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력 부재에 빼앗긴 '5000억'
정치력 부재에 빼앗긴 '5000억'
CT연구원 광주로… ‘한 사람 몫도 못하는’ 대전의 무기력함
  • 황해동 기자
  • 승인 2012.07.11 16: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콘텐츠와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 미래산업으로 육성할 대형 국책기관인 CT연구원이 결국 광주 유치로 확정돼 최대 5000억원의 국비가 지원될 계획이다. 대전은 한때 유치전에 가세했으나 정치력 부재와 무관심으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사진은 대전CT센터 내부 모습.

CT(Culture Technology, 문화기술)연구원과 CT공동연구센터는 영상, 게임,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첨단 과학기술과 접목시켜 상품화 및 산업화로 이끄는 업무를 담당하는 R&D 기관이다.

태동은 CT연구원이 먼저다. 대형 국책연구기관으로 정부가 ‘6대 미래 유망 신기술’인 문화기술 콘텐츠 산업의 미래 성장 기반으로 추진해 왔다. CT공동연구센터는 CT연구원에서 파생된 지역거점 연구센터의 개념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문화기술 R&D 역량 강화 종합방안’에 담겨 있다.

CT연구원의 태동은 DJ정권 시절 시작된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프로젝트다. 관련 특별법에 문화콘텐츠 기술 개발과 산업화 등을 담당할 R&D 기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정확하게 ‘CT연구원’이란 명칭이 적시되지 않아 2008년 대전도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당시 대전은 HD 드라마타운과 CT센터, 영상특수효과타운, 문화산업진흥원 등 문화산업진흥지구를 중심으로 ‘CS 파크(Culture Science 파크, 문화과학공원)’ 조성을 추진 중이었다.

그러나 문화부가 2010년 CT연구원 조성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자체 용역결과를 내놓고 이후 연구원의 규모와 기능을 축소해 공모 형식의 CT공동연구센터 조성으로 사업을 변질시키면서 대전은 유치 동력을 잃고 대신 드라마타운 유치에 주력하게 됐다.

그 사이 광주는 특별법안을 근거로 내세우며 끈질기게 정부에 CT연구원 유치를 주장했고 급기야 2010년 말 장병완(광주 남구) 의원이 문화산업진흥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지난해 말 개정안 통과와 함께 10억원의 실시설계용역비를 세웠다. 메머드급 국책연구기관이 광주지역 국회의원들과 광주시의 끈질긴 노력으로 사실상 광주행이 결정된 셈이다.

 

CT연구원
올해 초 광주시는 CT연구원 광주 설립을 위한 10억원의 실시설계용역비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2008년부터 대전과 유치 경쟁을 벌이던 CT연구원은 미래 성장동력 산업으로 불리는 문화기술(CT)의 성장 근간이 될 수 있는 국책연구기관으로 3000억-5000억원의 국비가 투입되고 연구인력 500여명이 상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전시는 지난 2010년 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문화산업진흥원 내에 ‘CT센터’를 완공하고 R&D 기능을 첨부하기 위해 2009년부터 ‘CT연구원’ 유치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시는 이 센터를 중심으로 CT산업화, 가상현실, 멀티미디어, 드라마 및 영화 촬영, 게임, 캐릭터 사업까지 소화하는 최첨단 영상단지를 구상했다. 이 구상에는 정부와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이 참여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HD 드라마타운과 영상특수효과타운 등을 기반으로 하는 CS파크 조성 계획도 갖고 있었다. CS 파크는 문화 콘텐츠의 교육과 연구, 사업 등 시설이 집적된 자족적인 종합단지로 고화질 드라마타운과 CT연구원, 글로벌게임허브센터 분원, 문화 콘텐츠 기업, 대덕연구개발특구 연구결과 상용화 시설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시는 이러한 구상에 CT연구원이란 R&D 기능을 더해 당시 정부가 문화콘텐츠 산업을 선진국 수준의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프로젝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복안을 세웠다.

