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배다솜 기자] 연말연초 인터넷 중고장터에 특이한 물품이 눈에 띄었다. 은행 등에서 공짜로 받는 가계부였다. ‘줘도 안 쓰던 것’에서 ‘귀한 몸’이 된 것.
요즘 누가 손으로 가계부를 쓰나 싶지만 가계부의 인기는 매년 늘고 있다. 무료 가계부가 중고장터에 거래되는 것은 흔한 일이고, 1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서점에서 판매되는 가계부들도 인기다.
가계부의 인기이유는 단 하나. 팍팍한 경기다.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도 시민들의 체감물가는 매년 상승, 또 상승이다.
주부가 아닌 학생, 직장인이 팍팍한 경기의 한파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은 옛말. 학생과 직장인들도 어려운 경기에 너도나도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을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가장 두드러지는 소비시장의 움직임은 편의점 도시락의 진화다.
편의점 도시락의 진화에는 1인가구의 증가와 집밥에 대한 욕구 등 경기침체뿐 아닌 다양한 요소가 가미돼 있지만, 실제 구매하는 2030대 소비자들의 가장 큰 구매결정이유는 ‘저렴한 가격’이다.
최근 편의점 도시락이 5첩 반상은 기본에 불고기와 제육, 떡갈비 등 다양한 메뉴로 출시되는 등 한 끼 식사에 충분할 정도로 진화하면서, 점심값을 줄이기 위한 직장인들과 학생들의 수요가 대폭 늘었다.
학생 A가 저렴한 가격의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 한 끼를 해결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A의 점심식사는 끝나지 않았다. 후식 커피가 남았기 때문. 점심을 먹고 애용하는 커피숍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먹는 게 A씨의 점심 코스다.
이렇게 A씨가 점심식사 비용으로 지출한 돈은 8500원. 1000원대의 알뜰 커피가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커피를 몰아내고 있다고 해도 실제 점심식사 후 1000원 커피를 즐기는 이는 아직까지 드문 게 현실이다.
밥값은 저렴해지고 있지만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커피 한 잔 값은 도리어 비싸지고 있다. 국내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카페베네도 최근 브랜드 리뉴얼을 하며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을 400원 올렸다.
비싸지고 있는 커피 값이 프랜차이즈 커피숍에만 국한된 얘기도 아니다. 대기업 자본의 커피숍이 아니더라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등을 갖춘 동네커피숍들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5000원에 달한다. 대전 봉명동에 새로 들어선 한 24시 카페는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항상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비싼 커피를 먹는 모든 젊은이들이 부유하거나 형편이 넉넉한 것은 아닐 터. 저렴한 밥 한 끼를 찾으면서 밥 값 보다도 비싼 커피를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커피 맛이 좋아서 일까.
경기가 팍팍해지고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학생과 직장인들이 고급스러운 커피 한 잔을 먹으며 ‘나 이 정도는 누릴 수 있어.’라고 대리만족을 하고 있지 않을까.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의 SNS에 단골로 등장하는 게 커피숍에서 커피를 먹고 있는 본인의 사진, 예쁘다고 소문난 카페의 커피와 케이크다. 어쩌면 소비자들은 5000원짜리 커피를 먹으며 삶의 질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을 지도 모른다.
팍팍한 경기에 어려운 취업, 생각만으로도 벅찬 결혼. 학생과 직장인들이 3500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을 먹고 5000원짜리 커피를 먹는 모습을 마냥 지적만 하기 어려운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