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성추행 만발한 봄
교수 성추행 만발한 봄
  • 천지아 기자
  • 승인 2013.04.08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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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 천지아 교육문화팀장]  
잇따르고 있는 대전·충남지역 교수들의 여학생 성추행 사건으로 대학가 봄이 얼룩지고 있다.

먼저, 충남대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성추행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당 교수는 회식 후 찾은 노래방에서 여학생들의 몸을 만지는 등 추태를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사건으로 각서까지 썼지만 손버릇을 고치진 못했나 보다. “나도 당했다”는 학생들의 증언이 쏟아져 나오면서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연이어 터진 중부대 교수의 성희롱 사건은 정말 낯 뜨겁다. 국내 대표 인권운동가로 유명한 이 교수는 스마트폰 메신저 대화로 20대 미혼여성을 성희롱 해 파문을 일으켰다.  

피해 여성이 트위터에 사실을 폭로했는데 도저히 믿기 어려울 정도다. 유부남인 이 교수는 딸뻘되는 이 여성에게 “다 벗기고 엎드리게 한 뒤 엉덩이를 올리게 해서 때리고 싶다, DS관계(변태성행위)를 맺고 싶다, 나체사진을 보내 달라”며 성희롱 했다.

공주대의 사태는 더 심각하다. 사범대 미술교육과 교수 2명이 수년 간 수십 명의 제자들을 미술 실습시간 등을 이용해 성추행·성희롱 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애타게 요청했지만 학교는 사건 덮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피해 학생이 80여명에 달하는데도 해당 교수는 현재 새 학기 수업을 하고 있다.

물론, 일부 교수가 저지른 일로 교수사회 전체를 매도할 순 없다. 하지만 그 정도와 수위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과거 몰지각한 교수들의 가벼운 성적 농담이나 여학생 술시중을 넘어서 이젠 지성의 상아탑에서 단란주점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성추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악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왜일까? 바로 교수사회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학생들에게 휘두르는 데다 성찰 없는 폐쇄조직이기 때문이다. 피해 학생이 용기를 내 도움을 요청해도 교수들은 약자인 학생들의 목소리와 고통에 귀 기울여 주기보다는 동료를 덮어주기에 급급했다.

사태를 해결하는 학교의 태도는 또 어떤가. 학교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사건을 은폐하느라 정신없었다.
교수들의 낮은 성의식, 교수사회의 썩은 동료의식, 대학의 솜방망이 처벌…. 그러는 사이 문제의 교수들은 통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여 제자에게 주고 있었다.

묻고 싶다. 진정 당신의 사랑스러운 딸이 성추행을 당해 고통 받고 있더라도 ‘그럴 수 있지. 교수가 술 먹고 실수 좀 했나보네’라며 외면할 수 있을지….

취업을 잘 시키는 곳이 좋은 대학은 아니다. 학생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는 캠퍼스, 그리고 존경스러운 교수들의 지도 아래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곳. 그 곳이야 말로 좋은 대학이다.

이제, 교수 성추행의 악습은 뿌리 뽑아야 한다. 교수들은 뼈를 깎는 자정노력을 통해 스승으로서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학내 성폭력상담소도 재정비 해야 한다. 또 매학기 교수들에 대한 강의평가 항목에 성추행·성희롱 여부도 표기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교도 관련 사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해당 교수는 중징계해 더 이상 이 같은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꽃이 만발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공주대를 비롯한 많은 여대생들이 강의실에서 가해 교수의 지도 아래 고통스럽게 수업을 받고있다. 그녀들의 상처와 마음을 헤아리다 보니 2013년 봄꽃이 참 쓸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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