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질하던 어머니는 어디 계실까?"
"키질하던 어머니는 어디 계실까?"
그리운 우리 문화 마중하기
  • 한남희 기자
  • 승인 2013.01.0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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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연구소 김영조 소장이 펴낸 '키질하던 어머니는 어디 계실까' (인물과사상사, 2012년 12월 17일)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한국문화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004년부터 9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2012년 12월 3일 현재 2,423회) 인터넷 한국문화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를 써서 1만여 명에게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알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푸른솔겨레연구소를 이끄는 김영조 소장이다. 그가 2011년에 펴낸 《하루하루가 잔치로세》는 날마다 하나씩 우리 문화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책으로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에 선정되었다. 이번에 나온 《키질하던 어머니는 어디 계실까》는 그동안 소개했던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주제별로 엮었다. 풍속부터 먹거리, 옷과 꾸미개, 민속품, 미술, 국악, 조선 철학, 이십사 절기와 명절까지 각 장에서 우리 옛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나긋나긋하고 재미난 말로 풀어냈다. 한 편씩 읽다 보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리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씨가 자라날 것이다.

 

감히 한국인에게 묻는다 우리 문화를 얼마나 사랑하느냐고

“구름 사이로 학이 날아올랐다. 한 마리가 아니라 열 마리, 스무 마리, 백 마리……. 구름을 뚫고 옥빛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갯짓을 한다. 불교의 나라 고려가 꿈꾸던 하늘은 이렇게도 청초한 옥색이었단 말인가. 이 색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영원의 색이고 무아의 색이란 말인가. 세속 번뇌와 망상이 모두 사라진 서방정토란 이렇게도 평화로운 곳인가.”

간송 전형필 선생은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보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일본인 전문 도굴꾼이 1,000원에 팔아넘긴 이 매병은 2만 원, 무려 기와집 스무 채 값으로 뻥튀기되었는데, 간송 선생은 한 푼도 깎지 않고 샀다. 그렇게 엄청난 대가를 주고서라도 일본인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았던 이 국보를 과연 한국인은 몇 명이나 보았을까?(223쪽)
그뿐만이 아니다. 어머니가 쭉정이 까부르고 알곡 가려내던 키가 무엇인지(14쪽), 아버지가 워~ 워~ 소를 몰며 논을 고르던 써레는 또 무엇인지(156쪽), 의금부와 포도청은 오늘날의 제도로 맞춰보면 어떤 기구인지(53쪽), 해금과 아쟁에는 무슨 차이가 있는지(232쪽) 등을 묻는다면 고개를 갸우뚱할 한국인이 많을 것이다. 시인 고은은 ‘그 꽃’이란 시에서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보지 못한/그 꽃”이라 읊었다. 우리는 앞만 보고 올라가느라 정작 정겨운 옛이야기를 놓치고 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한국인이 몰랐던 아름다운 한국 문화를 소개한다

옛사람의 삶에는 정겨운 옛이야기뿐만 아니라 오늘날 다시 되살려야 할, 우리가 놓치고 있는 좋은 풍습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요즘은 아이가 태어난 지 일 년이 되면 많은 사람을 초대해서 성대하게 돌잔치를 한다. 호텔 뷔페에서 이벤트업체를 불러 하는 일도 많다. 아이가 일 년을 못 넘기고 죽는 경우가 많아 첫돌이 엄청난 경사였던 옛날에는 오히려 소박한 돌잔치를 치렀다. 오른쪽의 본문(52쪽)처럼 친척들만 모여 조촐하게 돌잔치를 지내던 풍습을 허례허식에 빠져 있는 현대인이 본받아 되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 옛사람들은 식수원인 우물에서 물이 잘 나오도록, 또는 물이 맑아서 사람들이 배탈 나지 않고 건강하게 해달라고 매해 ‘우물치기’ 라는 샘굿(22쪽)을 했다. 우물 속에 빠진 두레박이나 줄 따위를 말끔히 치우고 깨끗한 자갈을 깔고 용왕님께 축문을 외우는 것이다. 온 마을 사람이 모여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이런 풍습은 설거지나 샤워를 할 때 수돗물을 펑펑 틀어놓는 우리에게 현대인의 삶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일깨워준다.

이처럼 《키질하던 어머니는 어디 계실까》는 우리가 잊고 있던, 현대에 되살려야 할 아름다운 전통문화와 옛사람의 삶과 정취를 엄선해서 소개한다.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에 견줄 수 있으며, 세계 민속악 경연에서 최고상을 받은 ‘수제천’.(243쪽) 이 수제천을 들은 외국인들은 천상의 음악이라고 격찬했지만 정작 한국인에게는 생소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해나가는 데 이 책이 하나의 굄돌이 되길 희망한다.

