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7번국도 라이딩] ①이승만과 김일성이 공존하는 최전방 화진포
[임영호의 7번국도 라이딩] ①이승만과 김일성이 공존하는 최전방 화진포
  • 임영호 전 코레일 상임감사
  • 승인 2017.07.14 13:1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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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전 코레일 상임감사
7번국도는 부산에서 출발해 경북 포항·영덕·울진과 강원도 삼척·동해·강릉·양양·고성까지 총 연장 513.4㎞, 동해안을 따라 이어진 국내 최고의 여행코스다. 넘실대는 동해바다를 끼고 곳곳에 펼쳐진 해변이 절경을 이루고, 항포구마다 뱃사람들의 진한 삶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때론 자동차로, 때론 자전거로, 때론 걸어서 이 길을 꼭 가고 싶어 하는 이유도 모두 이런 이유다. 거침없는 ‘자전거 라이더’ 임영호 전 코레일 상임감사가 지난 6월 2일부터 4일까지 이 길을 달리며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소회를 독자들에게 전해왔다. 1만 8000자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글이 마치 우리를 7번국도 한복판에 데려다놓은 듯하다. 앞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그의 글을 소개한다.

 

오래전 계획했던 일이다. 
7번국도 라이딩. 통일 전망대에서 삼척까지 2박3일 일정이다. 대전 용전동 복합터미널에서 6월 2일, 6시 40분 강릉행 버스를 탔다. 평일이라 사람은 많지 않았다. 우리 일행 외 두 사람 더 탔다. 작년에도 올해도 봄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바람까지 불어 서늘하다. 날씨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사실 비가 오는 것이 우선이지만.

버스여행은 오랜만이다. 일행 넷은 자전거를 짐칸에 넣고 우등버스의 긴 의자 속에 몸을 비스듬히 맡겼다. 낯선 풍경이 잠을 쫓는다. 

대관령의 긴 터널을 지나 2시간 20분 만에 강릉에 도착했다. 다시 속초행이다. 지방에서 지방으로 가는 버스는 붐볐다. 거의 좌석을 채웠다. 출발하기 전부터 질서 정리하는 사람이 엄포를 놓는다. 짐이 있으면 4대는 싣지 못한다. 자전거를 분해하라. 우리는 최대한 저자세로 일찍부터 버스 앞에서 대기하는 성의를 보였다. 초등학생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숙제 검사 받는 기분이다.

버스 안에는 우리와 같은 외지인도 있었다. 머리에 빨간 수건을 동여맨 50대 중반의 중년 여성들이 눈에 보인다. 그들은 아마 고등학교 동창생일 것이다. 예비군복 입은 사내들처럼 들떠 있었다. 목소리가 크고 연신 싱글벙글이다. 

1시간 10분 만에 속초에 내렸다. 시각은 11시 30분. 통일 전망대 가는 버스는 이미 15분 전에 떠났다. 오후 3시가 다음 차다. 어떻게 하나. 일단 밥부터 먹기로 했다. 육개장 한 그릇씩을 비우면서 궁리했다. 

작은 짐차 하나를 식당 주인아줌마에게 주문했다. 이리저리 전화하더니 수저를 놓기 전에 50대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왔다. 딱 한마디 오간 뒤 화끈하게 결정했다. 만 원을 깎아서 12만 원에 가기로 했다.

둘은 운전석에 타고 나머지 둘은 자전거와 함께 짐칸에 탔다. 운전기사는 이 지역 토박이다. 말씨가 이북 말씨다. 본래의 고성군은 이북과 나누어져 있다. 38선보다 북쪽으로 올라가있어 6ᆞ25전쟁 전에는 북한의 통치구역이었다. 생활이 궁금했다. 옛날에는 오징어와 명태를 싣고 전국각지로 다녔으나 이제 홍게를 싣고 서울로 많이 올라간다고 한다.

가끔 군 트럭이 오고 간다. 최전방의 긴장감은 없었다. 어젯밤, 바람을 동반한 소낙비가 한 차례 내렸다. 미세먼지 없는 맑은 공기 때문인지 산야의 색깔이 원색에 가까웠다. 나는 가끔 6월의 짙은 녹음이 무섭다. 귀신이 있을 것 같다. 

드디어 통일 전망대 안보교육관에 도착했다. 한산하다. 여기서부터 라이딩을 시작한다. 오후 2시가 다 되어간다. 출발이다.

먼저 화진포로 간다. 출발하자마자 대진항이 나타났다. 최북단의 작은 항구이다. 대진항에는 제일 꼭대기에 등대가 있었다. 보통 등대는 흰 등대와  빨간 등대 둘이 나란히 서 있는데 여기는 하나뿐이다. 작은 항구일 게다.

