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병맛(병신같은 재미)’에 빠지고 ‘B급 상품’에 열광
[신년특집] ‘병맛(병신같은 재미)’에 빠지고 ‘B급 상품’에 열광
새해 소비시장 트렌드
  • 배다솜 기자
  • 승인 2016.01.04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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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배다솜 기자] 원숭이의 해인 2016년, 경기침체와 사회 전반에 깔린 불신 등 위기는 여전하다. 메르스 등 계속되는 사건사고에 대한 트라우마와 몇 년 째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 등이 소비시장을 억압하고 있다.

하지만 극복의 가능성은 있다. 원숭이처럼 재빠르고 영특하게 위기를 극복하고 대비할 새로운 트렌드는 무엇일까? ‘트렌드코리아 2016’, ‘2016 대한민국트렌드’, ‘라이프트렌드 2016’ 등 2016년 트렌드 서적을 비교 분석해 내년에 새롭게 부상할 핫 트렌드를 꼽아본다.
 

불량인 듯 아닌 듯, B급 상품이 뜬다
현재 세대는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도 소비자 주는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다. 안 먹고, 안 쓰고, 안 입고 버티는 것은 겪어본 적 없는 보릿고개 시절 이야기일 뿐. 물질의 풍요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태어난 최근의 소비자들은 소비를 하되, 보다 작은 것에서 명품을 찾는다. 가방이나 옷 등 큰돈을 들이는 명품이 아니더라도 디저트나 식음료 등 확대된 의미에서의 ‘좋은 것’을 찾는다.

이러한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게 바로 ‘B급 상품’. 제품의 품질에는 큰 하자가 없지만 정상적인 유통이 불가능한 상품을 말한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너그러워 지면서 일명 ‘떠리 제품’만 취급하는 쇼핑몰도 생겨났다. 최대 7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제품 포장에 하자가 있는 제품들을 판매한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낙과 또는 출하 과정에서 상품 가치가 떨어진 농산물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패피(패션에 관심있는 피플)들도 더 이상 B급을 지양하지 않는다. 명품 브랜드의 일반 세일기간이 아닌 샘플 세일기간을 공략, 광고나 전시 등에 쓰였던 제품이나 제조 과정에서 작은 흠집 또는 색감의 차이가 발생한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한다.
 

‘집구석·방구석’이 힐링공간이 되다
경제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고 정서적 위안을 얻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집으로 회귀하고 있다. 집에서 요리를 해먹고 취미생활도 즐기고 집 꾸미에서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실현하고자 한다.

우선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즐기기 위해서는 집이라는 공간이 근사해질 필요가 있다. 최근 홈 인테리어 시장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 적은 비용으로 집을 꾸밀 수 있는 셀프 인테리어의 인기가 눈에 띄고 디퓨저나 무드등 등 홈&데코레이션 브랜드이 괄목한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공들여 가꾼 집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그냥 혼자서 논다. 카페에 가는 것보다 카페처럼 꾸민 집에서 손수 내린 커피를 마신다. 서점가에서도 ‘혼자’는 확고한 베스트 키워드로 등극, 혼자를 테마로 한 책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혼자 놀기를 도와주는 제품들도 인기다. 성인용 색칠공부 책인 컬러링북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고, 방향제나 향초 등 실내 소품을 직접 만드는 활동도 새로운 취미의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크기가 작은 블록 장난감인 나노블록도 키덜트족(어른이지만 아이같은 취미생활을 유지하는 사람들)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야외활동인 캠핑도 집 안으로 들어와 거실에 텐트를 설치하고 야외용 랜턴을 키는 등의 ‘홈 캠핑’도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브랜드 지고 가성비 뜬다
올해 샤넬과 구찌가 유례없는 세일행사를 진행해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명품은 브랜드 하나만으로 구매력을 이끌어내는 제품들로, 1997년의 IMF나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 때도 매출은 건재했고 세일은 남일이었다. 올해의 명품세일은 단지 불경기 때문이 아닌 ‘브랜드’ 자체에 대한 위기로 볼 수 있다.
 

