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소녀가 당구장에서 큐대를 끼고(?) 산다면?
17세 소녀가 당구장에서 큐대를 끼고(?) 산다면?
[굿모닝충청인]아산 ‘당구소녀’ 김예은 양
  • 윤현주 시민기자
  • 승인 2016.03.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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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윤현주 시민기자] ‘당구장’하면 뭔가 불량스러운 공간으로 여겨졌다.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서 건달을 연상케 하는 이들이 모여 내기 당구를 치는… 그래서 심심치 않게 몸싸움도 벌어지는 그런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당구장에 대한 편견이고 오해다. 당구가 생활스포츠로 각광을 받게 되면서 당구장을 찾는 이의 성별과 연령 또한 다양해졌고 금연인 당구장도 꽤 많다.
그러나! 17세 소녀가 당구장에 매일 나와 살다시피 한다면, 연필을 든 시간보다 당구 큐대를 든 시간이 많다면 당신은 이 소녀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루라도 큐대를 들지 않으면 좀이 쑤신다’는 ‘당구소녀’ 김예은 양을 만나기 위해 아산시 번영로에 위치한 ‘아산당구아카데미’를 찾았다. 당구를 치는 소녀라고 해서 뭔가 좀 불량스럽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 또한 나의 편견이었다. 뽀얀 피부, 수줍은 듯 웃을 때마다 보조개가 들어가는 얼굴은 딱 열일곱 사춘기 소녀였다.

중학교 1학년, 처음 큐대를 들다.
예은이가 처음 당구를 접한 건 3년 전, 중학교 1학년 때다.
“어느 날, 아빠가 당구 한 번 배워보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알았다고 한 게 이렇게 됐어요.”

딸에게 당구를 권한 예은아빠 김진수 씨는 충남당구연맹 소속이다. 하지만 선수로서의 삶이 결코 순탄치는 않았다. 젊은 시절 선수로 활동했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선수생활을 관둬야 했기 때문이다. 2008년 뒤늦게 선수로 복귀를 하긴 했지만 당구에 대한 조갈증이 해소되진 않았다. 

“부모님이 당구를 반대했던 게 당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었어요. 물론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아직 당구에 대한 편견을 가진 이들이 많아요. 그래서 저는 숙제처럼 당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진수 씨는 예은이를 통해 당구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깨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거친 남자아이가 아니라 여자 아이가 스포츠로서 당구를 즐긴다면 시선이 좀 달라지지 않겠는가?

우연히 발견한 소질 + 경기를 통해 발견한 승부욕 = 당구소녀 김예은
“당구가 처음부터 좋았어요?”
내 질문에 예은이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당구를 시작하긴 한 거잖아요. 그래서 배우긴 배우는데 사실 처음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그러나 예은이의 대답과는 달리 진수 씨는 예은이에게서 당구에 대한 재능을 발견했고 이를 키워주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대회였다. 경험을 쌓고 더불어 승부욕을 자극하는데 대회만큼 좋은 게 없다는 걸 진수 씨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당구를 시작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예은이를 대회에 출전시켰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대회에서 수상을 못하고 돌아오는데 ‘오기’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조금만 더 연습했으면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싶은 마음도 들고. 그래서 그 때부터는 진짜 제대로 했어요.”

소질에 승부욕이 더해지자 예은이의 실력은 눈에 띄게 늘었다.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물론이고 세계랭킹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인 선수들과의 친선경기에서는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안양시장배 한국여성 3쿠션 마스터즈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방송통신고등학교 진학, 새로운 꿈을 만들어가기 위한 과정
올해 예은이는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또래들과 다른 일상을 보내야 한다는 게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꿈을 꾸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친구들이 부러워해요. 멋있다는 말도 하고. 그런데 사실 저는 책임감 같은 게 생겨서 조금은 마음이 무거워요. 그래도 아직 아무런 꿈도 꾸지 못하는 친구들에 비하면 너무 행복한 거겠죠? 저는 꿈이 있고, 가야할 길이 정해 졌잖아요.”

예은이의 이야기를 듣고 꿈이 뭐냐고 물었다.
“개인적인 꿈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선수가 되는 거구요. 그보다 더 큰 꿈은 당구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 할 수 있게 만드는 거예요. 이건 아빠의 꿈이기도 하고, 내 꿈이기도 하고, 당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꿈이기도 해요. 당구는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인데 아직 그렇게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걸 바꾸고 싶어요.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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