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일본철도기행] ④일본은 기차를 사랑하는 민족
[임영호의 일본철도기행] ④일본은 기차를 사랑하는 민족
  •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
  • 승인 2016.03.29 20: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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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경역

2월 24일, 느긋한 아침이다. 투숙한 호텔은 역사 위에 있다. 대학 입시 날인지 부모와 온 학생들이 아침 식사 장에 간간히 눈에 띄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찢어 질듯하게 담은 책가방과 고등학교시절 입었던 까만 교복을 입고 있었다. 변신의 귀재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일본이다. 오후 1시에 있을 신주쿠에 있는 JR동일본 방문까지는 오전에 시간이 많았다.

동경역을 가보았다. 사진을 찍어서 친구들에게 보내주니 다들 서울역 같다고 한다. 동경역을 설계한 사람은 다츠노 킨고이고, 서울역은 쯔카모토 야스시가 했다.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 사이이다. 다츠노는 유럽 유학파로 당시 유럽에서 유행했던 붉은 벽돌양식을 채용하여 동경역을 건축했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중앙역을 참고했다고 한다.

2차 대전 때 미군의 공습으로 거의 부서졌으나 이제 복구하여 제 모습을 갖추었다. 겉모습만 보존하고 내부는 리모델링하여 지하철 출입구로 사용하고 있다. JR동일본은 동경역 주변 땅을 하나씩 하나씩 사서 역세권 개발을 하고 있었다. 근처 빌딩은 죄다 그들 것이다. 아직도 무엇인가를 위해 동경역 뒷마당을 파고 있었다.

동경역 앞에는 시티투어가 운영되고 있다. 투어는 시간대별로 가는 곳이 다르다. 우리는 가장 짧은 1시간짜리를 택했다. 지붕이 없는 2층 버스로 올라가 자리를 잡으니 영하 날씨의 바짝 날선 한기가 엄습했다. 거의 외국인이고 군데군데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도 보였다.

▲ 씨티투어

일본의 국회의사당, 정부청사, 그 외에 근대 초기건물들을 보여 주었다. 은행나무들은 벌거숭이로 한겨울을 나고 있었다. 메이지유신 전에는 가로수가 없었다. 유럽의 영향으로 심었다고 한다. 도시 고속도로가 아주 잘 갖추어져 있었고 이것을 통하여 그 넓은 동경 이곳저곳을 이동할 수 있다. 동경에는 중국 상하이 푸동 지구처럼 큰 빌딩의 숲은 없었다. 그러나 깨끗하게 정리 정돈된 흠잡을 데 없는 도시였다.

▲ 도시고속도로

우리는 JR동일본 본사와 가까운 곳으로 가서 점심을 들었다. 알바생이 일하는 것을 한참이나 관찰하였다. 얼마나 열심히 적극적으로 일하는지 감탄할 정도다. 일본은 지위가 낮든 높든 자기신분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이 무슨 일을 하든지 하는 일에 자기 혼을 집어넣는다. 최고의 알바생이 최고의 사회, 최고의 국가를 만든다.

▲ JR동일본 고문

JR동일본 본사는 걸어서 5분 거리였다. 7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신사 한분이 나와서 회사전반을 설명했다. 중역으로 퇴직하신 회사고문이었다. 사업구역은 동경역에서 본토 끝이다. 영업이익은 4천억 엔, 80여개의 계열사 포함하여 7만 3천명의 직원, 7458㎞의 영업 길이를 가지고 있다. 영업수입 중 철도로 인한 사업이 67%, 부동산투자 등 계열 사업이 33%를 차지하고 있다. 철도사업의 수입 비중은 신간선이 30%, 수도권 광역철도가 66%, 지선이 4%이다. 영업 길이와 직원 수에서 우리보다 2배나 크다.

