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는 아침] 첫눈
[詩읽는 아침] 첫눈
  • 김영수
  • 승인 2015.12.01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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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 이정하 作

아무도 없는 뒤를 자꾸만 쳐다보는 것은
혹시나 네가 거기 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너는 아무데도 없었다

낙엽이 질 때쯤 나는 너를 잊고 있었다
색 바랜 사진처럼 까맣게 너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지금, 소복소복 내리는 눈처럼
너의 생각이 싸아하니 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그토록 못 잊어 하다가
거짓말처럼 너를 잊고 있었는데
첫눈이 내린 지금,

자꾸만 휑하니 비어 오는 내 마음에
함박눈이 쌓이듯 네가 쌓이고 있었다

 

▲ 김영수13-14 국제로타리 3680지구 사무총장

[굿모닝충청 김영수 13-14 국제로타리 3680지구 사무총장]“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落木寒天) 찬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어/ 은 세계가 되고 보면은 월백설백(月白雪白) 천지백(天地白)허니/ 모두가 백발이 벗이로구나/ 무정 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판소리를 부르기 전 목청을 가다듬기 위해 부르는 짧은 노래인 단가(短歌)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사철가’ 중 일부입니다. 사철가는 인생을 춘하추동 사계절 자연의 변화에 생로병사를 실은 우리에게 익은 민족의 노래입니다.

첫눈이 내렸습니다. 더불어 동(冬)장군도 성큼 다가와 지난날 따사했던 가을을 아주 멀리 밀어 내버렸습니다. 그렇게 푸르름을 뽐내던 창밖의 감나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잎파랑이를 덜어내고, 결실을 자랑하듯 휘청, 가지를 젖힌 채 누런 열매를 보라는 듯이 달고 있더니 그만 첫눈을 뒤집어쓰더니 안쓰럽게 하얀 색으로 물들어 버렸습니다.

“인생이 모두가 백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 산 인생 아차 한 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사철가’ 뿐 아니라 ‘아리랑’에서도 “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아무렴 그렇지 말고 한 오백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 하고 자연의 순리대로 살자며 애석해 하지 말라고 조상들의 가르침입니다. 그렇게도 애써 살아왔지만 첫눈 뿌리는 날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며 “대도무문(大道無門)”을 외치던 YS 전 대통령도 흙속으로 향했습니다.

호사가(好事家)들은 DJ와 YS의 장례식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통계를 들어가며 따지는가 하면, 능청맞게 자기가 양아들이라고 자처하는 상주로서 문상객을 받는 가하면, 여야(與野)는 자기 당에 유리하도록 민주(民主)의 뿌리의 근원을 자가당착으로 옮겨가면서 전혀 국민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의식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정치가는 철판을 깔아야 된다고 하지만 철새처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기를 태연하게 하면서도 카메라 앞에 한 번 더 얼굴을 비추고자 애써하는 모습들이 더욱더 혐오감을 갖게 만듭니다. 하기야 장례식이란 죽은 자를 위한 것이 아니고 산자들을 위한 예식이지만 말입니다. 

중국의 작은 거인으로 오늘의 중국이 있기까지 초석이 된 등소평(鄧小平)은 그의 유언에 따라 각막과 장기 일부는 해부학 연구용으로 기증되고 화장된 그의 뼛가루는 비행기에 실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오색 꽃잎과 함께 뿌려졌다는 사실에는 모두 들 꼭 입 다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직대통령들이 마땅히 그만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땅 덩어리 작은 나라에서, 힘없고 가난한 서민들처럼 한 줌의 재로 이 나라 이 강토에 뿌려달라고 한다면, 전 국민들은 오랫동안 고인의 염원을 기억하고 후대에도 살아있는 역사로 공부할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꼭 저 혼자만의 다른 생각인지 생각해 봅니다.  

무엇이든 반대하면 애국자가 아닌 사람으로 낙인을 찍는 이상한 나라에 사는 우리는 “아니오”는 어디로 가고, “예”가 당연하다고 꿈적하지도 않습니다. 고인의 유훈을 각인해야 한다면서 큰소리치면서도 돌아서면 금방 꼬리 내리고 마는, 이 땅의 각계 지도자라 자칭하는 사람들은, 이제 김장하는 곳에서, 연탄 나르는 골목에서 기자들을 수 없이 불러댈 것입니다. 따라서 지하도 계단에서 음료수 박스를 앞에 두고 푹 고개 숙인 사람들은 서둘러 따뜻한 곳을 찾아 어디론가 나서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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