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권선택 재판 공개변론과 국민 알권리
[노트북을 열며] 권선택 재판 공개변론과 국민 알권리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6.06.26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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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정치팀장

[굿모닝충청 이호영 기자] 공개변론, 항소심의 결과에 승복하지 못해 진행되는 상고심 재판에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사건 관련 전문가 및 참고인을 출석시켜 의견을 청취하는 것.

지난 16일 대법원에서는 현행 선거법과 관련 의미 있는 공개변론이 열렸다.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를 1년 6개월 앞두고 권선택 대전시장을 주축으로 설립된 ‘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의 공직선거법위반(유사선거기구 구성 및 사전선거운동) 혐의 재판에서 촉발된 정치인들의 포럼활동 범위와 기간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 문제가 핵심 초점이었다.

대법원은 이날 법원 홈페이지와 KTV는 물론 포털사이트와 대법원 유튜브까지 동원해 공개변론 실황을 생중계 한 것은 그만큼 이 사건에 대한 판결 결과가 미칠 사회적 파장이 클 뿐 아니라 국민적 여론과 반응을 지켜봐야 할 만큼 큰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는 반증이었다.

일반적으로 대법원은 사건처리의 신속성을 위해 주로 서류심사만 한 뒤 법정에서 선고를 진행한다. 하지만 재판과정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위해 지난 2003년 10월 ‘대법원에서의 변론에 관한 규칙’을 제정한 뒤 사회적 이슈가 되는 주요 사안을 선택해 공개변론을 시작했다.

이날 권 시장 공개변론 역시 현재 거의 모든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활동에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는 포럼과 관련, 선거운동의 자유와 정치신인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차원에서 시대상황과 맞지 않는 현행 선거법상 선거운동의 기간과 방식에 대한 제한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탈법을 막기 위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크게 상충됐다.

특히 이날 관심을 끈 부분은 “포럼활동에 대한 잣대가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되고 있다”는 변호인 측 주장과 “권 시장 포럼의 경우 특정선거를 겨냥해 일반적 정치활동을 넘어섰다”는 검찰 측 주장.

변호인 측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제정책연구원,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미래연구원처럼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미 몇 해 전부터 싱크탱크란 기구를 만들어 이를 활용한다”고 설명한 뒤 “결국 대선에서는 유사기관 활동 이루어지는 셈인데, 이를 결코 나쁘다고 보지 않는 것처럼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선거에게도 동일한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우선 검찰은 “포럼활동을 위한 1억 5900만 원의 기금 마련과 3개월에 걸친 77개 행정동 순방, 전통시장 상품권 무상배포, 서거구민과 직접 악수를 하고 돌아다닌 권 시장의 경우는 일반 사회단체로서의 포럼활동의 범위를 넘어선 사전선거운동” 이라며 예외적 상황을 강조했다.
공직선거법 자체에 대한 학자들의 논쟁도 맞붙었다.

검사 측 참고인으로 나선 강경근 숭실대 교수는 “대한민국이 짧은 기간 민주주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선거법을 토대로 한 공정한 선거운동과 엄정한 법집행이 역할을 했고, 그동안 우리 선거법은 69건의 개정을 통해 깨끗하고 돈 안 드는 선거, 선거부정 및 부패방지, 자유민주적 의사표시를 강화해 왔다”며 “만약 선거법을 완화할 경우 후보자간 과열경쟁 및 경제력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불법·탈법 선거운동이 크게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반해 변호인 측 참고인으로 나선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우리의 공직선거법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선거운동 주체와 방식, 기간에 대해 매우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제한한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선거법은 후보자와 유권자의 접촉과 소통을 제한해 대의민주주의 작동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법관들까지 가세해 2시간 넘게 양측의 치밀한 논거를 바탕으로 한 주장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여과 없이 전달된 이날 공개변론은 앞으로의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이를 지켜본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전달하며 그동안 우리사회 민주주의 발전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어찌 보면 범접할 수 없는 금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대법원 판단과정에까지 국민적 의식과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역시 “오늘 변론 내용을 기초로 신중한 판단을 내리겠다”고 공식입장을 표했다.

이번 공개변론이 앞으로 대법원 판단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겨졌지만 정치·경제·사회적 제반 여건의 발전과 민주의식 성숙도, 국민 알권리와 참여를 바탕으로 과연 앞으로 우리사회의 법제도를 어떻게 세우고 반영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공론의 장이 됐다는 점에서 만큼은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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