진, 돼지기름, 장어, 유황, 백반, 미나리, 지렁이, 소금, 계란, 대추나무잎, 싸리나무, 이끼고사리, 바셀린, 글리세린, 설탕가루, 복숭아잎, 가래나무, 감, 북어기름, 탱자열매, 숯가루, 고래기름, 측백나무기름, 등겨기름, 화약가루, 알로에... 이 많은 물질들의 공통점은 다름 아니라 무좀에 특효가 있다는 민간요법에 동원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물질들이 무좀 치료에 동원된 것은 무좀의 고통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과 더불어 그 치료 또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무언가 불안하여 가만히 제 자리에 있지 못함을 일컬어 ‘좀이 쑤신다’고 하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좀’은 다름 아닌 ‘좀벌레’를 뜻한다.

학술적으로는 곰팡이균이 피부 각질층에 침입해 기생함으로써 생기는 피부병을 일컫는 무좀의 어원은 무엇일까. 무좀의 어원을 `물+좀`에서 비롯된 말로 보아 물이 있어 습한 곳에 잘 생기는 좀벌레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으나 무좀균이 반드시 습한 곳에서만 서식하는 것이 아니고 ‘마른 무좀’도 있으니 다소 미흡한 해석이다.

그래서 좀 앞의 ‘무’를 ‘물’이 아니라 더 강한 것을 뜻하는 접두어로 해석하는 견해가 있으니 ‘무쇠’, ‘무더위’등에 붙는 ‘무’와 동일한 접두어라는 것이다. 한번 몸에 붙으면 좀처럼 떨어져나가지 않는 지긋지긋한 무좀을 생각하면 후자의 해석이 더 맞는 듯하다.

영어로는 무좀을 athlete's foot이라 하는데 직역하면 ‘운동선수의 발’이 된다. 운동선수와 무좀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레슬링이나 유도 등 신체 접촉이 많은 격렬한 경기 후에 주로 얼굴 주위에 감염되는 무좀이 있으니 이를 ‘투사무좀’이라 하는데 학술적으로 규명된 것이 불과 몇 십 년 전의 일이니 인류는 이미 ‘톤슈런스’라는 생소한 이름이 붙여진 원인균의 존재를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한자어로는 한포상백선(汗疱狀白癬)이라고 하는데 한자구성으로 보아 ‘땀(汗)’과 ‘물집(疱)’이 관련된 것임을 알 수 있으며 우리가 ‘좀’이라고 부르는 무좀벌레가 바로 곰팡이의 일종인 백선(白癬)균이니 부르기는 좀 어려워도 정확한 표현이라 하겠다.

주로 발에 많이 나타나는 무좀은 따뜻하고 촉촉한 곳이면 어디서나 생길 수 있어 발톱, 손톱, 옆구리, 사타구니 주변은 물론 비만인 사람의 경우 살이 겹쳐지는 곳(목이나 배)이면 어디서든 발병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무좀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는데 물집이 생기는 수포형, 발가락과 발가락 사이에 생기는 지간형, 그리고 무좀부위가 비늘 모양이 되는 각질형 등이 그것이다.

수포형 무좀은 물집과 고름집이 생기면서 가려움증과 통증을 동반하며 지간형 무좀은 주로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발가락 사이에 많이 발생하는데 발가락 사이가 허옇게 변하면서 허물이 벗겨지고 갈라진다. 심한 냄새와 더불어 발이 붓고 통증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른 무좀이라고도 부르는 각질형 무좀은 발바닥에 두꺼운 껍질을 형성해 허물이 벗겨지고 갈라지며 심한 통증을 유발하고 증세가 심해지면 발바닥 전체가 뻣뻣해진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발톱과 손톱에 생겨 손발톱을 회백색으로 탁하게 만들고 두터워지게 하며 손발톱 끝이 미세하게 떨어져 나가게 하는 녀석이 있는데 이를 ‘조갑백선’이라 한다. 가려움증을 동반함은 물론이고 염증이 생길 경우 림프관으로 퍼져 팔과 다리에 붉은 줄이 생기게 되고 겨드랑이나 사타구니가 붓고 아프고 열이 나게도 하는 조갑백선이야말로 무좀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무무좀’이라고 불러야 하겠다.

빙초산을 섞은 소주, 목초액, 소다수 같은 독한 액체에 발을 담그는 민간요법은 그 날 하루 화끈한 통증과 더불어 각질이 들고 일어나는 시각적 쾌감(?)으로 무좀균을 일거에 퇴치시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나 심할 경우 자극성 접촉 피부염과 화상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절대 금물이다.

그러나 ‘무좀에는 백약이 무효’라는 사람들의 말에 지레 치료를 포기하면 온몸에 무좀균을 확산시키고 온 가족에게 무좀을 전파시킬 수 있으니 이 또한 금물이다.

모든 질병에는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한 법... 발을 깨끗이 씻고 발가락 사이를 잘 닦아라, 목욕탕과 수영장 등 다중이용시설의 슬리퍼나 발수건을 피하라, 너무 꽉 끼는 신발을 신지 말라, 사무실에서는 구두를 벗고 샌들을 신어라, 신발은 두 켤레 이상을 번갈아 신고 잘 말려라. 신지 않는 신발은 포르말린 등 소독제로 싸서 보관하라, 땀을 잘 흡수하는 면양말을 신되 매일 갈아 신으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생활수칙을 지키는 것이 무좀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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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기 2016-01-21 09:26:08
무좀이 서양에서는 영어로 Athelete's foot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Soldier's foot으로 불러도 될 것 같아요.... 적어도 남자의 경우에는. 100km, 200km 행군때 전투화속의 발가락은 가려워서 거의 미칠 지경인데, 당장 어떻게 해볼 도리는 없고, 오죽하면 소총 개머리판으로 전투롸를 쾅쾅 내려쳤을까. 그 괴로움은 정말 당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를겁니다. 지금은 추억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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