JR동일본에는 2층으로 된 신간선 열차가 있는데 이것을 점차 없애려고 한다. 앞부분에 공기저항이 심해 시속 300㎞로 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 2층 객차

JR동일본의 최소 운송간격은 4분으로, 우리보다 더 촘촘히 운영한다. 지연시간 목표는 1분 미만이다. 1964년 신간선 개통 후 반세기동안 사상자가 한사람도 없었다는 것을 자랑했다. 카드사업도 한다. 수이카(Suica)라는 이름으로 일반 신용카드처럼 사용한다. 처음 주식을 상장했을 때 주식 한 장 당 가격이 30만 엔 이었으나 지금은 시세가 100만 엔이다. 잘 나가고 있는 대기업으로 일본 청년들이 가장 취업을 희망하는 회사다.

▲ 수이카(SUICA)카드

여기도 안전이 으뜸이다. 사고는 우선 숨김없는 보고가 중요하다. 위험 가능성이 있는 사항들을 파악하여 사전 대처한다. 안전설비도 계속하여 갖추고 있다. GPS로 열차 위치정보와 접근정보로 근접 시 큰소리로 울려 사고를 미리 예방한다.

주주총회와 경영의 전반적인 사항을 결정하는 이사회, 경영을 감시하는 감사위원회로 구성한다. 우리와 달리 감사는 의결권이 없다. 당초 1시간이 주어진 방문시간이었으나 30분이 초과되었다. 우리는 바로 이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일본철도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동경역과 가까운 오미야역에서 내려서 철도박물관까지 셔틀전철로 간다.

▲ JR동일본 철도박물관

일본은 철도박물관이 많다. 이 박물관은 8500평으로 마치 큰 정비공장창 같았다. 운동장 같은 넓은 공간에 철도 변천사에 따라 30여대의 기관차와 객차가 진열되어 있었다.

기차는 산업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존재다. 1705년 영국인 제임스 와트의 증기터빈 발명으로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 일본은 1872년 처음으로 영국에서 기차를 도입하여 심바시에서 요코하마까지 운행하였다. 지금 그 기차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이 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다.

당시는 연료인 석탄을 적은 양 밖에 싣지 못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30인만 태울 수 있었고, 두 명씩 한칸으로 문이 각각 달려 있었다. 전기도 화장실도 물론 없었다. 이것을 시작으로 운행했던 순으로 디젤기관차, 전기기관차, 신간선까지 전시되어 있었다.

직접 열차를 운행할 수 있는 체험관과 철도 역사연표, 각종제복, 열차표, 명패의 전시와 각종 기념품도 팔고 있었다. 아이들이 직접 타서 즐길 수 있도록 모형기차도 운행한다. 철도박물관 전체를 꼼꼼히 살펴보려면 서너 시간이 필요하다.

▲ JR 동일본 철도박물관 기념품 판매

대전시에서 국립 철도박물관을 유치하려면 코레일 본사가 있는 대전역과 연계수송이 가능한 가까운 철도역 근처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증기기관차로 그곳까지 운행만 할 수 있다면 낭만도 있을 것 같다.

저녁에는 동경 특파원으로 있는 대전출신의 윤희일 기자를 만났다. 그는 기차 마니아이다. 동경에서 멀리 떨어진 돗토리현 하야부사역의 명예역장이다. 그 역은 한적한 시골의 무인역이다. 그로부터 일본인들의 철도사랑을 들었다.

▲ 하야부사역 축제에 참석한 코레일 감사실 직원들

하야부사 역 축제는 주민 200여명이 하야부사 역을 지키는 모임을 만들어 매년 개최한다. 비록 무인역이지만 역 중심으로 마을사람들이 축제를 하면서 역을 보존한다. 우리도 많은 간이역들을 갖고 있다. 이 간이역들은 문화적 지리적 역사적 배경으로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70년대 80년대의 향수가 가득한 득량역, 지역문화 사랑방인 황간역, 겨울 동화마을 산타마을인 분천역 등은 가볼만한 곳이다.

▲ 황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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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공섭 2016-03-30 08:12:44
철도문화에 대한 고견 잘 보고 갑니다.
일본 일상의 생활문화는 우리가 배워야할 부분이 많은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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