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주거안정? 건설․임대업자 배만 불린 꼴
서민주거안정? 건설․임대업자 배만 불린 꼴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이 보는 도시형생활주택
  • 최재근 기자
  • 승인 2012.07.10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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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부동산업계를 돌아봤다.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반응은 싸늘했다. 만나는 공인중개사마다 서민 및 1-2인 가구의 주거안정이란 취지에 냉소를 보냈다. 서민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게 그들의 얘기다. 덕 본 사람은 임대사업자나 건설업자들이었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또 서민들만 골탕을 먹게 됐다는 우려도 쏟아냈다.

“비싸서 굳이 손님들에게 소개는 안 해”

▲ 최근 완공과 함께 분양에 나선 대전 유성구 한 도시형생활주택. 지영철 기자.
서구 탄방동 세븐공인중개사 이승학 대표. 그는 동료 3명과 함께 1년 전부터 탄방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다. 도시형생활주택 얘기를 했더니 자신들은 굳이 손님들에게 소개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유를 물었다. 잠시 생각하더니 하는 말이 손님들이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란다.

“도시형생활주택이 원․투룸을 얻고자 하는 서민이나 1-2인 가구주의 선택의 폭을 넓히기는 했어요. 하지만 매달 50만원이나 되는 월세와 관리비는 부담스럽죠. 물론 주종목이 다가구라서 그런 점도 있지만 같은 값이면 아무래도 10만~15만원 정도 싼 주택을 소개하게 됩니다.”
서민들이 살기에는 부담이 된단다. 서민을 위한 주택이라고 하지만 결국 임대사업자나 건설업자들만 살려주는 꼴이 됐다고도 했다. “취지는 서민 주거안정이라고 하지만, 안정이요 글쎄요. 지어서 파는 사람만 땅 짚고 헤엄쳤겠죠. 인근에 있는 한 도시형생활주택은 한사람이 모두 사서 임대를 놨어요. 말하면 무엇합니까.”
 

그와 얘기를 끝내고 이번엔 둔산동에 있는 공인중개사를 찾았다. 인근에서는 도시형생활주택 건설이 한창이었다. 이미 한 곳은 완공을 했고, 두 곳은 연말 또는 내년 초쯤 완공을 앞두고 있다. 길가에는 차량이 빼곡히 주차돼 있다. 얼핏 보기에도 이미 주차량은 넘치는 상태. 앞으론 어쩌나, 걱정을 하면서 A공인중개사 문을 열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란다.

인기 시들... 살림살이도 못할 정도로 작아

그는 “너무 비싸져서 이제는 찾는 사람도 없다”며 “한 사람이 25가구를 다 내놓고 저층만 선심 쓰듯 주는 등 분양받은 사람이나, 투자한 사람들이 세를 내달라고 하지만 나가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세를 놔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중개업을 했는데 양심상 할 수 없다고도 했다. “살림살이 할 정도는 돼야지, 너무 작아서 욕 얻어먹기 십상이에요. 고시텔하고 다를 게 없어요. 전용면적이 3.78평인데 6평이라고 속여서 분양하는 부동산도 있어요. 아는 사람이면 사기라고 할 거에요. 그래도 고시텔은 보증금 없고 20만원정도 싸니까 들어가는데, 500만원에 35만~38만원에 내놓아도 안 나갑니다. 더 내려야 할 거에요. 더구나 100가구 정도 지었는데 주차장은 20대도 안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주차 심각한데도 승인해준 것도 문제고, 주차난은 불보듯 뻔하죠.” 인기가 갈수록 떨어진단다. 이러다 입주 안되면 속된말로 “골 때린다”고도 했다. 인근에 있는 F주택은 다 분양이 됐다고 하고, 완공한지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10%도 안 들어 왔단다. 실입주자가 없기 때문이라는 귀띔이다. 그래서인지 밤이면 F주택 근처는 암흑천지라고 했다.

입주 다했다더니 불 켜진 집 손에 꼽을 정도

▲ 도시형생활주택 분양사무실 모습. 지영철 기자

도시형생활주택이 가장 많이 들어서는 유성으로 방향을 잡았다. 유성 모 공인중개사 대표는 “대부분 임대사업하는 분들이 분양을 받았다”며 “일부세대를 빼고는 거의 다 입주를 했다”고 했다. 임대료 등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가격은 소비패턴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싸다는 사람도 있고, 비싸다는 사람도 있겠지요. 어디다 기준을 정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껏 만난 사람들과는 달리 매우 긍정적이다. 입주를 거의 다했다고 해서 확인 차 그날 저녁에 다시 가보았다. 그런데 불은 몇 군데 켜있지 않았다. 가로등만 외로이 길가를 비추고 있었다.
 

보다 객관적인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도시형생활주택과는 상관없는 공인중개사를 찾았다. 서구 괴정동 신태양공인중개사. 10여년 경력의 노태경 대표를 만났다. 도시형생활주택의 장점과 단점을 얘기한다. “수요자 측면에서는 도시형생활주택이나 다가구, 다세대는 다 같은 형태로 봅니다. 다만 도시형생활주택이 일반 다가구보다 많은 세대로 구성되고, 엘리베이터가 있어 편리한데다, 보다 안전하죠. 투자자 측면에서는 소액투자가 가능하고 위치도 좋습니다. 하지만 관리비나 세가 비싼 것이 흠이지요. 아마도 일반 다가구보다 같은 면적으로 30%가량 비싼 것으로 판단됩니다.”

1-2인 가구도 중요하지만 정책기준은 3-4인 가구에 둬야

수익률도 비교해준다. 상가주택은 6~7%, 주상복합아파트나 도시형생활주택은 7~10%, 다가구는 10-12%, 아파트는 임대수익률 보다는 시세차익용 이란다. 이런 점에서 애당초 도시형생활주택은 실입주자보다는 임대사업자들을 위한 상품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정부에서 교묘히 포장한 것뿐이란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풀어 놓는다.
 

“실질적으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저가 임대 아파트를 짓는게 나아요. 현재의 정부 정책은 규제 허점 따라 풀리는 형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공급을 늘리면서 규제를 강화해야 하는데, 오히려 완화를 해주니 해결될 수가 없죠. 그리고 기본적으로 주택은 3-4인 기준인데 1-2인 가구 늘어난다고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 풀어가기가 더 힘들어지는 거죠. 1-2인 가구가 언젠가는 3-4인 가구가 되잖아요. 중심은 잡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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