브랜드 제품과 비 브랜드 제품의 기술력과 소재 등의 차이가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은 가성비가 좋은 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샤오미’의 가장 큰 파워는 가격경쟁력이었다. 애플과 삼성 못지않은 기술력과 디자인을 갖췄지만 반값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국내시장도 마찬가지. 휴대폰 시장에 ‘루나폰’과 같은 중저가 신제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되며 인기를 몰 것으로 예상되고 저비용 항공사도 노선을 확장하며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의 자체 브랜드 상품인 PB도 시장이 더욱 넓어지겠다. 도시락 세트와 과자 등이 점차 진화해 최고보다 최선을 찾는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식의 홍수 속 체계적 육아열풍
최근 젊은 부모들의 치밀하고 과학적인 ‘체계적 육아’ 열풍이 심상치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똘똘 뭉쳐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소비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간혹 과도하고 지나친 모습으로 ‘맘충’(엄마와 벌레의 합성어)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선, 예전의 태교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 좋은 것을 먹고 보는 것이었다면, 최근엔 태교부터 육아의 본격 시작이다. 베이비와 허니문의 합성어인 ‘베이비문’이 등장, 태교 여행 패키지 상품이 늘고 있고 태아보험도 출시됐다. 산모들의 초산 연령이 높아진 것이 한몫했다.

엄마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육아의 ‘정답’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엄마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각종 상황의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고 있고, 많은 엄마들이 찾는 제품에 ‘국민’을 붙여 공유한다. 이렇다보니 육아와 관련된 앱도 인기다. 기저귀 교환 시기를 알려주는 앱이나 아기 똥 사진으로 건강상태를 분석할 수 있는 앱 등 스마트폰 앱 시장에서도 육아 영역을 지속적으로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만을 위한 맞춤 상품이 대세
‘취향저격’. 내 취향에 딱 맞는 제품이나 음악, 장소 등을 이르는 신조어다. 최근 소비자들의 취향이 세분화되고 이를 만족시키려는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사람들은 이제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아이템을 선택한다.

맞춤정장을 만드는 테일러숍에서는 신체 사이즈를 측정하기 전 상담을 진행, 직업과 생활습관까지 반영하고 있고, 구두숍에서는 성격도 반영해 맞춤 구두를 제작한다.

단일화된 메뉴로 빠른 서비스를 지향했던 패스트푸드 업계도 다양해진 소비자들의 취향저격에 나섰다. 맥도날드는 직접 패티와 야채 등을 선택해 만드는 시그니처 버거를 출시했다. 기존 제품보다 두 배 가량 비싼 가격에도 놀라운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커스터마이징 트렌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이나 애플 등 주요 브랜드의 스마트폰이 아닌 약소 브랜드의 특이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개성이나 돋보이는 매력이 된 것이다. 노키아폰이나 블랙베리폰이 대표적이다.

남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추세가 이어지며 편집숍도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편집숍이 유통업계의 대세로 자리 잡은 지는 오래지만 최근에는 의류나 신발 등을 넘어 가구, 인테리어 소품, 음식, 디저트 등으로 카테고리가 확장되고 있다.
 

잘 나가는 웹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
죽어가는 만화 시장의 마지막 돌파구쯤으로 생각됐던 웹툰이 콘텐츠 확장의 지름길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미생과 치즈인더트랩, 등 영화화와 드라마화 한 웹툰을 찾기가 쉬워졌다. 앞으로도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 제작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렌드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웹툰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전국의 19~59세 성인남녀 1000명 중 8명이 웹툰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의 36%는 자주 본다고 답했고, 대부분 2~30대 였다. 이쯤 되면 2~30대 중 웹툰을 안 보는 사람이 이상할 정도다.

잘 구성된 웰메이드 작품은 단행본으로도 경쟁력이 있다. 실제 구입 경험은 낮은 수준이지만 점차 상승하고 있고, 좋아하는 웹툰이 책으로 나오면 소장하겠다는 응답은 10명 중 7명에 달했다.

