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술에 취해 기억이”… 주취감형 꼼수 뿌리 뽑아야
[취재수첩] “술에 취해 기억이”… 주취감형 꼼수 뿌리 뽑아야
  • 정종윤 기자
  • 승인 2017.12.24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굿모닝충청 정종윤 기자]

정종윤 기자

술을 마시고 만취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상황에 따라 감형 해주는 ‘주취감형’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이른바 ‘나영이 사건’ 성폭행범 조두순도 형을 3년 감형 받았는데 이런 규정을 없애자는 국민청원이 21만명을 넘겼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현행법상 ‘주취감형’이라는 규정은 없고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로 인한 감경규정(형법 제10조)이나 작량감경 규정(형법 제53조)을 적용해 음주를 이유로 형을 감경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조항은 음주로 인한 감경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감경사항에 관한 규정이어서 규정 자체를 삭제하는 것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2011년 3월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만취상태에서 성범죄를 범한 경우’에 대한 양형기준은 강화됐다”며 “의도적으로 형 감경을 노리고 만취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양형기준표상 오히려 형의 가중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조두순처럼 음주 성범죄로 ‘주취감형’이 나오는 일은 이제 없을 거라는 뜻이다.
지난 2008년 조두순은 당시 8세 여아(가명 나영이)를 강간·상해한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당시 검찰은 범행의 잔혹성 등을 고려해 전과 18범인 조두순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법원은 조두순이 술에 취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을 들어 징역 12년형을 내렸다.
검찰은 이에 항소하지 않았고 조두순은 3년 후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9년이 지나는 동안 음주, 만취상태의 사건·사고에 관대하던 사회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2010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과 2013년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일부 범죄에서만 ‘주취감형’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을 뿐 다른 변화는 없다. 여전히 법정에서는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판단과 그로 인한 감형이 이뤄지고 있다.

연말 일선 경찰서에는 술을 마시고 사고친(?) 잡범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은 하나같이 “술김에”, “술을 마셔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 같은 변명을 늘어놓는다.

최근 천안에서 2건의 성범죄가 발생했다. 응급실에 온 환자가 간호사를 성추행 한 사건과 심야 고속버스에서 옆 좌석에 타고 있던 여성을 성추행 한 사건, 이 두 사건의 가해자는 술을 마셨던 상태였다.

이들도 앞서 가해자들이 그랬듯, 학습의 효과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사법당국의 뜨뜻미지근한 판결은 더 흉악한 범죄를 만들어 내는 화근이 될 수도 있다. 술에 취한 채 벌어지는 성범죄, 폭행 같은 다양한 주취 범죄에 대해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