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칼 든 대학들
구조조정 칼 든 대학들
[노트북을 열며] 천지아 교육·문화팀장
  • 천지아 기자
  • 승인 2013.05.27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천지아
대학 들어가기 참 쉬운 세상이 됐다. 수많은 대학들이 전국 여기저기에 있기 때문이다. 입학철이면 학비까지 깎아주며 신입생 유치에 사활을 거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대학 수는 너무 많은데 저출산으로 학생 수는 점점 줄어드니 대학으로선 참 답답할 노릇이다.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바로 여기서 제기됐다.

교과부는 현재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학자금대출 제한대학, 경영부실대학 등을 선정하면서 대학들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있다. 사립대의 경우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하위 15%를 선정해 부실이 심하면 퇴출을 시킨다.
이 때문에 정부 지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한국 대학들은 너도나도 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대전권에서는 배재대가 먼저 칼을 댔다.
배재대는 최근 2014학년도 입학정원 42명 감축과 함께 56개 전공을 53개 전공으로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학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취업률이 낮은 프랑스어문화학과와 독일어문화학과 등 3개 학과를 폐지하고, 항공운항과 등 3개 학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또 전통의 국어국문학과를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와 통합하기로 했다.

목원대도 독일언어문화학과와 프랑스문화학과 등 5개 학과를 폐지하고 내년도 입학정원의 75명을 감축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국립대도 예외는 아니다.
충남대는 군사학과 설치를 추진하면서 자유전공학부를 폐지하려해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2009년 대전에서는 유일하게 자유전공학부제를 도입한 충남대가 4년여 만에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국립대인 충남대까지 요즘 뜬다하는 ‘군사학과’ 유치에 나서느냐”며 국립대 방향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물론, 대학들의 자구노력은 높이 살 만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실질적인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학과 통폐합을 통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대학의 미래 발전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논의, 교수들의 역량 제고 등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자구노력이 아닌 손쉬운 학과 통폐합에 구조조정의 초점을 맞춘 것이다.

물론, 대학 구조조정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희생이 그동안 학교 방향을 이끌어 왔던 대학 본부와 교수 등이 아닌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어 안타깝다.

얼마 전 배재대의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학생 집회를 취재하는 데 해당 학과 학생이 이런 얘기를 했었다. “저희는 하루아침에 이런 통보를 받아 이렇게 당혹스럽고 억울한 데 학과 교수님들은 모른척 하세요. 어차피 그 분들은 통폐합 이후에도 신분상 변화가 없으니깐요. 학교와 교수님들을 믿은 우리만 피해를 보는 셈이죠.”

또 대부분의 대학들이 해당 학과 구성원과의 대화가 아닌 밀실행정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납득하기 힘들다. 이 대학 이 학과를 믿고 공부했는데 하루아침에 폐과 대상이라면 그 어떤 학생들이 혼란스럽지 않겠는가?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면 해당 학생들의 상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솔직한 대화와 설득을 통해 절충점을 마련해야 한다.

요즘의 대학 구조조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참 답답해진다. 정부는 대책 없이 대학을 흔들고 대학은 그 책임을 취업률이 낮은 순수학문과 재학생들에게 떠넘기고…. 정말 이러한 구조조정으로 향후 10년 뒤 한국 대학의 경쟁력은 높아질 수 있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