▣ 책 속으로

키는 탈곡이 완전히 기계화되기 전까지 농가에서는 없어서 안 되는 도구였습니다. 곡물과 함께 섞여 있는 겉껍질, 흙, 돌멩이, 검부러기 등을 털어내는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키로 곡물을 까불러서 이물질을 없앴지요. 키는 지방에 따라서 칭이, 챙이, 푸는체로도 부르는데 앞은 넓고 편평하고 뒤는 좁고 우굿하게 고리버들이나 대쪽 같은 것으로 결어 만듭니다. (중략)
경상남도에서는 정초에 처음 서는 장에 가서는 키를 사지 않는데 키는 까부르는 연장이므로 복이 달아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모르고 사온 경우라면 집안어른이 키를 부수어버립니다. 또 제주도에서는 섣달 그믐날 키로 점을 칩니다. 부엌을 깨끗이 치우고 키를 엎어두었다가 새해 아침에 그 자리를 살펴봅니다. 쌀알이 떨어져 있으면 쌀이, 조가 떨어져 있으면 조가 그해에 풍년이 들 것이라고 했지요.(14쪽)

등등거리는 소매가 없어 등배자(藤褙子)라고도 부르는데 등나무 줄기를 가늘게 쪼개서 얼기설기 배자 모양으로 엮어 만든 것으로 여름철 모시 적삼 밑에 받쳐 입습니다. 등등거리를 입으면 땀이 흘러도 옷이 살갗에 직접 닿지 않아 적삼에 배지 않고, 등등거리가 공간을 확보해주기에 공기가 통하여 시원합니다.
이 등등거리는 등나무 가지로 만든 팔에 차는 등토시와 함께 여름나기에 중요한 옷이었지요. 등등거리를 입은 선비는 쥘부채(합죽선)를 부쳐가며 책을 읽다가 죽부인을 안고 화문석 돗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습니다.(107~108쪽)

제주도에 ‘탐라인의 미소’라 불리는 수막새도 있습니다. 여인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는 이 수막새는 1960년대 초기에 한 절터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이 수막새는 척박한 땅, 바람 많은 고장에서 시달리며 살아온 제주 여인의 얼굴이 기와 와당으로 들어간 모습입니다. 풍요로운 얼굴에서 원만하고 너그러우며 포근한 제주 여인의 심성을 엿볼 수 있으며, 빼어난 예술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얼핏 보면 아이들이 그려 놓은 해님의 모습과도 비슷합니다. 제주민속박물관에 전시된 이 ‘탐라인의 미소’는 제주도 돌하르방과 함께 탐라인의 소탈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입니다.(175쪽)

관가로 출장 다니던 소반이 있습니다. 바로 공고상(公故床)이 그것인데 옛날 고관이 궁중이나 관가에서 숙직할 때 집의 노비들이 이 상에 음식을 얹어서 머리에 이고 날랐다고 하지요. 번(番), 곧 숙직이나 당직을 할 때 자기 집에서 차려 내오던 밥상이라 하여 번상(番床), 바람구멍을 냈다고 하여 풍혈상(風穴床)이라고도 합니다.
양옆을 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구멍이 ‘아(亞)’ 자나 ‘만(卍)’ 자로 된 뚫새김(투각) 무늬로 되어 있으며, 앞쪽에는 내다볼 수 있도록 구멍이 패어 있지요. 그래서 이 상은 머리에 이고 양쪽의 손잡이구멍을 붙잡고 앞을 바라보면서 걸어갈 수 있도록 한 소반입니다.(130쪽)

저자 소개 및 차례


▣ 저자 소개

한갈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으로 2004년부터 날마다 인터넷 한국문화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를 9년째 하루도 쉬지 않고 써서 1만여 명의 독자에게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간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 <김영조의 민족문화 바로 알기>를 800여 회 연재했으며, 각종 언론 매체에 전통과 어우러진 한국 문화의 아름다운 속살을 쉬운 언어로 소개하며 한국 문화 대중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한편, 일본 속의 한국 문화에도 꾸준한 관심을 둬 오사카․교토․나라․도쿄 등지에 산재한 한국 문화 유적지를 직접 발로 찾아다니며 한국인에게 알리는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맛깔스런 우리 문화 속풀이 31가지》, 《하루하루가 잔치로세》, 《신 일본 속의 한국문화 답사기》, 《아무도 들려주지 않는 서울문화 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 차례

머리말 천상의 음악 수제천을 들으며
1장 풍속 편 - 옛사람은 어떻게 살았나?
2장 먹거리 편 - 옛사람은 무얼 먹고 살았나?
3장 옷과 꾸미개 편 - 옛사람은 무얼 입고 살았나?
4장 민속품 편 - 옛사람의 소박한 물품
5장 미술 편 - 옛사람의 멋이 느껴지는 그림
6장 국악 편 - 서양음악과 다른 우리 음악의 매력
7장 조선 철학 편 - 아름답고 슬기로운 옛이야기
8장 24절기와 명절 편 - 24절기에서 배우는 옛사람의 지혜
- 명절에서 배우는 옛사람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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