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일본철도기행] ②일본철도회사는 닥치는 대로 일해 돈을 번다
[임영호의 일본철도기행] ②일본철도회사는 닥치는 대로 일해 돈을 번다
  •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
  • 승인 2016.03.23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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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 11시 5분, 처음 출발지인 하카타역을 향해 기차는 다시 간다. 일본의 신간선 시대는 1964년 동경 올림픽 개최가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로 한 단계씩 발전과정을 거쳐 와서 지금은 처음보다 8단계나 발전된 상태이다.

우리는 일본의 신간선 기술을 채택하지 않고 프랑스 떼제베 1세대 모델을 선택했다. 당시 건설이 다소 지연됨에 따라 프랑스 현지보다 20년 정도 지난 기술이었다.

속도는 320㎞, 우리와 비슷했으나 더 안정적이고 쾌적했다. 더구나 의자는 굉장히 얇아 공간이 훨씬 넓었다. 우리에게 좀 더 많은 기술의 발전이 필요한 분야다.

신간선 일반실(왼쪽)과 차내에서 판매하는 계란빵.

열차여행의 맛은 열차 내에서의 군것질이다. 우리는 달걀빵을 사먹었다. 달걀모양 형태의 빵 안에는 팥이 들어 있다. JR큐슈는 양계장을 운영한다. 거기서 시작되었다.

열차 안에서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큐슈는 우리하고 관련이 깊다. 부산에서 아주 가깝고, 옛날부터 오랫동안 우리와 교류를 해왔으며, 우리와 피가 가장 많이 섞여 있을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큐슈는 일본 최남쪽에 있어 일찍부터 외국 문물을 접했다. 일본 도쿠가와 막부를 무너뜨리고 천황을 다시 세우고 일본 근대화와 부국강병을 이끈 곳이 항구 도시인 가고시마의 사쓰마번(薩摩藩)과 바로 이웃한 지금의 시모노세끼인 조슈번(長州藩)의 사람들이다.

왼쪽부터 사이고 다카모리, 요시다 쇼인, 기시 노부스케.

근대화 초기에 정한론(征韓論)의 불을 지핀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도, 메이지 유신의 핵심 추진세력인 오쿠보 도시미치(大久保利通)도 사쓰마번의 사무라이들이다. 초기 유신세력들에게 개화사상을 전파한 요시다 쇼인(吉田松陰)과, 사이고 다카모리와 오쿠보 도시미치와 함께 유신 3걸 중 하나인 기도 다카요시(木戶孝允)은 조슈번 사람들이다.

근대화 초기 영국유학파들.

그들을 추종하는 후생세력들은 2차 대전을 일으킨 전범으로 군국주의 우파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 아베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와 안중근 의사의해 저격당한 초대 일본 총리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도 조슈번의 하급무사 집안사람이다. 아베 총리의 정치이념의 지향점이 어디인지, 왜 그토록 위안부 문제에 소극적인지도 알 수 있다.

아직도 일본의 주요 정치세력 중심은 이곳인 듯하다. 신간선을 건설할 때 제일 남쪽인 가고시마중앙역에서 신야츠시로역까지 먼저 건설했다. 동경을 중심으로 조금씩 넓혀 가야 하는 것이 상식에 맞는데 좀 특별했다. 나는 이 지역 정치인의 힘 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를 보니 큐슈는 제주도보다 더 남쪽이다. 주변에 스치는 풍경에 겨울의 모습은 없다. 대나무와 야자수와 같은 아열대의 푸른빛의 나무들이 대전역 동광장 옆 철도관사 촌에서 본 2층 집 건물들과 함께 사라졌다 나왔다 반복했다. 제비라는 뜻인 스바메로 불리는 신간선 열차는 정시보다 몇 분 늦은 12시 41분에 도착했다.

‘제비’ 라는 뜻의 스바메 신간선 열차.

하카타역은 전날 도착할 때보다 더 자세히 눈에 들어왔다. 역 구내 벽면은 나뭇잎이 들어간 도자기로 된 벽이다. 주택의 거실 같은 기분이다. 이 역을 신축할 때 국내는 물론 외국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반송용 엽서를 보내 나뭇잎을 그려 달라고 요청했다. 부산역장과 서울역장에게도 이런 엽서가 왔다고 한다. 그것을 가지고 벽면에 장식할 도자기를 구웠다.

JR큐슈 하카타시티역.

감각과 관능을 질 낮은 것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그 것이 모여 문화가 된다. 니체는 ‘권력의 의지’에서 말했다.

