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일본철도기행] ①정한론(征韓論)의 고장 큐슈를 가다
[임영호의 일본철도기행] ①정한론(征韓論)의 고장 큐슈를 가다
  •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
  • 승인 2016.03.2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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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세계 최초로 고속철도를 개통한 철도 선진국이다. 1959년 신간선(新幹線, 신칸센)을 착공한 지 5년 만에 상업운행을 시작한 뒤 산요·도호쿠·조에쓰·규슈·호쿠리쿠 신간선 등이 운행되고 있다. 신간선은 일본 국철 부설로 운영되다가 1987년 민영화 됐다.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는 지난 2월 21일부터 27일까지 6박 7일에 걸쳐 이 신간선을 타고 일본 큐슈 최남단 가고시마중앙역에서 홋카이도 삿포르 역까지 선진 일본철도 견학을 다녀왔다. 임영호 상임감사가 전하는 생생한 여행기를 6회에 걸쳐 연재한다.

일본철도견학 출장의 시작은 2월 21일 일요일이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가장 이른 열차시간은 새벽 5시 55분이다. 집에서 나오니 스치는 바람이 날카롭다. 올 겨울은 늦게 와서 일찍 갈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다. 이번 선진 일본철도의 견학은 출장 기분이 안 나고 여행처럼 느껴진다. 무엇인가 설렘이 있다. 기차라는 이름 때문일까? 타는 것만으로도 기차는 여행이 된다.

이번 일본철도 출장은 신간선의 남쪽 마지막 역인 가고시마중앙역에서 하카타역, 신오사카역, 동경역을 거쳐 신간선의 끝인 신아오모리역에 내린 뒤 다시 재래선 특급열차로 환승하여 올 3월 26일 신간선이 개통예정인 하코다테, 훗카이도의 중심도시인 삿포로까지다.

여객회사 6개와 물류회사 1개

11시 10분 비행기는 인천공항에서 이륙했다. 이륙직전 ‘국화와 칼’ 이라는 책을 꺼냈다. 미국 대학교수였던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 (Ruth Fulton Benedict, 1887~1948)가 쓴 일본의 국민성에 관한 보고서이다.

2차 대전이 끝나 갈 무렵, 미 국무부 전쟁정보국에서는 일본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당시 태평양전쟁을 수행 중인 미국은 일본이라는 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였다.

일본 인문학의 틀 ‘국화와 칼’과 작가 루즈 베네딕트

저자 자신은 일본을 방문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사람이다. 그는 문화를 국민 개개인의 인성의 확대로 보았다. 그 책의 요지는 한마디로 일본인들은 ‘모순 덩어리’ 라는 것이다. 최고로 싸움을 좋아하면서 얌전하고, 불손하면서 예의바르고, 용감하면서 겁쟁이고, 보수적이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 일찍이 세계 어느 국민에게도 쓰인 적이 없는 ‘그러나 또한(but also)’ 이라는 부조리한 표현이 자주 나온다.

후쿠오카 상공

12시 40분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다. 1시간 반 만이다. 공항에서 신간선이 운행되는 하카타역으로 이동했다. 후쿠오카와 하카타는 서로 다른 지역이 아니다. 시중심부의 서쪽은 정치적 중심지인 후쿠오카, 동부는 경제적 중심지 하카타였으나 1889년 두 도시를 통합하여 후쿠오카시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시 이름을 두고 싸움이 벌어졌는데 타협의 산물로 시 이름은 후쿠오카로 하고 대신에 항구와 역 이름은 하카타로 하기로 하였다.

오기 전 코레일에서 JR패스를 구입하였다. JR패스는 일본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값싸고 편리한 제도이다. 하카타역에서 좌석표로 교환하여 신간선의 종점인 큐슈의 가고시마 중앙역으로 남행하였고, 6개 역을 거친 후 오후 4시가 채 못 되어 가고시마중앙역에 도착했다.

