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D로 보고 제어하는 단백질 화학반응 매커니즘 규명
3 D로 보고 제어하는 단백질 화학반응 매커니즘 규명
IBS 이효철 그룹리더팀...신약개발․의학 치료 등 다양한 적용 가능
  • 최재근 기자
  • 승인 2013.02.1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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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반응 황단백질의 광이성질체화 반응 중 구조변화를 개념적으로 표현한 그림. 단백질 내에서 빛을 받은 분자가 구조변화를 일으킬 때에 두 갈래의 경로로 갈라짐을 발견했다. 한 경로는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것과 흡사하고 다른 경로는 훌라 춤을 추는 모션과 비슷하다.
사람의 눈은 사물을 약 75 마이크로미터 크기까지 식별할 수 있고 사물의 움직임은 10분의 1초까지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총알처럼 눈으로 볼 수 없는 빠른 움직임을 보려면 초고속 카메라와 같은 장비를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총알의 움직임 보다 훨씬 빠른 분자의 움직임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동안 과학자들은 레이저 기술을 이용해 분자의 움직임을 연구해 왔다. 특히 이러한 기술은 눈의 망막 세포에서 빛을 인지하기 위해 일어나는 분자의 움직임 같이 빛에 의해서 일어나는 분자의 움직임과 관련된 연구에 이용돼 왔다.

그러나 레이저 기술만으로는 분자의 움직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게 학계의 지론이다. 분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아내기 위해서는 엑스선 회절법이나 핵자기공명법이 이용되지만 이런 방법들도 분자의 움직임 같은 빠른 움직임을 관찰할 수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레이저 기술과 엑스선 회절법 기술을 결합한 시간분해 엑스선 회절법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빠른 분자의 움직임을 정확한 위치 정보와 함께 측정할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이 기술을 이용해 3D로 보고 제어하는 단백질 화학반응 매커니즘을 규명했다.

IBS(기초과학연구원·원장 오세정)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연구단(단장 유룡) 그룹리더팀(KAIST 화학과 이효철 교수, 정양욱 박사)이 주인공.

IBS는 단백질 내 화학반응의 전이상태와 그 반응경로를 3차원 구조로 실시간 규명하고 제어하는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권위 학술지인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지 온라인 판 4일자에 교신저자 이효철 교수, 제1저자 정양욱 박사 이름으로 게재됐다.

▲ 광반응 황단백질의 광이성질화 반응 중 중간구조를 나타낸 그림. a~c는 단백질 내 광이성질화 반응중 4개의 중간구조(IT, ICT, pR1, pR2)가 존재함을 나타내고 d~e는 돌연변이를 통해 전이상태의 안정성을 변화시키면 2개의 중간구조(IT, pR2)만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이효철 그룹리더팀은 시간 분해 엑스선 회절법을 이용, 광이성질체화(photo-isomerization)라는 단백질 내 화학반응 중 전이상태와 그 반응 경로를 원자 수준의 3차원 구조로 밝혀냈다.

광이성질체화 반응은 눈의 망막에서 일어나는 반응과 비슷한 반응으로 빛을 흡수한 특정 분자의 구조가 변화하는 반응이다.

광이성질체화 반응을 포함한 모든 화학 반응은 진행 중 반응 물질의 구조가 변화되는데, 이 과정 중 가장 불안정한 상태를 전이상태라고 한다.

이 전이 상태는 1000조분의 1초(10-15초, 펨토초)란 아주 짧은 시간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를 3차원 구조로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 그룹리더팀은 단백질 내부에서는 전이상태 생성속도가 펨토초에서 100억분의 1초 (10-10초, 피코초)로 늦어져 비교적 안정화되는 점에 착안, 시간 분해 엑스선 회절법으로 단백질 내부에서 전이상태를 관찰하고 규명했다.

이에 따라 화학 반응 전이상태 관찰을 통해 전이상태를 조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으며, 이는 화학반응 제어를 통한 신약 개발 및 의학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구진은 광이성질화 반응 경로가 단일경로였던 기존 연구결과와 다르게, 두 종류의 다른 반응 경로가 경쟁적으로 존재함을 최초로 확인하는 성과도 거뒀다.

단백질 내부에서는 다른 원자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원자가 자신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두 가지 반응경로로 진행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

두 가지 반응경로는 반응 모습이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것과 비슷한 자전거페달(bicycle-pedal) 경로와 훌라 춤을 추는 모양과 유사한 훌라-트위스트(hula-twist) 경로이다.

즉, 한산한 지하철 내부에서 사람들은 직선으로 이동하지만 꽉 찬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공간 여유가 있는 곳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처럼 원자도 가장 짧은 반응경로를 택해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 이효철 교수<사진 왼쪽> 정양욱 박사.
이를 바탕으로 돌연변이를 이용해 전이상태의 안정성을 변화시켜 반응 경로를 제어할 수 있었던 점도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성과라는 게 IBS의 설명이다.

이효철 그룹리더는 “앞으로 차세대 가속기인 엑스선 자유전자 레이저를 이용하면 좀 더 빠른 시간대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어 전이상태 중의 구조 뿐 아니라 나아가 전이상태 이전의 구조도 규명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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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상태
화학반응의 초기 상태와 최종 상태 중간에 존재하는 상태로 가장 불안전한 상태. 불안정하므로 일반적으로 극히 짧은 시간에만 존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추에 달린 공이 진동을 할 때, 양 끝 지점에서의 공의 모양(화학반응의 초기 상태, 최종 상태)은 확실히 볼 수 있지만 공이 최저점을 지나는 시간은 매우 짧아서 최저점에서의 공 모양(전이상태)을 관찰하기 힘든 것과 같다.

▲이성질체
분자식은 같으나 구조나 배열이 다른 분자들로 물리적 화학적 성질이 다르다. 

▲ 이성질체화 반응
분자식을 바꾸지 않고 화학구조나 배열을 바꾸는 반응.

▲광이성질체화(photo-isomerization) 반응
분자가 빛에너지를 흡수하여 이성질체화를 일으키는 반응

▲자전거페달(bicycle-pedal) 경로와 훌라-트위스트(hula-twist) 경로
움직일 공간이 제약된 조건에서 이성질체화 반응이 일어날 경우 일반적인 조건에서와 달리 공간 효율적인 구조 변화가 일어난다. 이것은 한산한 지하철 내부에서 사람들은 직선으로 이동하지만 꽉 찬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공간 여유가 있는 곳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자전거페달 경로는 자전거 페달이 돌아가듯 두 개의 인접한 이중결합이 위치가 변하면서 이성질체화 반응이 일어나는 경로이다. 훌라-트위스트 경로는 훌라춤을 출 때 상반신과 하반신은 고정된 채 허리만 움직이듯이 분자의 다른 부분은 고정된 채 하나의 이중결합만이 회전하면서 이성질체화 반응이 일어나는 경로이다.

▲엑스선 자유전자 레이저 (X-ray Free Electron Laser)
현재의 3세대 방사광의 다음 세대 엑스선 광원으로 현재보다 훨씬 더 짧고 강력한 엑스선 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 포항가속기에서도 건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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