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아동성교육 Q&A] “엄마, 내 짝꿍은 고추가 없어!”
[생활&- 아동성교육 Q&A] “엄마, 내 짝꿍은 고추가 없어!”
  • 윤현주 기자
  • 승인 2016.07.28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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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윤현주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아이를 키우다 보면 때때로 낯 뜨거운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성(性)에 대한 질문이다. ‘엄마는 왜 고추가 없어?’로 시작해 ‘아기는 어디서 나와?’까지 답하기 곤란한 질문들을 쏟아낼 때 마다 엄마는 진땀을 뺀다. 여기에 호기심에서 비롯된 어떤 행동까지 더해진다면 엄마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 졸도할 지경이다. 그러나 뭘 어떻게 알려주어야 할지 몰라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성교육에만 의존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 아이 성교육, 그냥 어린이집에 맡겨 놓고 있으면 될까? 부모교육 전문가, 문경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김현미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김현미 교수와의 일문일답.

마냥 아기인 줄 알았던 내 아이가 성에 눈 뜨는 과정이 기특한 게 아니라 당황스러운 엄마들이 많다. 성교육을 해야 할 시기가 왔다는 건 알겠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 성교육이 낳은 문제점이 아닐까 싶다. 성은 부끄러운 것이고 그래서 적당히 숨기는 게 미덕인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성교육 또한 신체의 명칭과 기능을 알려주는 기능교육과 순결교육으로 이뤄졌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성교육에도 조금 변화가 생기긴 했지만 사실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특히 유아기 성교육은 “안돼요!“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언제 부터 성교육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라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성교육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시작된다. 다시 말해서 언제부터라는 개념이 없는 교육이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인지하는 순간부터 성역할을 배운다. 그런데 가정 내에서 부모가 잘못된 성역할을 보여준다면 그 아이는 잘못된 성인식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성교육을 일상교육이라 이야기한다. 일상 속에서 아이들에게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일상 속 성교육?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가장 기본적인 교육은 아이가 스스로의 몸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요즘은 그런 부모가 많지 않지만 예전에는 남자아이에게 “고추 따먹자”며 장난을 치는 어른들이 많았다. 여자 아이에게는 “아저씨한테 뽀뽀해줘” 하며 아이가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스킨십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두 가지 다 정말 위험한 행위다.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안돼요!”하고 거부해야 한다고 가르칠 게 아니라 자신의 몸이 소중하다는 것을 인지 할 수 있게 하고 내 몸은 내 것이라는 주체성을 갖게 해주어야 한다.

엄마, 아빠가 사랑하며 사는 모습이 아이의 성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이이야기를 한다. 맞는 말인가?
부모님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은 아이의 인성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사랑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아이가 어리면 부모와 한 방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이가 잠들어 있을 때 부부관계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린데다 잠까지 들었으니 모를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어른들의 착각이다. 24개월 이후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보고 느낀다. 그래서 24개월 이상 아이를 둔 부모는 아이가 없는 곳에서 사랑을 나눠야 한다.“

가끔 육아카페에 아이에게 부부관계를 들켰다는 글이 올라온다.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를 하는 게 맞는가?
실제 다섯 살 여자아이가 부모님의 부부관계를 목격하고 아빠를 멀리하는 경우가 있었다. 아이의 눈엔 아빠가 엄마를 아프게 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눈엔 부모의 행위가 ‘사랑’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엄마에게 ‘아이가 기분 좋게 아플 만큼 꼭 껴안아주라’는 미션을 내린 적이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엄마와 아빠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다. “아빠는 엄마를 아프게 한 게 아니야. 그건 사랑하는 거야. 엄마가 네가 너무 예뻐서 힘주어 껴안는 거랑 비슷해. 대신 엄마랑 아빠처럼 사랑하는 건 어른이 되어서 결혼을 했을 때 할 수 있는 거란다.”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해주는 거다. 물론 아이가 어느 수준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보고 그 수위를 결정해야 한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엄마가 너무 앞서서 설명을 하게 되면 오히려 아이가 억지로 성에 눈을 뜨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의 수준에 맞춘 성교육이라… 말은 쉬운데 사실 너무 어렵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구체적 방법을 배울 있는 곳이라도 있었으면 싶다.
“말로 일일이 풀기 어렵다면 책을 활용하는 방법을 권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성교육 책을 잘 구입한다면 아이에게 올바른 성의식을 보다 쉽고 정확하게 심어 줄 수 있다. 요즘 나오는 성교육 책은 숨기거나 감추지 않는다. 삽화 또한 솔직하다. 가끔 부모들에게 책을 보여주면 ‘이렇게 적나라해도 되나?’ 이야기 하는데 사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삽화나 책의 내용이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명확하게 설명해주니 좋아한다. 어른과 아이의 눈높이가 다른 것이다.

아이의 바른 성교육을 위해 부모가 보다 신경 써야 할 것이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
스마트 폰을 아이에게 쥐어주는 것을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아이들이 의도치 않게 성에 눈을 뜨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리고 어떤 이유든 간에 아이들끼리 방치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친목도모를 한다는 이유로 어른들은 술을 마시고 아이들은 자기네들끼리 놀게 내버려뒀는데 그 사이 성추행이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 알려지지 않은 사건은 더 많을 것이다. 이런 일이 나의 일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시선을 떼지 않는 게 좋다. 그리고 아이가 성에 대한 질문을 할 때 절대 피하지 말아야 한다. 성에 관심을 갖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부모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가르쳐 주어야 한다. “왜 내 짝꿍은 고추가 없어?”와 “할머니는 왜 흰머리가 많아?”는 같은 맥락의 질문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김현미 교수의 성교육 추천도서

가족이 함께 보는 출산 그림동화  [아가야 안녕?], [엄마가 알을 낳았대]
가정 내 아동 성폭력 문제를 다룬 [가족앨범] 
남자와 여자의 특성을 설명해주는 [나 남자 맞어?]
생명이 탄생 과정과 존재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내 동생이 태어났어]
어린이 성폭력의 대처법을 다룬 [슬픈 란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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