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일반인이 원치 않게 공인(?)된 사연…
[취재수첩] 일반인이 원치 않게 공인(?)된 사연…
  • 남현우 기자
  • 승인 2016.10.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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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우 기자

[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공인.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흔히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공인의 의미는 몇 가지로 압축된다.

국방부가 “공인인 김제동의 근거 없는 발언으로 기관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국정감사 출석을 요구하는 등 요란스러운 ‘소동’이 있었다.

이때 김제동은 한 행사의 토크콘서트에서 “공인이란,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공무원들을 조사하고 감독하라고 국민이 내는 세금을 받고 국정감사 하는 건데 왜 나를 부르냐”며 나무랐다. 그는 ‘공인=공무원’으로 정의한 것이다.

맞다. 김제동이 말하는 공인(公人)은 국어사전상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사실 이날 토크콘서트에서 ‘공인 발언’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공인의 의미’ 중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실제 일상생활에서는 ‘공인=공무원’ 공식보다는 ‘공인=연예인’ 공식이 더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연예인으로 국한시켰지만 그들뿐만 아니라 기업인, 아나운서, 작가, 정치인, 심지어 유명 PD까지 각종 언론·방송매체들을 통해 대중들이 “아 그 사람?”하고 인지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이 공인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원치 않게 공인이 돼, 겪을 필요 없는 ‘구설수’에 휘말리는 일반인까지도 생긴다는 것. 지난 9월 대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떠들썩했던 ‘대전 여대생 A양 실종 사건’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리라고 생각한다.

꽤 떨어진 하천 주변에서 A양의 휴대폰이 깨끗하게 초기화된 채 발견되면서 사건은 미귀가가 아닌 납치·살인 등 범행을 염두에 두고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기 시작했다. SNS를 통해 A양의 인상착의가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각종 언론에서는 연일 기사를 올렸다.

하지만 범행 사건인줄만 알았던 이 사건은 A양의 단순가출이었다. 경찰은 남자친구와 여수에서 발견된 A양이 ‘집안 문제’라는 애매모호한 동기로 가출하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말했으며, 당시 많은 부분이 의심스러웠지만 사건은 빠른 속도로 종결됐다.

분명히 A양이 무사히 돌아온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녀를 찾고자 쓴 수백 건의 기사와 수십만 건의 SNS 게시글 공유글로 인해 A양은 범죄의 희생양은 되지 않았지만 ‘공인’의 희생양이 되어버렸다.

A양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다. ‘부모와 싸워서 가출한 것이다’, ‘알고 보니 남자친구가 납치한 건데 진술하지 않았다’ 등 당사자 말고는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황임에도 악성 루머가 계속해서 나온다. 정말 원치 않게 ‘공인=연예인’ 공식에 끼워 맞춰진 것이다.

A양의 친언니 또한 몸살을 앓았다. 친언니는 당시 SNS에 글을 올릴 때 동생을 찾고자 자신의 번호를 올려놨다. 몇몇 전화와 문자를 제외하고 하루에도 수백 건, 수백 통씩 허위문자·전화가 와 휴대폰을 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대중에 공개된 A양의 얼굴, 그녀가 다니는 학교, 친구관계 등 일반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것들을 많은 부분 포기하게 될 것 같아 안타깝다. 사실이야 어찌됐든 그녀가 무사히 돌아온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그만 잊어주는’ 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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