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마다 문화·예술인들의 살아있는 혼을 느끼다
골목마다 문화·예술인들의 살아있는 혼을 느끼다
대전 특화거리를 가다 ⑮ 중구 대흥동 문화예술거리
  • 김형철 기자
  • 승인 2012.12.05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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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동 문화예술거리에 오면 깔끔하게 재정비된 보도블록과 간판들은 물론 오래된 건물들도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또한 따뜻했던 봄이나 가을, 뜨거웠던 여름에 온 사람들이라면 문화·예술가들의 살아있는 예술혼을 자주 접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화구가 모여 있는 화방이나 화랑하면 떠오르는 이곳 대흥동 문화예술거리. 차가운 겨울에 접어든 현재 고뇌와 열정을 발산할 시간을 기다리며 잠시 움츠리고 있을 듯한 예술가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지난주 이곳을 찾았다.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은행동까지 2㎞ 남짓 한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다. 특히 현대갤러리, 아담하게 지어진 이공갤러리, 우연갤러리, 이안갤러리 등이 있으며, 여기에 전통찻집과 화방, 필방, 공방, 한지집, 표구사 등 예술관련 시설들 70여 곳이 모여 있어 서울 인사동처럼 문화예술의 보물창고와도 같다.

한 화방주인의 말에 의하면 이곳에는 약 150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있단다. 특히 80여년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거리라서 전국에서 열정으로 똘똘뭉친 예술인들이 상시공연도 펼친다고.
아무튼 중구청 정문 맞은 편 골목을 기점으로 걷기 시작하니 좌우 골목에 화구를 판매하는 화방과 필방, 한지전문점 그리고 표구점들이 늘어서 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재료 판매점에 들르면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선물하기 좋은 수제 문구들을 구경할 수 있다.

이곳에서 32년간 표구사를 운영한 배원갑(58)씨의 말에 의하면 “1980년대만 하더라도 표구사가 3-4곳 뿐이 없었지만 문화·예술업종이 몰려있고 역사가 깊다보니 외곽지역에서 하나 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며 “특히 5년 전 지자체에서 문화·예술 육성을 위해 개인당 1년간 100만원을 지원하다보니 화가 등 가난한 예술가들이 이곳으로 많이 모였다”고 말했다.

가톨릭문화회관 쪽으로 계속 직진하다 보니 우리들 공원이 좌측으로 넓게 자리하고 있다. 우리들 공원에는 상시 공연할 수 있도록 무대가 설치돼 있다. 우측 골목으로 접어들면 ‘쌍리 갤러리’와 ‘스페이스 씨’ 그리고 ‘덕린 갤러리’가 보인다. ‘쌍리갤러리’는 커피전문점과 함께 있어 전시장에 들어서면 향긋한 커피 향과 함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스페이스 씨’는 일반 가정주택 2층을 개조한 건물이라 갤러리 공간을 독특하게 연출하고 있다. 좁은 골목을 빠져나와 우측으로 돌아서면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의 독특한 정취가 눈길을 끄는 ‘대전갤러리’가 보인다.

또 대전여자중학교 담장을 쭉 따라가면 ‘이공갤러리’가 자리하고 있다. 이어 지하도를 통해 큰 길을 건너면 대흥동의 갤러리들 중 가장 현대적인 건물 처럼 보이는 ‘이안’ 갤러리가 있으며, 작은 도로 건너편엔 시립미술관에서 운영하는 ‘창작센터’가 있다.
다시 보문로에서 은행동 방향으로 300여m 들어가면 2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흰색 3층 건물인 현대갤러리도 볼 수 있다.

대흥동 문화예술거리에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문화의 향기가 넘실거린다. 찾아간 시간이 추운 겨울에 평일 낮이라 그런지 눈에 띄는 예술인들을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몇몇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해가 지고 밤이 깊어지면 예술가들이 선술집에서 모여 고뇌와 열정과 감동의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고.

한 지역 예술가는 “문화·예술은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여유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인데 요즘 워낙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가난하지만 열정을 갖고 일해 온 동료 예술인들이 하나 둘 떠나는 모습이 보여 가슴이 아프다”며 “지자체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영화를 되살리고 그 토대 위에 새로운 문화예술 인프라가 하루빨리 구축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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