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오늘 대전 촛불집회, 몇 명 왔어요?”
[취재수첩] “오늘 대전 촛불집회, 몇 명 왔어요?”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6.12.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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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기자

[굿모닝충청 이정민 기자] 카메라가 있지만,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지인들에게 그 사진과 함께 “사람 엄청 많지?”라는 메시지를 함께 보냈다.

기자가 촛불집회에 처음으로 취재를 나간 것은 지난달 19일 열린 ‘박근혜 퇴진 대전 10만 시국대회’였다.

당시 모인 대전 시민들은 3만 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3000명). 대전에선 처음으로 ‘만’ 단위가 넘어선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다음 주인 26일. 두 번째 취재 현장에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역시 사진 찍기였다. 그리고 서울 현장에 나가 있는 동료에게 “지난주보다 많을 거 같은데?”라고 메시지와 사진을 보냈다. 집회 참여 인원은 4만 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4000명)이었다.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촛불이 타올랐던 이달 3일. 대전도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 3차 대국민 담화에도 무려 6만 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7400명)이 촛불을 들었다. 촛불이 대전 하늘을 환하게 비췄다.

점점 늘어나는 집회 규모에 기자는 인원체크 방법을 마련했다. 인원 대열이 모 감자탕 집을 넘어서면, 전주보다 많고 적음을 판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다보니, 가장 궁금한 순간이 주최 측과 경찰에 인원 추산을 물을 때였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지난 9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데다 쌀쌀해진 날씨 때문인지, 그 다음날 열린 대전 촛불집회는 1만 명(주최 측)으로 집계됐다. 그 전주에 비해 1/6으로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집회는 그 어떤 의미에서도 줄어들지 않았다.

공손하게 “안녕하세요, 발언의 기회를 주신 대전 시민 여러분 감사합니다”고 말을 꺼낸 한 여고생은 “시민 여러분, 존경합니다”고 발언을 마쳤다. 대덕구의 한 시민은 “우리의 촛불은 우리가 꿈꾸는 민주주의로 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할 때까지 끝까지 갑시다”며 힘을 불어넣었다. 서로 격려하는 대전 시민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지난 17일 집회 참석 인원도, 내용도 그 전주와 마찬가지였다.

집회에서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인 故 조은화(단원고 2-1)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는 시국발언을 통해 “저 정말 집에 가고 싶다. 팽목항에 있기 싫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 딸을 정말 찾고 싶다”며 “끝으로 집에 가서 가족들 한번 안아주시고, 사랑한다고 꼭 전해달라”고 말하자 오열하는 소리가 들렸다.

가장 첫줄에 앉아있던 세 명의 어린 여학생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학생들은 선두에서 거리 행진을 이어갔다. 자신들이 일명 ‘세월호 세대’라고 칭하는 학생들은 가장 크게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 같은 모습을 보고, 인원에 큰 관심을 쏟았던 과거가 떠올랐다.  

물론, 집회에서 참여 인원은 중요하다. 또 탄핵 소추안 가결 이전 집회의 의미가 덜 하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시민들의 분노 역시 줄어들었을까? 현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및 세월호 7시간, 그리고 박 대통령의 퇴진 등을 원하는 많은 시민들의 목소리는 탄핵 소추안 가결 이전‧후에도 변함이 없다.

다음 집회 땐 주최 측에 다른 것도 물어봐야겠다.

“오늘 대전 촛불집회, 여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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