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대전 교육의 ‘9시 등교’와 ‘우레탄 트랙’
[노트북을 열며]대전 교육의 ‘9시 등교’와 ‘우레탄 트랙’
  • 한남희 기자
  • 승인 2016.08.02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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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희 교육사회팀장

[굿모닝충청 한남희 기자] 1년 전 이맘때 대전시교육청 대강당에서는 대전지역 고교생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전교육 공감토크’가 열렸다. 설동호 교육감 취임 이후 다섯 번째 진행된 공감토크에서 학생들이 꺼낸 얘기는 놀랍게도 “배가 고프다”는 것이었다.

물론 돈이 없어 급식을 먹지 못해 배가 고프다는 말을 아니었다.

등교 시간이 일러 아침을 먹지 못해 그렇다는 것이었다.

2014년 지방선거 이후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먹이자”며 시작된 ‘9시 등교’는 지난해 초 전국적인 논제로 부상했다. 충남북교육청을 비롯해 서울, 경기, 세종시 등 전국 대부분의 교육청이 추진키로 하는 등 대세로 굳어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중도내지 보수로 평가받고 있는 대전의 설 교육감은 신중하면서도 미온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아직 믿을만한 학습효과 검증이 없다. 연구가 필요하다”며 “학교장의 권한이다”는 기존 논리를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교육 현장을 지휘하는 학교장에게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또 한 번 교육청이 권한을 포기한 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설 교육감은 당시 ‘충분한 효과성 검증과 문제점 분석’을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9시 등교’와 관련해 추가 논의나 효과성 검증을 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최근 중금속이 검출된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을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대전시교육청의 ‘무한 자율성’ 부여는 또 한 번 논란을 빚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우레탄 트랙 중금속 파문이 터지자 단순하게 어떤 것으로 교체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수요조사를 진행했고, 대부분의 학교가 우레탄 재시공을 원했다.

환경단체와 전교조 등에서는 우레탄 재시공에 대해 “관리 편리성 이유 하나 때문에 환경호르몬 유해성과 교체연한에 따른 재시공으로 학생들의 건강권과 예산 낭비가 무려된다”며 마사토 운동장으로의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귀를 연 상당수 시도교육청이 일선 학교장과 재논의에 들어갔고, 적지 않은 학교가 마사토나 천연잔디 교체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지난 1일 간부회의에서 “우레탄 트랙을 마사토로 재시공하자”는 입장을 피력한 뒤 이튿날 우레탄 트랙에서 유해성분이 검출된 학교장 100명을 대상으로 ‘학교 운동장 우레탄이 최선일까’ 개보수 설명회를 가졌다.

진행방식에 차이는 있지만 강원과 경남, 세종, 전남북, 충북교육청 등도 마사토 교체로 사실상 방침을 굳혔다.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나머지 교육청도 조만간 비슷한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 대덕구의 한 초등학교 우레탄트랙에서는 기준치의 36배에 달하는 납성분이 검출됐다. 환경기준이 강화된 2012년 말 이후 설치된 우레탄 트랙에선 중금속은 검출되지 않았지만, 내분비계 교란물질인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phthalate)가 들어있다고 한다.

대전시교육청도 하루 빨리 교육 구성원들에게 우레탄 재시공의 문제점을 알리고, 마사토 시공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전문가들과 논의해야 한다.

아이들의 건강을 우선한다면 문제가 된 우레탄 트랙은 철거와 재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려 하지 말고, 우선 걷어내 폐기하는 게 순서다.

우리 교육의 희망은 멀고 어려운 곳에 있지 않다. 아침밥 든든하게 먹고 8시 반 마사토 깔린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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