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제보다 더 끈끈한 동료애를 풍기는 주인공은 대전시청 공보관실 문정석(53) 주무관과 자치행정국 시민협력과 종합민원실 송민섭(47) 주무관.
문 주무관이 2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소아마비로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송 주무관 손과 발이 되어준 것.
이들의 인연은 23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1990년 초 대전 동구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둘은 각각 민원실과 세무과에서 민원 업무를 담당하면서 가까워졌다.
1992년 말 송 주무관이 동구청을 떠날 때까지 3년 가까운 기간을 거의 붙어 다니다시피 했다. 점심·저녁시간은 물론 회식자리 이동, 업무 출장 등 거의 모든 이동 경로에서 문 주무관은 송 주무관의 휠체어를 밀었다.
몸이 불편한 송 주무관으로서는 문 주무관이 친형, 그 이상의 존재였다. 문 주무관도 송 주무관을 친동생 이상으로 여겼다.
학연, 지연, 혈연… 둘 사이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순수한 직장 동료로서 우정을 키웠다. 공교롭다면 둘이 똑같이 7남매 중 6번째란 사실과 같은 일을 하는 공무원 동료라는 사실뿐이다.
근무처가 바뀐 후에도 둘은 수시로 만나 우정을 나눴다. 만남의 기회가 줄었을 뿐 둘의 ‘형제애’는 변함이 없었다.
이들이 한 사무실에서 다시 만난 건 2011년 초 대전시청 종합민원실에서다. 20년 우정은 시청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은근한 질투(?)를 불렀다. 염홍철 대전시장도 눈여겨보며 공무원들의 귀감으로 언급할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문 주무관이 2012년 공보관실로 자리를 옮겼지만 아직도 송 주무관의 휠체어에서는 문 주무관의 손때가 묻어난다.
지난 17일 6급 이하 인사 발령에서 문 주무관이 보건복지여성국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자,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네고 소주잔을 기울인 것도 송 주무관이다.
18일 대전시청 1층 로비에서 만난 송 주무관은 문 주무관에게 스스럼없이 농담을 던졌다. 그러면서도 “정말 고맙죠. 멀리 떨어진 형제가 정석이 형만 하겠어요?”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문 주무관 역시 “동생이죠. 이제는 누구보다도 서로를 잘 알고 또 도와주며 지내요. 서로에게 활력소이고 힘이 됩니다”라며 웃어보였다.
문정석·송민섭, 둘은 “우리의 인연이 20여년을 흘렀지만 아직도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