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 즐거운 인생 텃밭에서 찾았죠"
"건강한 삶, 즐거운 인생 텃밭에서 찾았죠"
은퇴 뒤 도시농업으로 새 삶 일구는 황학순 씨 부부
  • 황해동 기자
  • 승인 2012.07.11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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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 소호동에서 22년째 텃밭을 가꿔온 황학순, 김점순 씨 부부가 봄 파종을 위해 밭을 일구고 있다.

“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는 20년이 넘었지요. 정년퇴직을 했는데도 학교 다닐 때보다 더 바쁜 것 같아요. 내가 농사지은 것 자식들, 이웃들과 나누고 건강도 챙기고 여생도 기댈 수 있으니 이만한 직업이 또 있나요?(웃음)”

대전 동구 소호동 텃밭에서 22년째 흙을 벗 삼아 온 황학순(64) 씨. 지난 28일 텃밭에서 만난 황 씨는 부인 김점순(60) 씨와 함께 열심히 밭을 일구고 있었다. 채소를 기르기 위해 올 초 새롭게 구입한 2000㎡의 밭이 황 씨의 새로운 직장이다. 나이는 60을 넘겼지만 나이에 비해 상당히 젊게 보이는 인상. 황 씨는 “흙과 함께 농사를 지어온 덕택”이라고 웃었다.

황 씨는 지난해 여름 대전 동아마이스터고등학교(옛 동아공고)를 퇴직했다. 교사 재직시절에는 학생들을 이끌고 국제기능경기대회 등에서 명성을 날렸다. 그가 농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는 아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 늘 마음 속 한 구석에는 흙에 대한 동경과 고향의 향수가 간직돼 있었다. 천성이 부지런하고 성실한 그는 우연한 기회에 소호동의 산자락 땅을 구입해 포도와 사과, 배 등 과실수를 취미삼아 기르기 시작했다.

시골에서 보고 배운 경험이 있어 농사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어설픈 실수도 많았다. 그러나 하나하나 배우고 체험하면서 재미를 찾기 시작했고 자식 같은 작물들이 주렁주렁 열매를 맺을 때는 그 무엇에도 비견할 수 없는 보람을 느꼈다.

“처음에는 실수도 많았지요. 동네 어르신들에게 막걸리 대접하면서 현장 기술을 배웠어요. 혼나기도 많이 혼났지... 이제는 나한테 배우려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20년을 넘게 텃밭을 일궈 온 황 씨는 이제 베테랑이 됐다. 전업 농부는 아니지만 웬만한 농사 지식은 그에 못지않다. 배우던 사람이 가르치는 사람이 된 셈이다. “인근 텃밭 주인들이나 퇴직 동료들도 나를 찾아와요. 알려줄 것도 별로 없는데... 직접 해보는 게 제일이지 뭐, 허허!”

기르는 작목도 늘었다. 처음에 포도 등 과실수 몇 그루로 시작했지만 각종 채소와 닭도 기른다. 거름은 황 씨가 직접 낙엽을 모아 발효시켜 만든다. 예전 시골에서 사용하던 자연농법 그대로를 고수해온 덕에 안전성만큼은 자신한다.

황 씨의 텃밭은 주변인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대전에 함께 거주하는 형님과 동생, 조카들도 틈나는 대로 텃밭을 찾아 일손을 거둔다. 가족들의 화합의 장소가 자연스레 마련된 셈이다. “잔디를 깔고 원두막, 황토방도 만들려구요. 여름에 손주 녀석들 물놀이하라고 아주 큰 풀도 사 놨어요. 이 밭에서 자란 채소를 따서 가족들끼리 바비큐 파티도 할 생각입니다. 따로 피서를 갈 일이 없을 것 같아요.” 황 씨의 포부가 살갑다.

그는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도 유명 인사다. 직접 기른 채소와 과일 덕분이다. 자녀, 형제들과 나누고도 이웃에게 돌아갈 만큼 충분하다.

“상추, 깻잎, 고추, 포도...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기른 것들이니 믿을만하지요. 광주리에 담아 엘리베이터 앞이나 현관 앞에 놓아두면 금세 없어져요. 아파트 사람들이 너무 고마워하고, 저도 뿌듯하고요...” 부인 김 씨는 수줍은 자랑을 늘어놓았다. 건강한 먹을거리를 나누면서 이웃들과 정도 두터워졌고 공동체가 형성됐다. 말 그대로 ‘이웃사촌’이 된 것이다.

건강에도 도움을 얻는다. 매일 공기 좋은 곳에서 건강한 노동을 하고 정신적 여유와 보람을 느끼는 자체만으로도 백약이 부럽지 않다. “직장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퇴직한 사람들에게는 이만한 선물이 없을 것 같네요. 주말에 짬을 내서 농사를 짓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보다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니 시작해보세요.”

황 씨는 “다른 이유는 없어요. 농사를 지으면서 우리 부부가 건강하고 자식들, 이웃들과 안전한 먹을거리를 나눈다는 게 보람이죠. 텃밭이 보배입니다.”라며 여생을 흙과 함께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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