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우리의 사소함과 부주의에서 피어난 상처, 국정농단
[취재수첩] 우리의 사소함과 부주의에서 피어난 상처, 국정농단
  • 남현우 기자
  • 승인 2017.03.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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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우 기자

[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지난달 19일, 대전 유성구의 도로 한복판에서 맨홀이 폭발했다. 이 사고로 행인 2명이 찰과상을 입었다. 맨홀이 폭발한 원인은 폭발지점에서 7m 떨어진 곳에서 부주의하게 버려진 담배꽁초 하나 때문이다.

인근 식당의 한 종업원은 그곳에서 다 쓴 부탄가스에 구멍을 뚫어 가스를 빼내는 폐기작업을 하고 있었다. 종업원 입장에서는 하루 이틀 하던 일이 아니었을 테고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사소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2명의 인명피해(다행히도 찰과상에 그쳤지만)와 맨홀 파손. 우리가 집중해야 될 것은 담배꽁초를 무단 투기했다는 것보다 매우 사소한 일에 ‘부주의’했다는 점이다.

지난주까지 서울에서는 17차, 대전은 14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참여인원은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사상 최대의 혼돈기를 겪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종업원의 ‘부주의’로 벌어진 맨홀 폭발처럼 사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부주의’와 소홀함 때문이 아닐까.

집회 취재를 담당한 뒤로 수십차례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각종 의혹과 비리가 하나둘 밝혀지기 시작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한결같은 분노는 이미 ‘탄핵’이라는 결론 외에는 해결할 방도가 없어지고 있지만 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숙고해보아야 할 것이다.

사태가 일단위, 주단위로 급변하는 시기에 ‘입법·사법·행정부의 정치 중책들이 천만 국민이 들고 일어날 만한 중대한 사안에 대해 과연 모르고 있었을까’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드러나진 않았지만 여권만이 아니라 일부 야권에서도 최순실의 개입을 일부분 알고 있었다는 의혹들을 보면 이미 우리 사회에서 만연한 정치세태를 사소하고 부주의하게 바라본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정치라는 사회의 큰 단면에 대해 국민들이 더이상 무관심하지 않는다는 점, 당연시 되었던 행태를 다시금 되짚어 보고 있다는 점 등 인식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부서진 맨홀 뚜껑과 행인 2명의 얼굴에 난 상처와 같이 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이라는 아픔이 있기 전에 우리가 부주의하지 않았다면,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때에 시멘트 바닥에서 촛불 하나로 추위를 달래는 슬픈 현실은 없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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