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부지 매입비가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한 새해 예산안에 한 푼도 반영되지 않은 것과 관련 지역 정치권이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이번 예산반영 불발을 전적으로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선인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는 반면, 새누리당 쪽에선 이상민 의원의 무능력 탓으로 돌리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이상민 민주통합당 대전시당 위원장은 2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선거기간 뿐만 아니라 당선 후에도 ‘약속 대통령’을 자임해온 박 당선인이 지역에서 여러 차례 약속해왔던 과학벨트 국고지원 약속을 첫 번째로 뒤집는 모습 보여 매우 안타깝다”며 “박 당선인의 첫 번째 약속뒤집기로 과학벨트가 희생양이 됐다”고 비난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부지매입비 확정이 안 되면서 사업 자체가 좌초될 위기에 처한 이상 지역사회 후폭풍과 타격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며 “과학벨트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오롯이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의 책임” 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이에 대해 진동규 새누리당 대전 유성구 당협위원장은 “과학벨트 부지 매입비가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한 것은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이자 해당 지역구 의원인 이상민 의원이 스스로 무능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 위원장은 이어 “초선도 아닌 3선 의원이 자기 지역구도 챙기지 못하고 오히려 남의 탓인 양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은 창피스러운 일 아니냐”고 따지며 “다른 의원들이 이른바 ‘쪽지 예산’ 비난을 받으면서도 자기 지역구 챙기기에 여념이 없을 때 이 의원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를 바라보고 있는 지역민들은 가뜩이나 과학벨트 사업이 무산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과 함께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전시민 이 모(만년동·41) 씨는 “과학벨트 예산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지역민들의 불안과 배신감이 고조되고 있는데 지역 정치권 인사들은 힘을 모아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은 하지 않고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다”며 “이래서야 어디 과학벨트가 제대로 들어설 수나 있을지 걱정된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가운데 대전시는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시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오히려 다행이라는 입장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2일 “예결위가 정부안을 수용해 175억 원을 예산에 반영했다면 시는 빼도 박도 못하고 매칭펀드 형식으로 175억 원을 내야 할 상황이었다”며 “지난달 30∼31일 국회 의장실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에 정부안을 수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런 내용이 예결위 위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염 시장은 또 “과학벨트 부지 매입비는 반드시 전액 국비로 지원해야 하며, 결국 이 문제는 새 정부에서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정상적인 사업추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전시가 앞장서서 예산을 전액 삭감하도록 배짱을 부린 것은 앞으로 상황이 악화될 경우 스스로 족쇄를 채운 꼴이 되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