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배려=인간다움, 아름다움
[특별기고] 배려=인간다움, 아름다움
  •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
  • 승인 2016.01.04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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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 이때쯤 밖은 찬바람이 쌩쌩 불어 추워도 거리의 성탄절 캐럴처럼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단편소설이 생각난다. 구리 요헤이(栗良平)의 ‘우동 한 그릇’이다.

섣달 그믐날, 일본 우동집 ‘북해정’의 문을 막 닫으려고 하는 순간 허름한 중년 부인이 두 사내아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들은 아주 조심스럽게 우동 1인분을 시켰다. 돈이 없어서 한 그릇밖에 시키지 못하는 이들 모자를 위해 가게주인은 손님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몰래 1인분을 더 넣었다.

그들은 아주 맛있게 먹고 즐겁게 애기하다 돌아갔다. 들어보니 그 가족은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큰 교통사고로 엄청난 빚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그 빚을 갚기 위하여 공장에 다니고, 큰 아이는 아침마다 신문배달을 하고, 작은 아이는 엄마의 가정 일을 도와주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일 년 뒤 같은 날 같은 시각에 그들이 다시 왔고, 여전히 우동 1인분만 시켰다. 그때도 주인은 그들이 불편하지 않게 우동 1인분에다 1인분을 더 넣었다. 그들은 또 맛있게 먹고 갔다. 또 그 다음 해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이번에는 우동 집주인이 그들을 기다렸다. 그리고 2번 식탁을 비워 놓았다. 14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들은 힘들게 노력하여 빚을 다 갚고 그 형제는 각자 성공하여 어머니를 모시고 섣달 그믐날 ‘북해정’을 다시 찾아 우동 3인 분을 시킨다. 해피엔딩이다.

여기서 우리를 따뜻하게 한 것은 ‘북해정’ 주인의 배려심이다. 배려란 남이 요구하는 것, 바라는 것을 미리 생각해서 남을 편하게 해주는 이기심 없는 관심이다. 남의 감정을 다치지 않고 남의 근심을 덜어 주거나 없애 주려는 것이다. 배려는 사람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말 못하는 짐승에게도 하는 것이다.

고은 시인의 짧은 시에 이런 게 있다.

“길 한복판 / 개 두 녀석이 붙어 있다. 나는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이 시를 읽고 초등학교시절 내가 했던 짓궂은 행동에 대하여 참으로 후회했다. 내가 참 나쁜 놈이라고….

사실 학교에서의 좋은 성적과 높은 지능지수가 인생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성공의 80% 정도는 전혀 다른 요인들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어쩌면 사람과의 관계이다. 바로 감성능력이다.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지혜롭게 다룰 줄 아는 능력이다.

감성능력을 십분 하여 세계적인 문학 작품을 남긴 사람이 셰익스피어이다.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라고 말할 정도로 40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작품은 사랑을 받는다. 그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을 봐도 그렇다. 서로 원수 집안의 자녀가 사랑한다는 갈등구조는 사람들에게 가슴 졸이며 보게 하는 힘이 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독백으로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도 그렇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이성을 가지고 있다지만 인간이 이성의 갈등 속에서 결국 선택하는 것은 짐승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공감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게 행동할 기회가 날마다 많아도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마디로 나만 아는 이기적인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친구도 잘 사귈 수 있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가질 수도 있고, 삶의 만족도 느낄 수 있다.

미국인들은 “Is it delicious?” 라는 표현을 않는다. “맛있습니까?” 라는 물음으로 상대의 취향을 물을 때 delicious 처럼 자기가 단정하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상대방의 의견을 배려하는 뜻에서 “~~은 어떻습니까?”라는 “How do you like?” 라는 표현을 쓴다. 배려심 있는 시민이 많을수록 선진국이다.

사람은 누구나 기쁨을 좋아하고 슬픔을 싫어한다. 그런데 서정시인 정호승은 슬픔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란 시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에게 마음의 배려를 한다.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나는 사람을 사랑한다. /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 나무 그늘에 앉아 /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

우리나라는 사기공화국이라고 한다. 매년 사기 사건이 25만 건, 피해액만 8조 원이라고 한다. 진심을 가장한 사기가 판을 치고 있다.

성공이란 무엇일까? 경쟁자를 쓰러뜨리거나 누군가를 밟고 일어선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받고 주는 것보다 먼저 주면 받을 수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충실하게 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돌아오는 대가가 있다.

성공 자체만으로 달려가는 사람보다는 남에게 배려하고 나누는 삶이 결국 자신을 위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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