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안희정 지사가 꼭 해야 할 일
[노트북을 열며] 안희정 지사가 꼭 해야 할 일
남은 임기 동안 출입기자 시스템 대전환 필요…공직자 마인드도 바뀌어야
  • 김갑수 기자
  • 승인 2017.06.04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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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문재인 대통령도 하기 힘든 일을 언론 개혁을 안희정 지사는 해낼 수 있을지 모른다. (자료사진: 충남도 제공)

[굿모닝충청 내포=김갑수 기자] “선배! 혹시 공무원에게 욕 들어본 적 있으세요?”

지난 금요일(2일) 충남도청 구내식당에서 마주앉은 후배 기자의 질문은 처음에는 다소 생뚱맞게 느껴졌다. 남을 비판하는 게 숙명인지라 욕먹는 일을 주저하고서는 버티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들려준 모 팀장의 욕은 “싸가지 없는 ××”, “×같은 새끼” 등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내용이었다.

물론, 해당 팀장이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욕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한 파악이 필요한 대목이지만 후배 기자의 설명과 기사 내용을 볼 때 선을 한참 넘은 것은 분명해 보였다.

기사를 출판하고 나서 이곳저곳으로부터 문의전화를 많이 받았다. 역시 독자들은 인터넷신문의 다소 섹시한 기사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런 뒤 기사의 댓글을 보니 깊은 자괴감이 느껴졌다.

5개의 댓글 중 4개가 “얼마나 싸가지가 없었으면 그랬을까?”, “3류 질 떨어지는 기자들이 한 두 명인가?” 등 오히려 후배 기자의 잘못으로 화살을 돌리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후배 기자가 평소 ‘욕먹어도 쌀’ 정도의 행실을 보였다면, 이런 기사는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조‧중‧동과 같은 대단한 메이저 언론사에 근무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청난 경력과 화려한 필력을 가진 후배도 아니지만 늘 성실히 언론인의 길을 걷고 있는 그였기에 다소 위험할 수 있는 기사를 쓰기에 주저함이 없었던 것이다.

한편으론 이런 댓글을 쓴 독자들의 지적이 부끄럽게 여겨지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기자 역시 누군가에게는 의도치 않게 ‘사이비’로 비쳐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동안 충남도청을 출입하는 사이비 언론의 실태와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수차례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그런 비판으로부터 100% 자유로울 순 없다고 여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대목은 “언제까지 이대로 방치할 순 없다”는 점이다.

앞서 기자는 별도의 위원회 (가칭 ‘출입기자 등록 심사위원회’)를 구성, 출입기자 등록 방식을 전면 개선하고 언론 스스로의 자정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합리적인 시스템과 평가를 통해 사이비 언론을 걸러내고, 특정 언론사 중심의 이른바 ‘기자단’ 또는 ‘회원사’도 과감히 타파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통해 ‘누구나 기자가 될 순 있지만, 아무나 언론인으로 인정받아선 안 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게 칼럼의 요지였다.

아직까지 도의 공식적인 반응은 없지만, 기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있었고 일부 기초의회에서도 도입의 필요성이 논의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다고 하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제안을 하느냐?”는 비판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도 지휘부의 확고한 의지가 있지 않은 이상 동력을 확보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안희정 지사가 직접 나서지 않는다면 어렵다는 얘기다.

따지고 보면 지금처럼 좋은 여건이 없다. 3선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낮은 만큼 안 지사의 남은 임기 1년은 천금 같은 시간일 것이다.

무언가 엄청난 일, 새로운 일을 하기에는 촉박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민선7기 도정이 그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 점에서 안 지사가 기존의 언론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혁해 주길 바란다.

기자실 내에서 보이지 않는, 그러나 엄연히 존재하는 차별을 과감히 깨고 책임과 역할, 그리고 권한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출입기자 시스템을 더 늦기 전에 도입해야 한다.

이와 함께, 언론에 대한 공직사회의 일부 잘못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물론 언론 스스로가 자정기능을 갖추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일이겠지만, 도 지휘부의 개선 노력이 맞물린다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안 지사는 6월 말 또는 7월 초 기자회견을 갖고 민선6기 마지막 1년에 대한 도정운영 계획을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언론 시스템 개혁이 최우선순위가 될 순 없겠지만, 안 지사의 임기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는 반드시 포함되길 바란다.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도 하기 힘든 일을 안 지사는 해낼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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