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아이들을 감싸는 따뜻한 봄 햇살이 되어
[독자투고] 아이들을 감싸는 따뜻한 봄 햇살이 되어
  • 독자 조민채
  • 승인 2016.05.09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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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민채 순경.

[굿모닝충청 = 대전 중부경찰서 중촌파출소 조민채 순경] “물로 고문하고, 모욕하고, 때리고, 온갖 심부름과 숙제를 시켰어요. 자살하자고 몇 번이나 결심했는데 그때마다 엄마 아빠가 생각나서 저를 막았어요. 엄마, 저 없이도 행복하게 사세요. 괴롭힘은 끝났지만 가족들을 못 본다는 생각에 벌써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2011년 12월,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대구 권승민군의 유서이다.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잎들이 흩날리고 따스한 봄바람에 마음마저 가벼워지는 계절, 봄은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만큼 학생들에게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설렘과 기대감이 존재할 시기, 3월부터 승민이는 학교폭력의 그늘 아래 두려움과 홀로 맞서 싸우고 있었다.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 인간이 기본적인 것들을 배우는 최초의 작은 사회, 학교. 그곳에서 아이들은 사회로 나가는데 필요한 내적 밑거름들을 쌓고 정체성을 확립하게 되며,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하고 부딪히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학교폭력이라는 얼룩진 무거운 현실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얘들끼리 싸우고 그러면서 친해지고 크는 거지.”, “얘들끼리 좀 싸운 것 가지고 뭘 그래.” 라는 말로 단순한 아이들의 성장통으로 치부하고 성장과정에서 의례 있는 일로 여기기에는 그 심각성이 높아져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그 주요 원인으로 학교폭력을 꼽으며 이를 국가적으로 척결해야 할 4대악 중 한 가지 과제로 삼고 있다.

2011년 12월 대전 모 여고에서 왕따를 당하고 담임교사에게 알렸다는 이유로 보복 폭행을 당해 투신한 여고생, 2013년 3월 경산 모 고교에서 갈취 및 폭력으로 투신자살한 최군, 2015년 5월, 초등학교 때부터 당해온 왕따와 SNS상의 언어폭력 및 신체폭력을 견디다 못해 투신자살한 서울 은광여고 학생 등 안타까운 죽음을 선택하는 아이들.

어른들이 가장 좋을 때라고 말하는 10대, 무엇이 그 좋은 10대의 청춘을 가장 벗어나고 싶은 순간으로 만들고 고통 속에 살도록 끊임없이 괴롭혔을까.

학교폭력은 단순한 피해자, 가해자의 행동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가정, 학교, 사회 등 복합적인 환경적 요소들에 의해 발생하게 되는데, 가해자의 공격적이고 충동적이며 반사회적 성향이나 피해자의 높은 우울감과 불안감 등 개인적 요인, 부모의 애정과 관심이 부족한 방임적 교육에 의한 가정적 요인, 대중매체나 게임의 폭력적 장면들에 노출되어 모방하게 되는 사회문화적 요인 등 환경 복합적으로 나타나 가해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회문제임을 인식하여야한다.

특히 학교폭력 대상 연령의 대다수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어 어려지는 추세이며 학교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동영상 유포, 악성댓글 등 언어적 폭력이 난무한 사이버공간으로의 확대, 성폭력, 강간 등 타 범죄로의 확대 등 학교폭력의 양상이 폭넓고 심각한 수준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학교폭력이라는 고질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고가 중요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입을 닫고 말문을 쉽게 열지 않는데, 청예단 설문조사에서는 그 이유로 대다수가 ‘일이 커질 것 같아서’, ‘별 도움이 되지 않아서’ 로 응답하였으며, 이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손길에 불신을 나타내며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갖지 않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아이들이 학교폭력에 대해 어른들에게 제대로 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신고체계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 방안, 사회적 인식 제고 등이 무엇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며 각 학교마다 배치된 학교폭력경찰관(SPO)나 학교폭력 신고전화 117, 문자 #117,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117chat 등 다양한 신고 및 상담 시스템을 이용하여 학생뿐만 아니라 부모, 교사 및 어른들 모두가 현 제도에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면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을 당연한 의무로 여겨야한다.

학교폭력의 예방과 해결의 첫걸음은 아이가 힘들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소통하며 위로하고 공감하는 대화의 문을 열어가는 것이며, 등교시간에 늑장을 부리며 학교를 가기 싫어한다거나 갑자기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돈을 많이 쓰는 경우, 우울해하고 말수가 현저히 줄었을 때, 또 학교에서 점심을 거르고 간식으로 때우거나 전화벨이 울리면 불안해하는 경우 등 학교 폭력의 이상 징후 및 적신호를 미리 알아두고 조기에 파악하여 심각한 상황으로의 발생을 차단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의 세계에 만연해있는 학교폭력은 가위로 잘라내듯 한 번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밤의 어둡고 차가운 어둠이 점점 걷히며 밝은 기운이 감싸는 따스한 아침이 오듯, 학생들 개인의 용기, 어른들과 사회의 관심이 어우러져 아이들이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는 좋은 햇살과 바람으로 내일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나갈 때 상처를 입지 않고 도와주고 지켜주는 일이 우리 미래를 지키는 일임을 마음 깊이 새겨야한다.

이제 처음 날아오르려 날갯짓을 시도하는 아기 새처럼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빨리 날아보라고 소리 지르거나 때려서는 날 수 없으며 날아오르는 방법을 알려주고 도와주어야 날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학교폭력의 피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는 불완전한 인격체인 아이들이 내면의 빛을 간직한 건강한 사회인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잘못된 것은 바로 잡되 최선을 다해 힘찬 응원을 보내준다면 보다 밝은 아이들의 모습, 보다 밝은 미래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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