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돈도 빽도 실력’인 요즘… 악장은 누가 챙기나?
[취재수첩] ‘돈도 빽도 실력’인 요즘… 악장은 누가 챙기나?
  • 정종윤 기자
  • 승인 2017.07.23 05:00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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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윤 기자

[굿모닝충청 정종윤 기자] 지난해 겨울 한 언론에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인 최순실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함께 최씨 딸의 이화여대 입학특혜 의혹이 새나왔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많은 국민은 분노했다.

그리고 “돈도 실력”이라는 철부지 대학생의 말에 참았던 국민들마저 분노케 만들었다.

국민들은 그 말(word)에 분노했고 학생의 또 다른 말(horse) 때문에도 분노했다.

박-최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축인 최씨 딸 정유라는 면접특혜에 대리시험, 대리수업까지 광범위한 ‘학사농단’을 한 게 교육부 감사결과 드러났다.

정씨는 2015년 1학기부터 2016년 여름학기까지 총 8개 과목 수업에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고, 대체 자료도 내지 않았는데도 출석을 인정받았다.

각종 리포트 제출도 부실했다.

하지만 이대 교수들은 정씨에게 관대한 점수를 줬다. 

교육부는 2016년 11월 18일께 “이대 교수들은 입학 전형 과정에서 정씨를 위해 서류평가 상위점수 학생들의 면접 점수를 조정했고 입학 후에는 보고서를 내지 않자 교수가 직접 자료를 만들어 제출하기까지 했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대다수 국민은 분노할만한 사안에 분노했다.

2017년 4월 27일께 천안시 충남국악관현악단 악장이 전북 익산에 있는 원광대학교 대학원 수업에 다른 사람을 출강 시켜 ‘대리강의’를 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났다.

악장은 지난해 가을 원광대학원 음악학과 학생들을 상대로 ‘동아시아 음악문화사’ 강의를 개설해놓고 다른 사람을 출강시켰다.

대리로 강의를 한 A씨는 지난 2015년 국악단 여성 단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전 천안시 충남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이다.

천안시는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10일 악장의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여기에서 천안시는 성실의무를 위반한 악장의 징계를 경징계인 ‘감봉 1개월’로 결정했다.

대리강의를 부탁한 악장이 실질적으로 ‘천안시에 끼친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과정에서 천안시와 원광대는 악장의 잘못을 두둔하며 덮으려고 시도했던 정황도 있었다.

원광대 측은 노골적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여러 차례 은폐를 시도했다.

대학 관계자는 “악장 개인 사정으로 몇 번 다른 사람이 수업을 했을 수도 있다. 특강 형태이기 때문에 그 분야 권위 있는 사람이 대신 수업 할 수도 있다. 제보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야 확인할 수 있다”며 시간을 끌었다.

심지어 수업을 들었던 일부 학생들에게 “‘기자에게 전화가 오면 특강 형태로 다른 사람이 몇 차례 수업을 했다’고 말해 달라’고 요구하며 은폐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천안시 관계자는 “악장이 겸직승인신청서를 내지 않았고 수업도 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큰 잘못은 아닐 것”이라며 두둔했다. 

악장 당사자는 ‘대리강의’ 사실을 여러 번 부인했다. 자신이 ‘수업을 했다’며 끝까지 잡아뗐다.
증거자료와 증언 등을 제시하자 그제서야 당사자와 대학 측은 ‘대리강의’ 사실을 자백했다.

천안시는 악장의 징계 수위를 판단하는데 있어 ‘고의였는지, 과실이었는지’가 쟁점이었다.

대리시험·대리수업·대리강의는 같은 맥락이다.

‘대리’라고 하는 것에는 과실이 없다. 고의만 존재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권한을 남에게 양도하는 것인데 자신이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천안시는 행정의 교묘한 이중논리로 ‘제 식구 감싸기’를 자행하고 있다.

겸직승인신청서를 내지 않고 수업을 하려고 했던 부분은 왜 지적하지 않는 것인지 따져 묻고 싶다.

천안시 소속 시립예술단원이 시의 허락 없이 이미 대학원 강의를 자신의 이름으로 개설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문제는 있어보인다.

정유라가 말한 ‘돈도, 빽도 실력’이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된 것일까.

지난해 겨울, 국민은 왜 분노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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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유기 2017-07-30 17:44:19
천안시는 뭐하나 이런 썩은 예술단 해체 안하고. 그돈으로 수해 지원하자

수영 2017-07-27 12:40:23
이건아닌거같네요 요즘천안 비리많은걸로 얘기가 많던데 바로 잡아주세요

지나는 이 2017-07-25 20:26:02
진짜 저건 아니지
정말 같은 식구라 이러는건가
예술을 정말 아는 사람이 저런짓을 하는거 맞아?
성범죄자를 이때까지 먹여살린거 아닌가
나참 어의없네

나그네 2017-07-25 09:42:24
저 단원은 대리강의 행위가 잘못됐다라는걸 너무나 잘알고있었네요. 강의를하면 겸직신청을해야지 시에서 허락해준다면서요~ 왜 숨기고 저런짓을했나요?
그것도모자라 대리강사가 성범죄자라구요?
우와.. 천안시 정말 문제있네요.
감봉1개월도 어쩔수없이 때린것같은데요?
관련 부서 공무원들도 책임을 물어야합니다!!

이상수 2017-07-25 09:37:29
그들만의 리그인가요? 악장도 시 사람이나 다름 없으니 제 식구 감싸기처럼..
그래도 시대를 역행하는 시스템은 빨리 없어져야
할꺼 같네요.
아마도 지금의 최순실 사건처럼 파면 팔수록 엄청난 적폐가 드러날꺼 같네요..모범을 보이지 않고
거짓말로 일관하는 사람의 징계수위는 너무 낮고
악장 스스로가 악장에서 내려와야 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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