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의 고장' 금산이 '가짜 건강보조식품 고장'으로 병들어가고 있다.
인삼의 주산지 답게 수입산 인삼을 국내산으로 속여파는 행위는 오래 전부터 끊이지 않고 있지만, 최근 10년 새에는 인삼 외에도 녹용 등 한약재를 주 원료로 하는 건강보조식품 관련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가짜 건강보조식품을 만들어 팔다 적발돼 사법처리를 당하고도 같은 행위로 다시 입건되는 사례도 있어 행정 단국의 방지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전 둔산경찰서는 28일 중국산 홍삼원액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내다 판 혐의(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로 충남 금산군 모 영농조합 대표 고모(45) 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달아난 2명을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 등은 금산군 군북면에 'OO건강'이라는 홍삼 제조회사를 차려놓고 지난 2010년부터 최근까지 성분과 함량을 속인 가짜 금산 홍삼액을 만들어 경기도 안산과 부산 등지 거래처에 내다 판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중국에서 사들인 홍삼원액 2.1t(시가 2억 6000만원 상당)에 물엿과 물을 섞어 6t가량의 홍삼원액을 만든 뒤 240g 용량의 완제품을 만들거나 20㎏짜리 원액으로 나눠 국내산으로 속여 약150억원 어치를 판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공장에서 홍삼액 20㎏짜리 21개, 완제품(250g) 3500여개, 중국산 홍삼원액 6통(120㎏) 등 시가 16억 원 상당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종전에는 중국산 홍삼액에서는 BHC 등의 잔류 농약이 나와 국내산과 구별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중국산에서도 잔류 농약이 검출되지 않아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며 "첩보 입수 후 잠복 수사를 통해 범행을 확인하고 농산물품질관리원과 합동으로 현장을 덮쳐 검거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달아난 종업원 고모(34)씨와 김모(27)씨의 뒤를 쫓는 한편 이들로부터 원액을 사들인 업체는 물론 유통경로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효도관광 빙자 가짜 '만병통치약' 범람
앞서 대전지방경찰청 수사2계는 지난 27일 효도 관광을 빙자해 노인을 상대로 저가의 건강식품을 비싸게 판매한 송모(47) 씨 등 16명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1년 9월부터 최근까지 충남 금산군의 한 사슴농장에서 공모(68) 씨 등 노인 1200명에게 건강기능식품 5억원 어치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무료관광을 빌미로 전국에서 노인들을 모아 저질 녹용과 중국산 한약제로 제조한 용액을 고혈압과 당뇨에 좋은 특효약으로 속여 원가의 5배 가량을 받고 팔아왔다.
이 같이 효도관광을 빙자로 노인들을 끌어모아 가짜 '만병통치약'을 파는 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농촌 노인을 상대로 한 무허가 의료기기나 건강보조식품 사기 판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 수사2계는 지난해 2월 무료관광으로 농촌의 노인들을 모아 허가 받지 않은 싸구려 의료기기와 건강보조식품을 노인성 질환에 효능이 있다고 속여 수십억원을 가로챈 A(41)씨 등 78명을 사기 및 의료기기법 위반 등 혐의로 무더기 불구속 입건했다.
A씨 역시 충남 금산의 한 의료기 판매장으로 유인한 뒤 10만원 상당의 전기매트를 66만원에 판매하는 등 전국 각지의 노인 5260여 명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여 31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다.
충남경찰은 지난해에만 노인상대 사기사범 264명을 검거해 15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63건의 불법행위를 통해 모두 1만 8750여명으로부터 101억 5000여만원을 가로챘다. 특히 지난해 4월 금산경찰서는 노인 270명에게 저가의 건강식품(후코이단)을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속여 허위광고를 통해 1억 4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5명을 검거했다.
2010년에는 금산군의 한 약초상 업주가 중국산 홍삼으로 홍삼액을 제조해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둔갑시켜 17억원 상당의 제품을 제조 유통시키다 적발된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