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 청년이 30개 가게를 운영한다… 혹시 금수저?
28살 청년이 30개 가게를 운영한다… 혹시 금수저?
아르바이트로 모은 종잣돈 2000만 원으로 멀티 사장된 천안 이정원 씨
  • 윤현주 기자
  • 승인 2017.05.22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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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대표가 운영하는 휴대폰 매장.

 

이정원 대표가 운영하는 다른 가게들.

[굿모닝충청 윤현주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세대별 ‘번아웃(Burn out)지수’를 조사했더니 20대가 1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지친 세대가 20대라는 말이다.

‘학생 땐 입시지옥, 졸업 후 취업지옥, 취업 후 결혼지옥’에 시달려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경쟁에 지쳐 기쁨이나 성취감, 보람 같은 긍정적인 감정들은 느끼지 못하고 산다.

그런데 우리지역에 ‘번아웃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삶을 제대로 즐기며 사는 이가 있다.

도전을 두려워 않고,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희망을 찾고, 나눔을 즐길 줄 아는 것도 대단한 일인데 28살에 30개의 가게를 운영한단다.

천안시 구성동 일대를 중심으로 휴대폰 판매점, 커피숍, 치킨집, 고깃집, PT샵 까지 무려 30개 매장을 운영한다는 이정원씨를 만났다.

20대에 ‘사장’소리를 듣는 것도 모자라 매장 수만 30개에 이르니 기고만장(?) 할 만도한데 인터뷰 내내 그는 겸손했고, 수줍었다.

이정원 대표

금수저냐고? 아니, 알바천국(!)
정원씨의 현재만 하는 사람들은 그가 ‘금수저’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는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금수저가 아니고는 스물여덟에 이룰 수 있는 성공이 아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그는 금수저가 아니라 ‘알바천국’이었다. 

“전 17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세차장, 세탁소, 고깃집, 휴대폰 가게까지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어요.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용돈이나 벌어 볼 생각으로 시작한 거였는데…”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고교시절을 보낸 정원 씨는 대학에 입학했다.

하지만 대학생활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한 학기 만에 휴학계를 내고 다시 휴대폰 가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몇년 동안 안 먹고, 안 쓰고 돈을 모았더니 2000만원이라는 종자돈이 모였어요.”

아르바이트 시절 이정원씨.
스물 셋, 창업에 빠지다

정원 씨는 스물 셋이 되던 해 2월에 휴대폰 매장을 열었다.

첫 창업이었다.

“제가 가진 돈으로는 어림도 없었어요. 그래서 친구와 동업을 시작했죠. 각각 2000만 원씩 내서 가게를 열었는데 생각보다 잘 됐어요.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는 것도 힘든 일인데 퇴근 후엔 전단지를 돌렸다.

새벽 2~3시에 퇴근하는 게 일상이었다.

친구들은 여행도 하고, 연애도 하고, 대학생활을 즐기며 살 때 정원 씨는 오직 일에 매달려 살았다.

그리고 첫 매장을 오픈한지 3개월 만에 휴대폰 매장을 하나 더 열었다.

“여유 자금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형에게 돈을 빌렸죠. 그냥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어차피 할 거라면 빨리하는 게 낫다 생각한 거죠. 매장 하나로 수익을 내는 건 제한적이잖아요.”

매장이 하나 더 늘어나니 해야 할 일은 두 배가 아니라 세 배가 됐다. 그러나 정원 씨는 힘든 줄 몰랐다고 이야기 한다.

“놀아본 적이 없어서 노는 게 재미있는지도 몰랐어요. 당시 제가 재미있는 건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뿐이었어요. ‘이거 한 번 해볼까?’ 생각하고 계획하는 게 너무 신났어요.”

이정원씨가 운영하는 매장들.

그렇게 그는 매장을 늘려갔다.

수익이 나면 그 돈을 고스란히 투자했다.

물론 모든 매장이 다 잘되는 건 아니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가게가 몇 개월 만에 문을 닫을 적도 있고, 오픈 이후 줄곧 ‘마이너스 매출’을 기록한 매장도 있었다.