“우리는 감각을 사랑해도 좋다. 감각은 각각의 정도에서 정신적인 것이 되며, 옛날부터 인간은 감각을 예술화하여 문화라는 것을 만들어 왔다.”

마음을 잡는 자가 발걸음을 움직이게 한다.

오후 2시 30분 JR큐슈 본사로 방문했다. 하카타역에서 걸어서 5분이다. 1층에서 6층까지는 임대를 주고 자기들은 7층 이상만 썼다. 일본 철도는 우리와 달리 민간이 운영한다. 일본정부가 갈수록 늘어만 가는 만성적자를 감당하지 못하여 일본지역을 6개로 쪼개고 여기에 물류를 독립시켜 7개의 주식회사로 만들었다.

큐슈라는 큰 섬에 100만이 넘는 도시는 하카타역 하나뿐이다. 그만큼 영업구역이 협소하다. 가고시마역에서 운행하는 신간선은 30분마다 8량으로 운행한다. 우리의 경부선이 5분이나 10분 간격으로 20량씩 운행하는 것을 생각해보자. 동경을 중심으로 한 일본 본토에 비하여 열차손님이 훨씬 없다.

하카타 시티.

민영화된 일본 철도회사는 고군분투한다. 돈만 되면 무엇이든지 한다. 기업의 적자는 일종의 죄악이다. 기업은 무엇보다 적자 탈피가 우선한다. 철도산업의 특성상 운영 자체에서 이익을 창출하기 어렵다. 철도와 연관된 사업으로 수익을 내야한다.

JR큐슈는 철도영업 이외 36개의 계열사를 운영한다. 계열사에는 세탁소도, 아파트 건설회사도, 부추나 토마토를 생산하는 농장도 있다. 코레일이 국민기업으로 만성적자에서 탈출하여 2년 연속 흑자경영을 한 것은 그만큼 가치가 있는 일이다

JR큐슈 본사사람들은 친절했다. 상근감사와 안전이사, 감사실장과 국제실장이 차례로 나와 회사를 소개하고 궁금한 사항에 대하여 답해 주었다.

상근감사는 중앙부처 건설부 간부로 있다가 이 회사 이사로 와서 지금은 상근감사역을 맡고 있다. 감사실은 주로 적법성을 따지고, 이사회는 타당성을 따진다. 회계 관계는 2중으로 체크하여 위험을 대비하고, 고질적인 비리적발에 효험이 있는 내부고발은 사외에 있는 지정변호사에게 한다. 우리도 신뢰도와 이용의 편의를 위해 별도의 사내고발 앱을 만들어 외부기관에 위탁시키고 있다.

안전창조부 안전추진체계.

안전을 우리처럼 가장 중요시한다. 안전에 창조를 붙여서 부서 이름이 안전창조부이다. 안전을 위하여 상상력을 동원하는 등 궁리를 다한다는 뜻이다. 안전에 관계되는 사항은 숨기지 않고 빠짐없이 경영진에 보고되도록 여러 시스템을 활성화시켰다.

퇴직예정자를 일선에 보내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에 관한 사항을 있는 그대로 수집하여 보고하도록 하고, 자칫 사고로 이어 질 뻔 했던 사항을 자진하여 고백하는 시책인 '아차! 사고사례'가 활성화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안전은 그냥 놔두면 잠잘 수 있다. 24시간 내내 깨어 있도록 흔들고 자극을 주어야한다.

회사간부들과 저녁을 함께 했다. 그들도 한국에 왔을 때 신세졌음을 상기하면서 성의껏 대접했다. 일본인에게 중요한 가치는 ‘온(恩)’ 이다. 일본은 남에게 신세를 지는 것을 싫어한다. 한 번 신세지면 그것을 꼭 갚아야 한다는 사고가 있다.

상점에 가서 물건을 살 때도 ‘아리가토’도 사용하지만 주인은 ‘스미마센’ 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이렇다. ‘나는 당신에게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나는 당시에게 그 은혜를 갚을 길이 없습니다. 나는 이런 입장에 놓인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JR큐슈 본사 직원들과 만찬.

저녁을 마치고 돌아가려니 비가 내렸다. 한사코 사양해도 일본 측에서 일회용 투명 우산을 사왔다. 일본은 역 근처에 비즈니스호텔이 많다. 우리 숙소는 짐을 펼치기도 어려울 정도로 좁지만 청결했다. 갑자기 우리나라에서는 외국 관광객들이 어디서 잘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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