하카타역에서 가고시마중앙역으로 출발할 때 전기선에 비닐이 걸려 치우느라 조금 연착이 되었다. 신간선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경우이다. 일본은 2시간 기준으로 지연보상을 실시한다. 일본 철도요금은 이동에 대한 대가인 운임과 차종별·좌석등급별로 매기는 요금으로 구성되었는데 요금부분만 보상한다. 우리는 운임과 요금이 분리된 KTX 특실의 경우 1시간 이상 지연되면 일본과 반대로 운임부분만 보상을 한다. 현금으로 보상하는 경우 50%를 받을 수 있고, 차후 이용할 수 있는 할인증으로는 전액 받을 수 있다.

사쿠라지마 화산섬

가고시마시의 바로 눈앞에는 사쿠라지마라는 보문산 정도 되는 화산섬이 있다. 이 섬 꼭대기에는 화산 분화구가 있는데 지난 2월 6일 오전 6시 56분경 큰 폭음과 함께 마그마와 불꽃을 뿜으면서 분화하였다. 보통 이 분화구에서 폭발 징후가 있으면 일본은 공포에 휩싸인다. 일본 어느 곳도 안심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 곳 사람들은 사쿠라지마 화산을 관광 상품화하고 있다. 화산의 역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화산지질대인 일본은 온천 천국이다. 일본 국민은 자연과 더불어 온천욕을 즐기면서 힐링한다. 우리 일행은 온천욕을 한 후 저녁을 먹었다. 대전에서 아침을 먹고 일본을 건너와 일본의 최남단으로 와서 저녁을 먹으니 말 그대로 지구촌시대다.

2월 22일은 일본에서의 둘째 날이다. 하늘은 비구름이 성난 모양으로 뭉쳐있어 당장이라도 비가 올 것 같았다. 7시에 일어나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일본의 쌀밥은 반찬 없이도 먹을 정도로 맛이 있다.

가고시마중앙역의 나카시마 역장 면담

9시 30분에 가고시마중앙역으로 가 역장으로부터 역 현황을 들었다. 나카시마 역장은 40대 중반으로 대학 졸업 후 20년 동안 이 회사에서 근무했다. 여러 궁금한 사항을 물었다. 민영화되기 직전 80년대 초만 하더라도 연일 파업하는 등 노사관계가 불안했으나 지금은 굉장히 안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근무는 24시간 근무 후 맞교대한다. 기관사 근무는 3시간 내지 3시간 30분이란 고정된 틀로 운영하지 않고 노사합의에 따라 굉장히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서로의 믿음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다. 직원들은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 혼재되어 있었다. 기술직은 정규직원이 많으나 승무나 발권, 안내와 같은 서비스 관련 지원은 계약직이나 시간제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여행하는 곳은 큐슈다. 큐슈는 관광열차의 천국이다. 기차여행의 진수는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이다. 역의 벽면에 홍보 포스터가 크게 붙어 있어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큐슈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열차는 단연 ‘유후인 노모리’ 이다. 처음부터 관광열차로 만들어서인지 아름다웠다.

아뮤프라자 관람차

가고시마 중앙역에 예기치 않은 볼거리가 있었다. 놀이공원에나 있을 법한 원형의 관람차가 빌딩 꼭대기에 있었다. 역이 들어있는 빌딩은 ‘아뮤프라자’ 라는 쇼핑몰이 있고 관람차는 그 빌딩 6층 옥상에 있다. 한 바퀴 도는데 15분 걸린다. 원형의 직경은 60미터이고 높이는 91미터이다. 맨 꼭대기에서 시가지는 물론이고 활화산인 사쿠라지마까지 볼 수 있다.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풍문에 의하면 신간선 종점인 가고시마 중앙역이 이곳을 찾은 연인들에게 무엇인가 추억거리를 제공하려했다고 한다. 타보니 사랑을 속삭일만한 공간이 있었다.

관람차에서 내려다 본 가고시마중앙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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