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멈출 수 없는 싸움
[목요세평] 멈출 수 없는 싸움
  • 이기동
  • 승인 2017.08.10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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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굿모닝충청 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방학을 맞은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찾은 영화관. 가족 모두 영화관을 찾은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희미하다. 아이들이 선택한 영화는 뜻밖에도 ‘택시 운전사’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크게 관심이 없었다. 광주민주항쟁을 배경으로 외국 기자를 광주로 태우고 간 택시 기사의 이야기 정도 밖에는 알지 못했다. 언제 시간이 되면 한 번 볼까 정도였다. 아니 좀 더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영화를 보러갈 시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예정에 없던 영화 관람.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영화의 여운 가시질 않는다. 더욱이 지난 저녁 최승호PD가 제작한 ‘공범자들’의 시사회를 보고나니 두 영화가 주는 울림이 겹쳐진다. 더 크게 다가온다. 최근 우리사회의 언론이 처해있는 상황과 대비된다.

‘택시 운전사’가 전하는 영화의 메시지는 보는 입장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영화 내내 ‘진실을 알려 달라’는 시민들의 외침이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언론의 역할. 진실에 침묵했던 국내 언론, 광주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게 된 외신기자. 어쩌면 3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이 무색하게도 그때나 지금이나 언론이 변한 게 거의 없다. 그런 현실이 더욱 절망적이다. 신문사의 존립을 내세워 진실을 외면한 이들. 30여년이 지난 현재 더 노골적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 때의 선택이 맞았는지도 모른다. 권력에 순응하며 진실을 눈감았던 언론은 그 이후 대한민국의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거대 언론이 됐다. 물론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시대도 변하고, 언론도 변했다. 특히나 국민들 의식은 부정한 권력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수많은 변화 속에서도 언론이 처한 상황은 여전히 암담하다. 90년 대 양대 방송사의 총파업 이후 공영방송 KBS와 MBC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나날이 높아졌다.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던 조중동의 아성은 그렇게 두 공영방송이 날개를 달자 전세가 역전됐다. 하지만 채 10년이 지나지 않아 국민의 신뢰를 받았던 공영방송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 처참히 무너졌다. 방통위를 장악한 권력 앞에 공영방송 이사회와 낙하산 사장들은 철저히 굴복했다. 그렇게 허망하게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이 훼손될 줄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순진한 생각이었을지 모른다. 그만큼 권력의 언론장악 의지는 치밀하고, 절박했다.

오는 8월 27일 개봉하는 ‘공범자들’은 공영방송이 어떻게 권력에 장악 당했는지 가감 없이 보여준다. 권력에 언론을 갖다 바친 부역자들의 민낯과 이를 거부하며 방송의 독립과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언론인들의 절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방송의 결과만 놓고 보면 이미 끝난 것 같은 싸움이지만 결코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제 현실로 돌아와 보자. 국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KBS, MBC 구성원들은 무너진 공영방송을 정상화 하겠다며 회사 내부의 싸움을 시작했다. MBC 시사제작국 PD, 기자들의 제작거부, 노조의 김장겸 사장 퇴진투쟁이 진행중이다. KBS노조 역시 고대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투쟁에 나서는 등 언론인들의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다.

지역 상황 역시 더 이상의 굴욕적인 방송장악을 끝내기위한 행동에 돌입한지 오래다. 대전MBC노조와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대전MBC 정상화를 위해 이진숙 사장 및 방문진 김원배 이사, 최혁재 보도국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매일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KBS대전총국 역시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총국장에 임명된 정지환 총국장에 대해 언론노조KBS본부 대전총국지부 조합원들의 총국장 임명반대 시위에 이어 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의 반대 성명까지 낸 상태다.

과거 부정한 권력은 정치권력을 통해 공영방송을 지배했다. 무너진 공영방송은 시민의 힘으로, 언론인 스스로의 힘으로 정상화 시킬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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