초도해수욕장을 지나 30여 분 가니 화진포다. 경관의 수려함이 남북 최고인사들의 별장지로 만들었나, 아름다웠다.

먼저 이승만 대통령 별장으로 갔다. 침대가 들어서 있는 단출한 방 한 칸이 당시의 곤궁함을 보여준다. 독립과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대통령. 사람이란 신이 아니다. 공도 있고 과도 있다. 이 대통령이 잘한 것은 토지개혁과 한미동맹이다.

역사적으로 부의 불균등은 백성의 불평불만을 사서 정권의 붕괴로 이어졌다. 고려 말 토지 소유의 불균등이 백성의 불만을 샀다. 개혁세력인 신진 사대부들이 기존 토지제도의 철폐를 내걸고 이성계를 옹립, 혁명을 하여 조선을 건국했다.

해방 당시 농민들은 대부분 소작농이었다. 이런 틈을 타서 일부는 무산계급 중심의 새 세상을 꿈꾸었다. 물론 토지개혁이 아주 잘 된 것은 아니다. 이마저 하지 않은 채로 6ᆞ25전쟁이 일어났다면 많은 남한 사람들이 북한당국에 협조했을 것이다. 인간은 이해타산적이다. 가장 무서운 전쟁은 부자와 빈자 간의 전쟁이다.

한미동맹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안보를 지키는데 기여해 왔다. 휴전을 극렬 반대하는 이승만 대통령과 1952년 휴전을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된 아이젠하워 대통령 사이의 갈등은 생각보다 컸다. 이승만 대통령이 타협으로 제시한 것이 한미상호방위동맹이다. 

미국은 처음에는 난색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유엔과 북한·중국군 간에 포로교환협정이 체결되기 전에 교환하여야 할 포로들을 갑자기 독단적으로 석방을 단행한다. 휴전협상 테이블에 열외 시킨 것에 대한 분노의 표시다. 훗날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8년간 재임 중 자다가 일어난 것은 이때뿐이라고 한다. 

이승만은 한미 동맹이 공산주의와 일본의 팽창주의를 막는 안전판으로 인식하였다. 그는 북진 무력통일과 반공 포로 석방이라는 벼랑 끝 전술로 구두약속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 있는 공식 문서를 끈질기게 요구했다. 이것이 한미방위조약이다. 한미방위조약은 이승만 대통령이 후손들에게 준 생명줄이다. 

이승만 기념관에서 친히 쓴 글씨가 눈에 띄었다. ‘압록두만타수완수(鴨綠豆滿唾手完遂)’ 라는 글이다. 타수? 좀처럼 볼 수 없는 단어다. 무슨 뜻일까? 침 타(唾), 손 수(手). 손에 침을 탁 뱉는다는 것. 힘을 크게 일시에 낼 때 우리는 그렇게 한다. 크게 힘내어 통일을 완수하자는 뜻이다. 그의 북진통일의지를 보여주는 글귀이다.

반대편에 있는 화진포의 성(城), 일명 김일성별장은 호수가 아닌 해안가 벼랑 위에 있었다. 일제시대 때 총독부에서 원산에 비행장을 건설했다. 선교사들이 가졌던 원산지역의 별장을 수용하고 쭉 아래로 내려와 이 장소를 제공했다. 바다의 아름다움과 금강송림이 어우러져 한마디로 장관이다.

나가는 길목에 이기붕 별장이 있다. 이승만 대통령의 양자이자 이기붕의 아들인 이강석이 가족사진 속에 있었다.  

당시 가짜 이강석 사건이 일어났다. 1957년 경주에서 자신이 이승만 양아들 이강석이라고 사칭하고 경찰서장ᆞ시장ᆞ군수ᆞ군장성 등을 농락했다. 권력의 일인자와 이인자의 자식인 이강석의 힘이 얼마나 막강했나를 알 수 있다.

이승만의 몰락도 이기붕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간신배와 소인을 기용한 탓이다. 송 명신 언행론(宋名臣言行錄)에 ‘사람을 천거하려면 물러설 줄 아는 자를 천거하라’는 말이 있다. 이런 사람일수록 스스로 조심하고 삼가고 부끄러움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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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배기 2017-07-15 01:23:39
현장감이살아있어요!다음내용이기다려집니다!~^^

이주형 2017-07-14 15:09:31
동해바다 7번국도. 통일전망대까지 자전거를 가져가는것도 쉽지 않군요. 자전거여행에 역사상식까지 덤으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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