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는 한 달에 한 번씩 환경미화원이 된다. 주인공은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
박 청장은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한 번씩 새벽 5시부터 재활용품 수거 환경관리요원들과 함께 일을 한다. 행여 동료(?)들이 부담스러워할까 사전에 연락도 하지 않는다.
이달 9일에도 청소차(재활용품 수거 트럭)에 올랐다. 매달 하는 일이지만 이날은 특별한 의미가 깃들여져 있다.
이날은 30대 환경관리요원의 결혼식 당일이었다. 이 요원은 동료들이 고생하는데 일을 빠질 수 없다면 휴가도 내지 않고 예식 시간을 오후 4시로 잡았다.
이 소식을 접한 박 청장은 직접 전화를 걸어 “대체 인력이 있으니 출근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켰다. 그 대체 요원이 박 청장 본인임은 물론 밝히지 않았다.
다른 근로자를 배치할 수도 있었지만 박 청장은 당일 직접 청소차에 올라 예비산랑의 몫을 대신했다. 재활용 쓰레기와 대형 폐기물을 수거하는 시간은 악취를 참고 위험을 감수하며 힘들게 보내는 시간이지만 이날만큼은 뿌듯한 마음이 더 컸다.
중구의 한 공무원은 “자치단체장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환경관리요원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라며 “선출직이기 때문에 다른 시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박 청장의 진심이 느껴져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전했다.
박 청장의 이 같은 행보는 어렵게 살아온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났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어린나이부터 자동차 정비사, 복싱선수, 야간 경비원, 아이스크림 장사, 택시운전 기사 등을 거쳤던 기억이 늘 어려운 처치에 있는 직원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쏟게 만든 것이다.
이어 “아무리 힘든 상황이 닥쳐도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면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박 청장은 대전시의원이었던 2005년 택시운전 기사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인 콜택시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