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의 잡학사전]똥은 밥이다
[김근식의 잡학사전]똥은 밥이다
24-밥과 생명 이야기 하나
  • 김근식
  • 승인 2016.04.05 17: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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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더클래식아카데미 원장 前) 국회의원 보좌관 T.041-565-8004 http://cafe.daum.net/theClassic

[굿모닝충청 김근식 더클래식아카데미 원장] 똥을 한자로 분(糞)이라 쓴다. 쌀 미(米)와 다를 이(異)!  쌀과는 다른 그 무엇이라는 뜻이 아니라 쌀의 또다른 모습이라는 뜻이다. 이것은 쌀이 먹을거리가 아닌 그 무엇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또다른 먹을거리인 밥으로  단지 그 모양만 달라졌다는 뜻이다.

쌀 미(米)자를 부수(部首)로 하는 한자어는 ‘먹을거리’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가루 분(粉),쭉정이 비(粃), 낟알 립(粒), 지게미 박(粕), 볶은쌀 구(糗),사탕 당(糖),양식 량(糧),찰벼 나(糯)등 쌀 미를 부수로 하는 한자어는 하나도 예외없이 다 먹을거리이다. 이러한 먹을거리들 속에 똥 분(糞)자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음을 주목하라. 
 
한자 문화권 속에서는 똥이 그저 버려지는 그 무엇이 아니라 밥이 변하여 또다른 밥으로 단지 그 형태만이 변한 것으로 보았다. 이것은 또한 사람이 먹을거리에서 모든 자양분을 취하지 아니하고 그 일부를 다른 생명에게 남겨 주라는 생명순환의 섭리를 담고 있다. 어릴적 동네 골목골목을 누비며 또는 뒷간 아래에서 인분(人糞)을 말끔히 먹어 치우던 똥개와 제주도 똥돼지를 생각해 보라. 똥은 밥이다.

죽은 똥, 산 똥
똥에도 생명이 있다. 사람이 아닌 다른 중생이 먹음으로써 또다른 생명으로 환생하는 똥은 살아 있는 똥이며 생명의 먹을거리이다.  짐승조차 먹을 수 없는 똥은 이미 죽은 똥이다.  죽은 똥을 뱃속 가득히 담고 있는 사람은 죽은 생명일 수 밖에 없다.

산업화 이후 우리의 식생활이 변하여 예전에는 구경조차 힘들었던 온갖 인스턴트 식품들이 밥상을 점령하면서부터 우리의 똥은 죽은 똥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 농촌에서 만들어지는 똥조차 퇴비로도 쓸 수 없을 정도로 죽어버려 화학비료를 남용함으로써 땅이 오염되고 밥이 오염되어 다시 똥을 죽이는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고 있다.

똥이 죽은 것은 밥이 죽었기 때문이다. 밥이 죽은 것은 그 밥을 만들기 이전의 밥,즉 먹을거리가 죽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밥상을 바라 보라. 과연 살아 있는 밥상인가? 우리의 똥을 내려다 보라.  과연 살아 있는 똥인가?  갓 태어난 어린 아이의 배냇똥(胎便)은 민간에서는 약으로 쓴다 하였고 모유를 먹고 자라는 아이의 똥은 깨끗하고 악취를 풍기지 않으며 짐승이 먹으면 그대로 완전식품이 된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섭취한 엄마의 젖 대신 농약에 오염된 수입사료로 키운 소의 젖, 여러 가지 영양소가 함유되었다는 차별화된 이유식을 먹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이의 똥은 부모라도 코를 움켜 막을만큼 악취를 풍긴다. 바로 똥이 죽었기 때문이다. 

똥과 DUNG, 생명과 죽음의 문화
영어로 똥을 DUNG이라 한다. 둘 다 바닥에 떨어지면서 나는 파열음을 흉내낸 의성어(擬聲語)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똥과 서양의 DUNG은 서로 비슷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우리의 뒷간 문화는 얕은 항아리를 묻어 놓고 그 냄새를 맡으며 그 모양을 쳐다보며 볼일을 보는 똥을 가까이 한 문화였다.

반면에 서양의 화장실은 구덩이를 깊이 파고 냄새를 맡지도 쳐다보지도 않는, 똥을 멀리 하는 문화였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똥은 “똥! 똥!” 밝고 경쾌하게 떨어졌고 서양의 DUNG은 “dung! dung!” 하며 어둡고 무겁게 떨어졌다.

똥을 가까이 하는 문화는 곧 생명을 소중히 하는 문화이다. 이른 아침 모든 근심을 잠시나마 잊어버리고 또다른 밥(똥)을 생산하는 것으로 하루를 열었던 우리는 진정 살아있는 생명이었다. 뒷간을 다른 말로 모든 근심을 풀어버리는 곳이라는 뜻의 해우소(解憂所)라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똥을 더러운 것으로 생각하기 시작했고 또다른 밥인 똥을 생명으로 돌려 보내지 않고 하수구로 내려보냈다. 그 때부터 우리는 급속히 생명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똥을 살리자
우리 선조들은 ‘자기 똥 삼년만 안 먹어도 죽는다.’고 했다. 잘 살아 보자는 새마을 운동으로 초가지붕이 없어지고 깨끗하고 위생적이라는 수세식 화장실이 등장하면서 똥을 몹쓸 것으로 생각한 탓에 우리의 농촌은 그 생명을 잃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 농촌의 위기는 UR이니 WTO니 하는 서양귀신이 불러들인 것이 아니라 똥을 천시하는 생명경시 풍조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농약과 화학비료의 남용으로 이미 생명력을 잃어버린 먹을거리! 식품을 보다 오래 보존하기 위해 사용되는 살균,살충,보존제. 그리고 더 많은 양의 고기와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가축들에게 먹이는 항생제와 성장촉진 호르몬제! 가공식품의 향과 맛을 더하기 위해 투입되는 화학조미료와 착색제 등등...

우리의 밥상을 점령하고 있는 죽음의 먹을거리를 우리 땅에서 제철에 나는 무농약,유기농산물로 하나하나 바꾸어 나가지 않는 한 우리에게 생명이란 영원하지 않다. 똥은 밥이다. 똥이 살아야 농촌이 살고 밥이 살며, 밥이 살아야 우리 모두의 생명이 되살아 난다. 

우리 모두의 똥이 되살아나 삼천리 방방곡곡에 건강하고 구수한 똥냄새가 진동하는 바로 그 날이 우리가 바라는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리는 날이다. 똥! 똥! 똥을 살리자.              

* 필자 주 : 이 글을 시작으로 5회에 걸쳐 실을 글들은 20여 년전 필자가 한국가톨릭농민회 총무 활동을 하며 간간이 적은 글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앞으로 밀, 술, 쌀, 콩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에게 유익한 정보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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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기 2016-04-16 14:21:04
이번주에도 원장님의 "구수한" 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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