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길]⑧ “주님, 어디로 가시나이까?”
[임영호의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길]⑧ “주님, 어디로 가시나이까?”
  •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 승인 2017.11.0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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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라이더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가 이번엔 산티아고 순례길을 달렸다. 프랑스령 생장 피드 포르에서 시작해 산티아고 성당까지 스페인 북부를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는 총 연장 800㎞에 달하는 이 길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는 물론 여행객들이 평생에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어 하는 코스다.

걸어서 한 달 이상 걸리는 이 길을 임 교수는 지난 9월 7일부터 17일까지 꼬박 11일에 걸쳐 횡단했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매우 뜻 깊은 여정”이었다는 열하루 길 위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9월 13일. 제7일째는 레온(León)에서 아스토리카(Astorga)까지 45㎞이다. 오늘이 제일 짧은 구간이다. 희망은 거짓말일지라도 즐겁다.

오늘은 9시 출발이다. 여유 있다. 모두들 얼굴에 미소뿐이다. 체조는 광장에 가서 했다. 과거 왕궁인 건물을 박물관으로 개조 중이다.

광장에 호세 마리아 아퀴나(José Maria Aquña)가 조각한 순례 상이 있다. 메세타 고원을 힘들게 걸어와 지친 순례자가 신발을 벗어놓고, 십자가에 기대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무엇인가 생각하는 표정이다. 이렇게 쓰여 있었다. 라틴어 문구 “궈바디스”(Quo vadis).

“주님이시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베드로가 로마의 박해를 피해 가던 중 자기 앞에 홀연히 나타나신 예수께 묻는 말입니다. 내 안의 성령에게 지혜를 구한다. 기도는 하느님과 친구가 되는 방법이다. 간절한 기도가 답이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다. 아침은 영상 12도로 쌀쌀하나 한낮은 28도까지 오른다. 옷을 입었다 벗었다 반복했다. 포장도로를 지나니 자갈밭이다. 오르막 내리막도 벌써 몇 번째이다.

30㎞ 와서 쉬는 곳 옆에 자전거 부속품 가게가 있었다. 같은 물건이라도 국내 가격보다 조금 싸다. 점심은 하스피탈 데 오리비고(hosspital de orbigo)에서 했다. 지나온 많은 마을 중에 지명이 기억나는 곳이다.

마을에 로마시대부터 있었다는 중세시대의 다리가 있다. 다리 사이를 오리비고강(rio orbigo)이 흐르고 있다. 지금은 강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하다. 물이 그다지 흐르지 않는다. 이 다리에서 매년 6월 첫 번째 주말에 축제가 열린다.

한 기사가 연인에게 사랑의 표시로 약속한다. 목에 칼을 걸고 다니겠다. 만약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300명의 기사와 결투하겠다. 그는 후에 그것을 도저히 지킬 수 없었다. 약속한 300명 기사와 결투하여 언약을 지킨다. 목숨을 걸고 엄청난 싸움을 한 것이다. 명예를 목숨처럼 중히 여기는 기사는 일언 중천금이다. 화랑의 세속오계(世俗5誡) 중 교우이신(交友以信)이다.

점심 끝나고 2개의 봉우리를 넘는다. 비포장도로여서 힘이 두 배 든다. 순례자들은 정상 근처 길가에서 휴식한다. 가게 주인은 아프리카 흑인처럼 생겼으나 마음이 예쁘다. 그 주변을 예쁘게 가꾸고 순례자에게 필요한 과일이나 음료수를 판다.

먹고 싶은 대로 먹은 후, 주고 싶은 만큼 주라고 한다. 욕심 없이 그 자체를 즐기는 아름다운 청년이다. 아주 조금 누군가 마음의 창을 열면 모두가 아름다운 사람으로 바뀐다. 누구나 마음이 부자가 된다.

봉우리에서 내려와 20분 달리니 조금 높은 곳에 도시가 있다. 초콜릿 도시 아스토리카이다. 광장 모퉁이에 숙소를 정했다.

광장중심에 시청이 있었다. 시청 맨 꼭대기에서 1시간마다 두 인형이 나와 종을 친다. 꽉 막힌 세계에 통풍구다. 웃음이 나왔다. 광장에서 몇 분 자전거로 가면 대성당, 주교 궁,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Antonio Gaudi) 건축물이 있다.

가우디(1852~1926)는 카탈루나 지역의 건축가다. 그의 건물은 바르셀로나에 많이 남아 있다. 그가 설계한 건물들은 ‘신이 지상에 머물 유일한 거처’라고 칭송한다. 그의 건축물 중 7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다. 미의 기준은 보는 이의 눈과 마음에 달려 있는데, 그만큼 매력적인가?

스페인 건물들은 최소 몇백 년 이상 걸려 짓는데 예산 문제, 정치적 입장, 기술 문제들이 있어 우리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데 정말 놀라운 일이다. 무엇이 그렇게 이끌까? 광장에서 초콜릿가게들이 눈에 보인다. 그래서 초콜릿 도시구나.

시간은 오후 4시. 해가 쨍쨍 내려 쬘 때 하루 일정이 끝났다. 여유롭다. 오늘 45㎞ 왔다. 지금까지 535㎞ 왔으니 이제 반을 넘었다. 이제 후반전이다. 눈을 깜박이는 것조차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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