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여태껏 천수만에서 농사 지으며 모내기 두 번 하기는 처음이유”
천수만 간척지에서 만난 농부 조성남(42)씨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을 잇지 못했다.
천수만은 전국에서 가뭄 피해가 가장 큰 곳이다.
이 곳에서 농민들이 3주 만에 다시 모내기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 쪽에서는 다시 이앙을 하기 위해 준비된 모판을 나르고, 또 다른 논에서는 부족한 모판을 대비해 못자리 치상을 하고 있다.
못자리 치상은 400ha의 논에 심을 수 있는 양이다.
트랙터를 운전하던 조씨는 “못자리 치상은 보통 4월말에 끝나지만 6월 중순에 다시 해보긴 처음이다”며 “두번째 모내기를 한다 해도 이달 말까지 비가 안오면 또 어찌될지 걱정이 앞선다”고 하소연했다.
천수만 간척농지 안쪽으로 더 들어서자 모가 파릇파릇하게 자란 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제대로 크지 못한 모들이 바다 위 해파리처럼 누렇게 죽어가고 있다.
가뭄으로 저수지 물 염분 농도가 치솟았다.
농업용수 영농 한계치 염도인 2800ppm을 넘어 대부분의 논이 3000ppm을 기록하고 있다.
또 다른 논에는 미처 모내기를 하지 못한 모판이 누렇게 죽어가고 있다.
재이앙이 필요한 지역은 천수만 간척지인 A·B지구를 중심으로 부석·인지·해미·고북면에 집중됐다.
천수만 간척지에만 3200㏊가 넘는다.
모내기 마지노선은 7월 초다. 이때를 넘기면 수확 자체가 불가능하다.
7월 초에 모내기를 한다 해도 수확량은 30∼40% 이상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올해는 역대 최악의 가뭄으로 충남 서북부 지역에 제한급수가 진행되던 2015년보다 상황이 나쁘다.
13일 내린다던 소나기도 이곳을 비켜가면서 농민들의 시름은 점점 깊어가고 있다.
농민들의 한숨을 뒤로 하고 봄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서산시 고북면 고북저수지를 찾았다.
가뭄으로 바닥이 거북등처럼 갈라져 있고 좌대들은 이미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서산시에 따르면 올 들어 지역에 내린 강우량(132㎜)이 평년 300㎜의 44%에 그치면서 서산관내 35개 대형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이 22%에 머물고 있다.
극심한 가뭄으로 밑바닥이 드러나면서 저수지의 본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 준설이 시작됐다.
서산시는 가뭄 극복을 위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본격 가동했다.
이완섭 서산시장은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항구적 대책 마련에 한계가 있어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저수지 준설 등 물받이 그릇을 키워야 한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