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를 적시는 황혼 속에서 자유를 깨우다
대지를 적시는 황혼 속에서 자유를 깨우다
  • 강용운
  • 승인 2012.07.11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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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간 중국의 식민지수십년간 전쟁 시련…

내일을 기약 못하는 삶 속 남은 건 생존 투쟁

경제개방정책 실행 후 관광산업 급성장했지만
 
내면의 평물질보다 귀한 인심 잃지 않았으면

1960년대 베트남은 세계의 중심이었다. 이념 대결의 장이었고 제국주의와 제3세계간의 전장이었고 전쟁과 평화의 논리가 팽팽하게 힘을 겨루고 전쟁세대와 전후 베이붐 세대간의 갈등의 화두였다.

그리고 미국이 인도차이나에서 손을 땜으로서 베트남은 승리하였고 이후 캄보디아, 중국과의 전쟁을 치루고서야 비로소 가려린 허리를 지탱하던 땅에 평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갔다. 애써 지우려는 기억인 것처럼….

하얀 아오자이를 입은 가녀린 소녀의 청순함. 린 당 팜을 찾아 베트남으로 향한 것이 9년 전. 1993년 베트남은 경제개방정책이 진행된 지 한참 지난 때였다. 그 영향으로 무비자로 베트남 입국이 가능했으니 가녀린 몸의 내면에 불타오르는 혁명정신을 품고 있던 그 소녀를 찾는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얼굴은 마스크로 온몸을 옷으로 감싼 ‘신종’ 아오자이 차림의 여성들이 스쿠터를 타고 거리를 누비는 광경이 내가 접한 현실 베트남이었다. 베트남의 도로에는 스쿠터가 넘쳐난다. 수 십년간의 전쟁을 이겨낸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 세방을 살아도 차는 좋을걸 끌어야하는 한국인의 체면을 중시하는 사고와는 다른 실용과 합리주의가 자리하는 것이다.

남중국해를 따라 길게 뻗은 가녀린 허리의 국토를 가진 베트남은 1,000년이 넘는 중국의 식민지배의 영향으로 중국과 한자문화가 깊게 자리한 나라다. 중월전쟁으로 차이나타운이 없어지고 화교들이 국외로 추방되었지만 개방정책 이후 떠났던 중국인들이 돌아오고 있으며 최대의 재래시장인 쩌런은 차이나타운이라는 옛 이름으로 다시 불리기 시작했다.

프랑스 식민지배 때 뜻글자인 한자와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베트남어의 현실을 참다 못한 선교사가 로마자 알파벳을 활용한 쿼크구[國語]를 사용하여 현재는 공식 베트남 문자로 사용하고 있다.
 
설날을 앞둔 거리에는 붓글씨로 만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휘장을 만들어주는 노점이 성행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자가 아닌 알파벳 글씨가 씌여있다. ‘붓으로 이렇게도 가능하구나’ 감탄이 절로난다. 인도차이나라는 말이 뜻하듯 끼인 나라이기도 하지만 받은 영향을 나름에 소화법으로 나름에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오랫동안 식민지배를 견뎌내고 독립을 쟁취한 힘 아닌가싶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국토로 지역간 인종적 문화적 차이가 크다. 통일된 이후 남베트남의 수도였던 사이공은 호치민시로 바뀌었지만 아직도 사이공이라는 문구는 간판 등에서 어렵지않게 볼 수 있다. 이는 아직도 정신적으로 통일을 이루지 못한 남부인들의 저항의식의 우회적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호치민은 베트남 제1의 도시다.
 
사회주의 하에서는 그 힘이 미약하다하지만 구호로만 사회주의인 현실 자본주의인 베트남에서의 힘은 종전 이전의 지위를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자본은 절대 인간적일 수 없다. 짙은 화장의 여인들이 머리 위로 어깨 하나가 더 있는 백인의 손을 잡고 거니는 모습을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간판만 마사지집이지 그 안에선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한 매춘업이 성행한다. 여행자 거리인 데탐거리는 미성년자를 데리고 거닐기에는 민망한 모습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손에 쥔 휴대폰을 낚아채고 사진을 찍는 카메라마저 오토바이로 날치기를 해간다. 일당 독재국가에서 치안이 불안하다는 것은 공권력이 부패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그들이 타도했던 대상이 되어가고 있슴을 말해주는 것이다.
 
오랜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살아남은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 응우엔 왕조의 왕국이 옛 영광을 떠올리기엔 을씨년스럽게 남은 훼. 나의 시선을 잡은 것은 화려한 왕궁이 아닌 하늘 높은줄 모르고 높게 솟은 황성깃발이었다. 해뜰 무렵 해질 무렵 왕궁으로 향하는 다리에 올라 여명을 즐겨보라 강을 거슬러 오르내리는 배동력의 파문이 멀리멀리 퍼진다.
 
수 천의 섬이 끝없이 펼쳐진 하롱베이는 그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황홀경에 빠져든다. 바쁘게 갔다 서둘러 돌아오는 하루일정보다는 배에서 하룻밤을 자는 일박 일정으로 여행하길 추천한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해가 뜨는 새벽 바다에 몸을 던져보자. 벌거벗고 뛰어든다한들 누가 뭐라하랴.
 
베트남은 경제개방정책을 실행한 이후 세계에서 관광산업이 가장 급속하게 성장하는 나라다. 여행인프라가 잘되어있거나 사람들의 서비스가 좋아서 그런것은 당연히 아니다. 오랫동안 닫았던 문을 여니 자연스레 관광객이 찾는 일시적인 현상이라 본다. 수십년간의 전쟁 속에서 관광자원이랄 것은 대부분 파괴되었고 그나마 내놓는 것은 옹색하다. 치안은 불안하고 불친절은 공무원이나 시민이나 매일반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변한 것은 인심이다.
 
개방정책으로 살림살이가 조금 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댓가는 너무도 뼈아프고 돌이키기는 더더욱 힘겹다. 물질보다 중요한 것을 잃지 않는 베트남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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