“매장이 잘 안되면 속상하죠. 처음엔 울기도 많이 울었는데 나중엔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또 하나 배운 거죠. 실패에는 늘 이유가 있거든요. 이를 반복하지 않으면 되는 거구요.”

30개의 매장을 움직이는 건 ‘사람’
그렇다면 그 많은 매장은 어떻게 운영되는 걸까?

동업을 한다고 하지만 두 사람이 30개의 매장을 모두 관리하기엔 분명 무리가 따른다.

“가게엔 모두 소 사장이 있어요. 저희와 함께 몇 년씩 일을 하며 마음 맞춰온 친구들이 매장의 사장이 되는 거죠. 다시 말해 우리가 그 친구들의 창업지원을 해주는 거예요. 그러면 그 친구들은 안정된 직장을 얻는 거고 우린 믿을 수 있는 동업자를 얻으니까 서로가 좋잖아요.”

정원 씨가 이런 생각을 한 건 먹고 사는 고민을 하는 직원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봐온 까닭이다.
정원 씨는 ‘어떻게 먹고 살지?’를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열심히 하면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핸드폰 매장 아르바이트 시절.
고3 때 고깃집 알바 사장이 개그맨 홍인규씨였다.

그래서 매장을 열 때마다 함께 일했던 직원들을 소 사장으로 앉히고 아르바이트생들 또한 대부분 정규직으로 뽑는다.

수익을 더 남기자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는 손익을 따지며 사람을 고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당장은 손해 같은데 따지고 보면 손해가 아닌 경우가 많아요. 손님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조금 덜 남기고 좀 더 많이 주면 그만큼 우리 가게를 찾는 손님이 많아져요. 함께 일하는 친구들도 마찬가지에요. 당장은 인건비로 들어가는 지출이 커 보이지만 책임감을 느끼고 더 열심히 일해주니 결국 득이 되는 거죠. 저는 사람이 모든 것을 움직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을 중요시 하고요.”

실제 정원 씨는 손님들에게 지나치게(?) 친절하다.

휴대폰을 구입한 손님들에게 손 편지를 써주기도 하고 크든, 작든 선물을 하기도 한다.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직원이 아니라 ‘친구’라 이야기 하고 가정사까지 꼼꼼히 챙긴다.

스스로를 위한 선물이 ‘기부’라고?

일에 빠져 사는 그에게 친구들은 ‘불쌍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정원 씨는 아직 해외여행 한 번 가본 적 없고 비행기 또한 수학여행 이후 지난해에 처음 타봤다.

그러나 정원 씨는 “삶의 만족도는 자신이 스웨덴 할아버지 보다 높다”고 자신한다.

“사람들은 여행을 하거나 뭔가 특별한 것을 해야지 경험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일을 하는 게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것도, 느끼는 것도 많거든요.”

이정원 대표가 운영하는 카페 이태리.

열심히 일했고 그 결과도 좋다면 스스로에게 선물 하나쯤 할만하다. 그래서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건 없냐고 했더니 ‘기부’란다.

“초록우산, 유니세프, 죽전원, 죽전직업재활원, 신화원 같은 기관이나 시설에 기부하고, 제가 졸업한 초·중·고등학교에 장학금을 후원하고 있어요. 그게 저를 위한 선물이에요.”

‘기부’가 자신을 위한 ‘선물’이라니?

“기부를 하거나 무언가를 나누면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꿈틀거리는 게 느껴져요. 일상 속에서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선이 움직이는 거에요. 이건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데 저는 그런 느낌들이 너무 좋아요.”

그의 나눔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물질적인 기부도 있지만 자신의 생일마다 치킨 100마리, 삼겹살 1500인분을 나누며 행복을 공유한다.

매달 주는 학생들의 장학금은 공부를 잘하거나 집이 어려운 친구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이유는 없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어서다.

100개의 매장을 갖는 것, 1억 기부로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되는 것,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 속에서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라는 스물여덟살 정원씨.

20대 이후의 삶이 더욱 반짝반짝 빛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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