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더워도 다시 한 번
[취재수첩] 더워도 다시 한 번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6.08.19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정민 기자

[굿모닝충청 이정민 기자] 기자가 대학생일 때 대전의 모 백화점에서 주차 안내 알바를 했다.
당시 동료들은 “폭염엔 사람들이 백화점으로 몰린다”며 날씨와 백화점의 상관관계를 알려줬다. 더운 날씨엔 시원한 백화점에서 쇼핑도 하고, 식사를 하며 보내는 게 최고라는 것이다.

이후 기자는 알바를 가기 전날 날씨를 자주 확인했다. 단순히 일이 많아지는 것도 있었지만, 주차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찾아오는 사람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져 욕설 섞인 불평불만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간이 흐른 지금, 새로운 출입처 인사 차 지역 백화점에 방문했다. 평일 치고 백화점으로 가는 차가 많았다. 평일이 이 정도 인데, 올해 여름 주말에는 백화점 및 마트에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주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폭염에 여전히 많은 짜증을 낸다고 한다. 특히 올해 기록적인 폭염에 이 같은 불만은 더 심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받아들이는 주차 요원 역시 스트레스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더운 날씨에 서로가 예민해진 셈이다.

이처럼 폭염은 사람들의 불쾌지수를 높인다.

그런 폭염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입추가 지났지만, 태양은 여전히 뜨거운 열을 내뿜으며,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론 열대야로, 지난 15일 기준 서울의 경우, 열대야가 24일 연속 발생하면서 최고 기록을 가진 1994년을 넘어서는 등 전국적으로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열대야에 시민들은 불면증을 시달리고 있다.

충청권의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같은 날 오후 4시 기준 충남 공주와 세종은 각각 37.5도, 36.9도로 올해 최고 기온을 갱신했다. ‘이제 동남아 갈 필요가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 것도 이 같은 무더위 때문이다.

이런 폭염은 사람들의 신경을 날카로워지게 하는 것을 넘어서 폭력의 주범으로 여겨진다. 평소 같았으면 넘어갔을 법한 일에도 무더위에 따른 수면 부족 및 스트레스 때문에 폭력 범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대검찰청의 2014년 범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연간 폭력범죄 23만 3650여건의 27.3%인 6만 3700여건이 여름철인 6월부터 8월 사이 발생했다. 이 기간 발생한 폭력범죄는 가을(9~10월), 겨울(12~2월)과 비교해 각각 11%, 26% 가량 많았다.

추정되는 사례도 전해진다. 기온이 33도가 오르던 지난 4일 충북 청주에선 한 남학생이 여학생을 무차별 폭행했다. 자신을 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게 그 이유다.

또 지난달 중순 광주에선 한 포차에서 술을 마시던 한 청년이 다른 사람에게 맞아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 폭행 이유는 어깨를 부딪치고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가해자는 폭력 전과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무더위에 ‘폭염범죄’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고 날씨가 마냥 선선해지기 기다릴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모두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더워도 다시 한 번, 짜증나도 다시 한 번,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게 무더위를 보내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닐까? 시간이 흐르고 올해 여름에 대해 ‘정말 더웠다’며 단순하고 평온한 기억이 남게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