이를 위해 전자통신연구원의 디지털콘텐츠 연구단과 KAIST 문화기술 대학원 등 전문 인력과 영상특수효과타운, 문화산업진흥원, 문화산업진흥지구 지정, CT센터 건립 등 풍부한 인프라를 유치 타당성으로 내세웠다. 대전 유치 타당성 용역도 진행하는 등 본격적인 유치전에 돌입했지만 문화부가 문화기술 R&D 역략 강화 사업의 궤도를 갑작스레 수정하는 바람에 동력을 잃게 됐다.

결국 시는 HD 드라마타운 유치에 역량을 결집, 드라마타운 유치에 성공했지만 그 사이 광주는 지역 국회의원들과 광주시의 집념을 발휘해 3000억원 이상의 국비 투입이 예상되는 대형 국책연구기관 유치에 성공했다.

 

시장 공약 CT공동연구센터
CT연구원 조성에 부담을 느낀 문화부가 광역권별로 연구 역량을 분산하겠다고 하면서 파생된 기관이다.

문화부는 2009년 ‘문화기술 R&D 역량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하고 1단계로 광역권별로 대학 등 2대소를 지정, 5년 간 10억원씩 지원하는 지역거점 CT공동연구센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콘텐츠 전문연구기관인 CT연구원은 공동연구센터의 시범 운영 결과에 따라 추진하겠다는 복안을 가졌던 것이다.

공모 첫 해인 2010년 충청권은 동남권(부산·경남)과 호남권(광주, 전남·북)에 밀려 유치에 실패했다. 앞서 밝힌대로 대전을 포함한 충청권은 다양한 CT관련 인프라를 유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3개 시·도가 제안서를 두 개로 제출, 심사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전시는 문화기술대학원이 있는 KAIST와 충남은 충북과 손잡고 각각 제안서를 제출했던 것이다.

지난해에는 4대강 사업과 복지예산 등에 재원을 빼앗겨 공모가 진행되지 않았다. 올해 공모도 예산이 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경권(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말 관련 예산 10억원을 세우면서 올해도 충청권 몫은 찾기 힘들게 됐다.

대전시 한 관계자는 “올 초 시 담당자들이 CT공동연구센터 유치를 위해 문화부를 찾았는데 담당 사무관이 ‘내년에나 어떻게 노력해보자’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밝혀 사실상 올해 유치는 무산됐음을 암시했다. 문제는 정권의 말기에 관련 예산이 세워질지 장담을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CT공동연구센터는 염홍철 대전시장의 선거 공약이기도 하다. 더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대전시가 이달 7일 발표한 ‘대전시 미래발전을 위한 정책과제 발굴’에 CT공동연구센터 유치가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이미 대경권으로 기울어진 마당에 뒤늦게 지역 정치권에 총선 공약으로 채택해달라고 호소한다는 것은 ‘뒷북’이다.

 

충청 정치력 아쉬움
이전의 국책사업 실패를 차치하고 위 두 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지역의 정치역량에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광주는 특별법안에 담딘 문구 한 줄에 5년여의 노력을 기울였으며 광주 국회의원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광주 유치의 법적 근거를 만들어냈다. 장병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CT연구원의 핵심기관이 돼야 한다고까지 명시했다 한다. 광주 유치를 위한 치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CT공동연구센터도 마찬가지다. 광역권별로 매년 공모를 거쳐 배정하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2010년에 이어 올해까지 얻어내질 못했다. 2010년은 충청광역경제권 3개 시·도의 의지가 합일되지 못하는 헤프닝이 벌어졌으며 올해는 대경권 의원들의 정치력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국책사업을 모두 다 대전으로 가져오기는 불가능하다.

CT연구원은 광주에 뿌리를 두고 있었고 더군다나 문화부 정책 방향이 바뀌어 드라마타운 유치로 기수를 돌린 것이며 공동연구센터는 공모 일정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대응할 기회를 잃은 것이다”라며 “우리지역 국회의원들도 드라마타운 유치와 관련 예산 확보 등에 지속적으로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