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복합테마파크, "양손에 떡은 없다"
롯데 복합테마파크, "양손에 떡은 없다"
  • 임양빈
  • 승인 2012.07.12 14: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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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지난 5월 말 대전시에 복합테마파크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계획대로 엑스포과학공원에 재벌기업 롯데의 복합테마파크가 들어선다면 다른 한 가지는 포기해야 할 것이다. 과학공원 설립목적의 훼손이 될 수도 있고 지역상권의 피폐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문제는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대전 브랜드'의 훼손이 예상된다면 이는 새로운 문제의 출발이라는 점이다.

민선5기 대전시정이 이처럼 재벌자본 유치를 통한 대형개발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 대통령들만큼 대형 사업에 집착하는 지도자들도 없다. 1981년부터 15년 간 대통령을 지낸 프랑수아 미테랑은 '스핑크스'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파라오식 프로젝트에 매달렸던 탓이다. 파리 국립도서관과 루브르 박물관 앞마당의 유리 피라미드가 그의 작품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파리를 위성도시와 합쳐 거대하게 변모시키겠다는 ‘르 그랑 파리’(Le Grand Paris) 사업을 추진했다. 프랑스 대통령들이 거대 건설 사업을 경쟁적으로 벌이는 이유는 뭘까? 다양한 해석이 있겠지만 수도와 문화에 발자취를 남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를 두고 정치 심리학자들은 지도자들의 ‘거대 구조물 컴플렉스’라고 불러왔다.

우리나라 역시 거대 구조물 컴플렉스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다. 박정희·전두환 대통령 시절 벌인 거대 건설 사업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민주화가 진전되고 경제가 고도화되면서 이런 경향은 한결 누그러지는 듯 했다. 그러다 극적으로 부활했다. 두 말 할 것 없이 청계천 복원 사업 때문이다. 물론 이 사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문제는 청계천 이후다. 지도자들의 거대 구조물 컴플렉스가 노골화되고 있어서다. 이명박 대통령은 강과 물에 매달리며 4대강정비 사업을 서둘러 끝마쳤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뭍과 강에 빠져 있었다. 디자인 서울과 한강 르네상스 역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대 구조물 프로젝트에 다름 아니었다.

다른 지자체들이 벌이는 사업도 비슷하다. 한결 같이 돈벌이가 아니라 돈 쓰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당장은 이들 사업이 내건 명분은 그럴싸하다. 불황을 이기기 위한 내수 진작책이다. 게다가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려는 원대한 계획이다. 그러나 본질은 명분과 딴판이다. 운 좋게 유권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라도 해주면, 졸지에 차세대 리더로 부상하는 밑질 것 없는 장사다.

대가는 치명적일 것이다. ‘인간에게는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법칙이 있다. 뭔가 이상하고 위험하다고 느끼는 사람만이 선제적으로 위험을 볼 수 있지만, 아무도 불편한 현실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일이 터지고 난 뒤 ‘몰랐다’면서 누군가의 탓으로 돌린다.

20년 넘는 일본의 경기침체 원인은 과잉품질, 과잉기능, 과잉생산 탓이다.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는 이미 이 같은 과잉을 배제하는 쪽으로 가고 있었다. 버블경제 당시 일본의 지역개발은 화려하게 이루어졌지만 그 성공 속에는 이미 수요 감소라는 실패요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대전시정은 끝없는 성장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과잉요소를 줄여야 한다. 복합테마파크를 비롯한 프리미엄아웃렛의 과잉공급에 대전의 성장 동력을 맡길 수는 없다. 정상적인 도시행정이라면 공급량을 조정하고 수요가 예상되는 분야를 겨냥해 미래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경제학자 케인스의 일반이론에 따르면 투자는 야성적 충동의 하나다. 정주영 회장의 현대가 전자를 하고 이건희 회장의 삼성이 자동차를 한 게 다 ‘애니멀 스피리트’이다. 동물적 근성이든 야성적 충동이든 머지않아 신세계와 롯데가 벌일 대격돌을 대전경제가 어떻게 감내할 것인지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미국 발 경제위기가 월가만의 책임이 아니듯이 대전의 정체성 훼손은 정책결정권자만의 책임이 아니다. 유혹한 누군가도 나쁘지만 누군가의 유혹에 넘어간 대전 시민들의 책임도 크다. 그동안 재벌자본 참여를 통한 대형 개발사업이 익숙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그 바깥에 해답이 있을 수 있다. 트렌드는 좇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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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구 2012-07-30 17:22:49
과학공원은 제 기능을 잃은지 오래고,
이를 개선하기위해 수많은 시도를 했지만
대안을 못찾다가 복합테마파크를 유치한것이 아닌가?

복합테마파크가 들어선다면
지역상권이 활성화되는 구심점이 되고
대전시장 활성화에 새로운 전기가 될것이다.

서울로 롯데월드를 찾아 가거나
에버랜드를 찾아가는 수요를
대전으로 유치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엑스포가 하루빨리 복합테마파크로 변신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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