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참 스승을 그리워하며
[시사프리즘] 참 스승을 그리워하며
  • 김현정
  • 승인 2016.05.13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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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문학평론가, 세명대 교양과정부 교수

[굿모닝충청 김현정 문학평론가, 세명대 교양과정부 교수]  5월은 ‘인간’의 소중함을 더 느끼게 해주는 달이다. 이 나라의 꿈과 미래인 어린이들의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고, ‘지금 여기’의 든든한 삶을 일궈온 어버이들의 ‘정성’을 느껴보고, 학생들이 스스로 참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혜’를 만들어주시는 선생님들의 ‘고마움’을 생각해보는 달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아동학대와 부모들의 삶을 한없이 외롭고 우울하게 만드는 노인학대가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 그리고 학생들의 폭언과 폭행으로 교권이 실추되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이렇듯 ‘인간’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있는 요즘, ‘일상화’된 교권 침해로 인한 교단의 암울한 현실이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까지 교사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고, 나아가 성희롱을 하거나 폭행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학교마다 수시로 발생하는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는 학생선도위원회를 통해 출석정지나 특별교육 같은 조치가 가능하지만, 학부모의 교권 침해는 법적 대응만이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어서 조치가 어렵다”고 하여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때로는 학부모의 교권 침해에 대해 학교와 교사가 법적 대응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또한 긴 재판과정에서 엄청난 정신적 충격과 생채기를 입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한다. 지난 해 인천의 전체 500개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학생,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는 모두 91건으로, 이 중 학생이 교사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 경우가 68건, 수업 진행을 방해한 경우가 9권, 성희롱한 경우가 4건, 폭력을 행사한 경우가 3건이라고 한다.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거나 폭언을 퍼부은 경우도 4건이나 된다고 한다. 이러한 교권 침해에 대해 학교가 취한 조치는 출석정지, 교내봉사, 반성문 작성, 특별교육이수, 전학 등이다.

문제는 이러한 교권 침해로 인한 교사들의 피해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교권침해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병가를 낸 교사가 9명이나 되고 전보 등 학교를 떠난 교사도 5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수치는 교육부에 보고된 경우이고, 실제 교권침해를 당하더라도 학교 이미지와 신뢰 등의 이유 때문에 자체 해결하는 등 보고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교권침해를 당한 교사의 경우 정신적 충격 때문에 더 이상 학생들에게 사랑과 열정을 쏟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커다란 문제이다.

이러한 교권침해의 기사를 접할 때마다 문득 20년 전에 제자들에게 많은 사랑과 깨달음을 주시고 불의의 교통사고로 작고하신 은사님 한 분이 떠오른다. 나는 그 분을 30여 년 전 대학에서 처음 만났다. 키가 크고 이목구비가 반듯하였으며, 선한 눈매를 지니고 있으셨다. 시를 쓰는 시인이었고, 권위주의를 모르는 소박한 분이었다. 그러면서도 할 말은 꼭 하시는 분이었다.

그러니까 선생님으로서의 권위는 있으셔도 권위주의는 없었고, 학생들에게 한없이 자상하면서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분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학생들과 야유회에 가서도 우리와 함께 식사를 하였고, 걸죽한(?) 막걸리도 잘 마셨으며, 공동체놀이를 하며 오랫동안 우리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과대표를 하던 시절, 학회비가 잘 걷히지 않아 돈이 부족하면 대신 내주셨고, 커다란 홍수로 인해 등록금을 내기 힘든 불우한 학생을 돕기 위해 일일찻집을 할 때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도시락을 싸오는 학생들이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연구실을 비어주셨고, 연구실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손수 차를 끓여 주셨다.

바른 소리를 잘 하시어 많은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티를 내지 않았고, 학생들이 천막에서 농성을 벌일 때 남몰래 빵과 우유를 전해주신 정 많은 분이었다. 학과에 커플이 생기면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안팎으로 도와주셨고, 그 커플의 부모님이 찾아오면 커플을 불러 힘을 보태주셨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부부의 인연을 맺은 커플이 제법 된다. 학생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실 때 자신의 체면이나 이해관계보다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학생들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셨다. 이러한 모습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선생님을 더 존경하게 되고 사제지간의 정이 더 돈독해지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선생님은 학생을 자식같이 아끼고 사랑하고, 학생은 선생님을 부모처럼 존경하고 따르게 된 것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필자 또한 선생님이 걸어가신 길을 되새기며 학생들에게 많은 사랑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선생님만큼은 아니어도 선생님을 닮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은사님이 작고하신 지 20년이 되는 지금, 우리는 은사님을 위한 작은 추모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 분에게 사랑받은 제자들의 온정이 하나둘 모이고 있다. 돌아가신 지 20년이 되었어도 마치 그 분이 살아있는 것처럼 말이다. 제자들을 위해 늘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신 은사님이 오늘 따라 더욱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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