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예산 통합과 욕속부달(欲速不達)
홍성·예산 통합과 욕속부달(欲速不達)
노트북을 열며 I 이석호 충남본부장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3.02.11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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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전국시대 거보라는 고을의 태수가 된 자하(子夏)가 어느 날 스승인 공자를 찾아와 정치하는 법을 물었다. 공자는 미소를 지으며 답하기를 “욕속부달 욕교반졸(欲速不達 欲巧反拙)”이라 했다. ‘급하게 서두르면 일이 성사되기 어렵고 너무 잘하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는 뜻이다. 논어(論語)의 ‘자로편(子路篇)’에서 유래한 고사다. 우리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모든 일을 순리대로 차근차근 추진해야 일을 성사시킬 수 있다는 경구인 셈이다.

연초부터 홍성과 예산 통합 문제로 양 지역 주민들 간에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홍성과 예산의 통합문제는 지난 2009년 한차례 진통을 겪은 뒤 수년간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런데 새해 벽두 이 문제가 다시 불거져 양 지역 사이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홍성과 예산의 통합문제는 지난 2009년 홍성에서 성급하게 통합론을 제기하는 바람에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당시 통합론을 제기한 홍성지역은 대체적으로 예산과의 통합에 찬성하는 분위기였지만 예산지역은 홍성의 일방적인 제의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거세게 반발했다. 거리 곳곳에 수백여개의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매일같이 반대 및 비난 성명이 난무하는 등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통합은 감정의 골만 깊게 만든 채 무산됐고 지역 분열과 대립관계 형성 등의 엄청난 후유증을 남겼다.

잠잠했던 통합 갈등 재연은 지난달 초 김석환 홍성군수의 기자간담회가 발단이 됐다. 김 군수는 “내포신도시가 홍성과 예산에 맞물려 있어 양 지역의 통합은 불가피하고 양 군이 상생발전하려면 머지않은 장래에 통합해야 한다”면서 통합의 당위성을 다시 꺼냈다. 물론 발언의 수위는 통합에 대한 원론적인 생각을 피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예산지역의 반응은 민감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해당 자치단체장이 직접 통합 문제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예산지역에서는 내포신도시의 조기 정착이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통합론을 제기하는 것은 지역발전을 저해하고 갈등만 부추기는 꼴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자치단체장 개인의 원론적인 발언이었지만 지역에 미치는 파장은 이외로 컸던 셈이다.

행정구역 통합과 관련한 갈등은 비단 홍성과 예산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2년 전에 통합을 이룬 창원시는 추진 과정에서 엄청난 갈등을 겪어야 했고 아직도 통합 시청사 위치 등을 놓고 창원, 마산, 진해권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3전4기의 우려곡절 속에 지난해 통합을 결정한 청주시와 청원군도 통합을 성사시키는데 무려 18년이란 세월을 보내야 했다. 지난 1994년 첫 통합을 시도한 후 2005년, 2010년 등 3차례 통합을 꾀했지만 번번이 주민 공감대와 여론 형성 실패 등으로 상처만 남긴 채 결실을 맺지 못했다.

가까스로 통합이 성사되기는 했지만 주민 화합이나 통합 시청사 위치, 행정구역 재조정, 공공기관 안배 등 갈등의 불씨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앞으로도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성과 예산의 통합은 내포신도시를 정점으로 충남의 중심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백년대계를 만드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홍성과 예산의 행정구역 통합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

지역 발전을 위한 통합방향이 무엇인지, 주민들은 어떤 통합을 원하는 지 등의 여론을 수렴하고 통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시킨 뒤에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 같은 생활권에서 움직이는 양 지역 사이에 동질감을 찾고 역사, 문화를 아우르는 아래로부터의 대통합이 선행돼야만 갈등과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단순하게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했으니 빨리 홍성과 예산이 통합하자는 식은 설익은 행동에 불과하다. 섣부르게 어느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통합논의를 제기하는 것은 오히려 통합에 독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서두를수록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욕속부달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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