웹툰은 스토리텔링이라는 무기로 마케팅과 캠페인에 강력한 힘을 가진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보이던 PPL(의도적으로 제품을 노출해 광고효과를 도모)이 웹툰에서도 보이기 시작했고, 작가와 협업해 기업 이미지를 좋게 하는 작품이 제작되거나 국민건강보험을 들고 싶게끔 하는 캠페인 작품도 제작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웹툰의 영역이 점차 넓어질 것으로 예상돼 웹툰의 힘도 지속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집 밖에서 ‘집밥’을 찾다
음식을 먹는 방송인 먹방과 요리하는 방송 쿡방이 인기를 끈 지는 꽤 됐다. 요리를 권하는 시대지만 정작 요리할 시간과 비용이 없는 사람들은 이제 집 밖에서 ‘집밥’을 찾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집밥은 단순히 집에서 먹는 밥이 아닌 ‘엄마가 해준 따뜻한 밥’, 즉 정성과 따뜻함의 의미를 담고 있다. 1인 가정이 늘어나면서 마음이 쓸쓸한 사람들이 집밥을 찾으며 마음에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있다고 가정해 볼 수 있겠다.

한식뷔페의 인기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웰빙트렌드와 맞물려 집에서 먹을 법한 평범하지만 쉽게 먹을 수 없는 한식이 부상하고 있다.

도시락의 진화와 열풍도 같은 개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이 도시락을 손수 싸서 다니기보다 편의점에서 구매하거나 배달해 먹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은 과거에 비해 맛과 양이 개선되면서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출시된 혜리도시락과 혜자도시락, 백종원도시락 등은 단기간에 놀랄 만한 매출을 보이며 한식과 집밥에 대한 열망을 반증했다.
 

‘나 혼자 다 한다’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올해 ‘마이리틀텔레비전’, ‘아프리카tv’, ‘V앱’ 등 1인 미디어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이제 1인 미디어는 공중파 TV나 거대 이동통신사를 비롯한 주류 네트워크에도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제품기획이나 마케팅에서의 활용도 늘고 있다. 내년에도 1인 미디어의 산업적 확산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백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한 달 수입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 인기 창작자들도 생겨나자 1인 창작자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는 소속사 개념의 MCN 사업도 등장, 개인 창작자에게 촬영 스튜디오와 방송 장비 등을 지원해주고 광고 수익을 나누고 있다. MCN의 파워가 커질수록 1인 방송의 파급력도 커질 전망이다.

기존 1인 창작자들이 자신의 방송에 광고를 덧붙여 수익을 내는 것이 전부였다면, 최근에는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랑콤이 인기 유투버 미셸판과 함께 코스메틱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CJ제일제당이 대도서관과 ‘햇반컵밥’을 출시한 게 예다.

1인 창작자들이 출시된 기존 제품을 홍보하는 것을 넘어 자신들을 브랜드화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MCN 트레저헌터는 인기 창작자들의 취향과 개성을 담은 럭키 박스 등도 출시했다. 내년에도 1인 창작자들의 영역은 끝없이 확장될 전망이다.

더 이상 숨길 필요 없는 ‘원초적 본능’
자극적인 것이 주목받고 있다. 수년간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사회적 좌절이 소비자들의 역치를 올리고 있다. 드라마보다 눈물 겹고 소설보다 초현실적인 현실에서 말초적이고 적나라한 자극에 반응한다.

세련된 A급보다 촌스러운 B급이 시선을 끌고, 자신을 망가뜨리는 적나라한 솔직함에 공감하는 등 사람들은 잔인하고 유지하고 솔직한 것들을 적나라하게 추구하며 힘든 현실을 돌파해 가고 있다.

‘병맛’(병신 같은 재미)의 매력도 같은 맥락. 인기와 외모는 더 이상 비례하지 않는다. 매번 자신이 망가지는 분장을 보여주는 박나래와 유치함과 과장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김영철이 눈에 띈다. 기업들도 촌스러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김보성과 강균성을 모델로 채용, 부담 없는 경쾌함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비상식적인 부조화도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가장 빠르게 트렌드를 보여준 게 먹거리 시장. 떡볶이와 화덕피자를 함께 팔거나 짬뽕과 시카고피자를 함께 판매하는 등 상식 밖의 두 가지 메뉴가 공존하는 식당이 북적이고 있다.

고상함보다는 경박함에, 조화보다는 부조화에, 현실을 미화하지 않는 솔직함에, 하드코어적인 잔인함에 대한 열광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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