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1975년생의 ‘촛불혁명’ 관전평
[노트북을 열며] 1975년생의 ‘촛불혁명’ 관전평
  • 김갑수 기자
  • 승인 2017.03.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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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수 충남본부 팀장.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같은 해에 세상에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폭넓게 공감대를 형성할만한 경험을 갖기는 쉽지 않다. 근대화에 앞장섰던 ‘전후세대’나 민주화의 주역인 ‘386세대’까지는 아니지만 1975년생에게도 이심전심 느끼는 동지의식이 있다.

우선 초등학교에서 이른바 ‘안보교육’을 받은 마지막 세대가 1975년생이 아닐까 싶다. “나가자 씩씩하게 대한소년아…무찌르고 말테야 붉은 무리들”이라는 노랫말이 아직도 머릿속에 맴돈다.

매년 6월만 되면 반공웅변대회가 최대 행사였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으로 시작되는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기 위해 고생했던 기억도 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처음 도입된 것도 1993년, 즉 1975년생이 고3이었을 때부터다.

첫 수능이다 보니 교육당국은 여름과 겨울 2회에 걸쳐 시험을 치르게 했다. 말이 두 번이지, 지금 같으면 난리가 났을 일이다. 듣기 평가를 위해 플라타너스 나무에 붙어 있는 매미를 쫓았다거나, 비행기 이착륙을 금지시켰다는 보도가 나오기까지 했다.

방위가 폐지되고 상근예비역 제도가 생겨 처음 적용된 것도 1975년생부터다. 그 전까지는 일정 기간 훈련을 마치고 집에서 출퇴근 하면 될 일이었는데, 상근예비역 제도로 인해 1년 동안 현역 군인과 똑같이 생활하고 나머지를 고향에서 보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1975년생이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복학했을 즈음인 1997년 IMF 금융 위기 사태가 터졌다. 급작스럽게 직장을 잃은 아버지로 인해 복학을 늦추거나 아르바이트 현장에 내몰려야 했던 동년배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94학번은 386세대와 단절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이 피 땀 흘려 일군 민주화라는 거대한 업적은 그저 영웅담 정도로 들렸을 뿐이다.

입학 첫해 김일성의 사망과 서강대 총장의 ‘주사파’ 발언 등으로 대학가는 술렁였고, 복학 이후에는 오로지 취업을 위한 경쟁에 매몰되면서 대학생활의 낭만이나 시대에 대한 아픔을 느낀다는 것은 오히려 한가로운 얘기였을 뿐이다.

기자 역시 1975년생이다. 뜬금없이 출생년도를 언급한 것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혁명을 지켜보면서 느낀 소회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우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체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후광과 함께, 원칙과 신뢰 그리고 준비된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 언론조차 그에 대한 검증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느꼈던 적도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이에 맞선 그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오늘날의 세종시는 존재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진상을 보면서,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불복하려는 시도를 접하며 민주주의가 때로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권력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다.

무엇보다 누적인원 1500만 명에 달하는 촛불시민이 이뤄낸 혁명과도 같은 결과라는 점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아도, 시스템에 의해 잘못된 권력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방증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촛불혁명은 수많은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정경유착을 끊고 검찰과 언론을 개혁하는 일을 다음 정권은 제대로 해 내야 한다. 그리하여 더 이상 국민이 촛불을 들지 않아도 되는 나라, 세월호 참사와 같은 황망하고 처참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만들어 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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