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의 잡학사전] ‘설’, 서러운 역사
[김근식의 잡학사전] ‘설’, 서러운 역사
21-지나간 설날을 되돌아보며
  • 김근식
  • 승인 2016.02.08 14: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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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더클래식아카데미 원장 前) 국회의원 보좌관 T.041-565-8004 http://cafe.daum.net/theClassic

[굿모닝충청 김근식 더클래식아카데미 원장]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1927년 이 노래를 작사·작곡하신 윤극영 선생은 1988년 85세를 일기로 작고하실 때까지 왜 까치설날이 어저께인지에 대해서는 해답을 주지 않으셨던 것 같다.

국어사전에도 등재된 까치설날의 사전적 의미는 ‘어린아이의 말로 설날의 전날 곧 섣달 그믐날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어 놓았는데 하필 어린아이의 말인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국어학자 서정범 교수의 해석에 따르면 섣달 그믐날을 까치설날이라고 한다지만 윤극영 선생의 노래가 나오기 전까지는 까치설날이라는 것이 있지도 않았다고 한다.

‘작은(小)’이라는 뜻을 지닌 옛말 ‘아치’가 변해 엉뚱하게 ‘까치’로 바뀌었다는 설은 그래도 조금은 그럴듯한 해석이며 삼국유사에 기록된 유래는 다소 황당하다.

신라시대 소지왕 때 왕후가 한 스님과 내통해 왕을 해치려 할 때 쥐, 돼지, 용과 까치의 도움으로 화를 면했는데 다른 짐승과는 달리 12간지에 없는 까치를 기념하기 위해 설 바로 전날을 까치의 날로 정해 ‘까치설’이 생겼다는 것이니 까치설이야 어쨌건 우리 설날이야말로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설의 어원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저마다 그럴듯한 해석을 곁들이고 있어 딱히 어떤 설이 설의 의미를 제대로 풀이한 것인지 말하기 어렵다.

설날은 서럽다=조선시대 선조 때 학자 이수광이 쓴 여지승람(輿地勝覽)에는 설날을 ‘달도일(怛忉日)’이라 표기했으니 ‘달’은 슬프고 애달프다는 뜻이요, ‘도’는 마치 칼로 마음을 자르는 듯 마음이 아프고 근심이 가득 차 있다는 뜻이다.

설날에는 삼간다=삼가다(慎)의 옛말인 ‘사리다’의 ‘살’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다. 선조들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각종 세시기들이 설날을 신일(慎日)이라 하여 삼가고 조심하는 날이라 표현하고 있는데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조심스레 새해를 시작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설날은 낯설다=‘설다’ 또는 ‘낯설다’의 ‘설’에서 파생되었다는 설인데 가장 설득력 있는 설이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낯 설은 날’로 생각되어 ‘설은 날’이 ‘설날’로 변했다는 해석이다.

이 밖에도 나이를 말하는 ‘살’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한 해를 새로 세운다는 뜻의 ‘서다’라는 말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으나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선조들은 언제부터 설을 쇠기 시작했을까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은 여러 문헌을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중국의 역사서 수서(隨書)에는 신라인들이 새해 아침에 서로 예를 차려 축하하고 임금이 잔치를 베풀고 일월신에게 절하며 예를 지냈다고 기록하고 있으니 오늘날의 설날 차례와 신년교례회에 해당한다 하겠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백제의 풍속에 따르면 고이왕 5년(서기 238년) 정월에 천지신명에게 제사를 지냈고 책계왕 2년(서기 287년) 정월에는 시조인 동명왕의 사당에 참배했다고 하니 정월에 조상에게 제사를 지낸 풍습으로 보아 오늘날의 설날과 비슷하다고 여겨진다.

신라에서도 정월 2일과 5일이 포함된 큰 제사를 연중 6회 지냈다는 기록이 있으며 고려시대에는 설날이 9대 명절의 하나로, 조선시대에는 4대 명절의 하나로 지냈다 하니 설날이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로 자리 잡은 것이 무척 오래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설날을 ‘구정’이라 부르는데 이는 일제 강점기인 1936년 조선총독부가 ‘조선의 향토오락’이라는 서적을 펴내 우리글과 말, 성과 이름을 빼앗고 나아가 우리 민족문화를 송두리째 흔들어놓는 과정에서 생긴 잘못된 용어이다.

그때부터 우리의 설은 양력설에 빼앗기게 되었고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설날은 ‘구정’으로 격하되었다. 해방 이후에도 1989년까지 무려 44년간 양력이 기준력으로 사용되어 우리 고유의 설날은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단 하루만 공휴일로 지정되었으니 이중과세(설날을 두 번이나 쇰)로 인한 낭비방지가 그 명분이었다.

1989년 2월 1일 정부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고쳐서 설날인 음력 1월 1일을 전후한 3일을 공휴일로 지정함으로써 비로소 설날이 민족의 명절로 자리잡게 되었으니 설날은 역시 서러운 역사를 갖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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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기 2016-02-09 10:33:42
원장님, 설날에는 떡국을 먹는데 장수나 재복을 기원하는 뜻이 있다고들 합니다만, 원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또, 떡국에는 꿩고기를 넣어서 국물을 우려내곤 했다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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