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검경수사권 조정, ‘권한’ 아닌 ‘책임’의 이동
[노트북을 열며] 검경수사권 조정, ‘권한’ 아닌 ‘책임’의 이동
  • 남현우 기자
  • 승인 2018.03.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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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검경수사권 조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국회에서 열린 제4차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수사종결권을 비롯, 영장심사 제도를 현행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영장청구권을 고쳐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와 경찰의 움직임에 정면으로 반박한 입장 표명으로 해석되고 있다.

문 총장의 몇 가지 발언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문 총장은 이날 "수사종결은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법률의 영역이고 소추기관의 역할이다.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한다는 것은 경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말과 같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경찰이 유무죄를 판단하는 사법부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는 의미로, 법률이 정한 권한을 넘어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는 우려를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해마다 경찰로부터 4만 6000여 명의 피의자가 검찰에 송치되는데, 경찰의 수사결론이 검찰에서 변경되고 있는 현실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경찰의 수사결론에 대해 100퍼센트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자칫 검경 갈등의 골이 깊어질 만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다분히 우려스러운 발언이다.

검찰이 기초 수사기관으로서 협력적 관계에 있어야 할 경찰의 수사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식을 여과없이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권과 관련해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한다는 문 총장의 강경한 입장은 다음 대목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검사의 영장심사 제도는 국민의 기본권을 이중으로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유지되어야 할 실효적인 사법통제 장치"라며 "이를 제한하거나 폐지하는 입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끝맺었지만 앞서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발언의 요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대목의 앞뒤를 바꾸어 그대로 풀어보면 '검사의 영장심사 제도를 제한하거나 폐지함에 앞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데,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이중으로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유지되어야 할 장치'다. 건드려선 안된다는 말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논의는 언제부터 시작됐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랜 기간 회자돼 온 사안이며 현재는 '바뀌냐 안바뀌느냐'에 대한 명확한 결정이 요구되고 있다.

며칠전 검찰 관계자와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이 어김없이 나왔다. 검찰 관계자로서 난해하면서도 예상 가능했던 물음이었다.

검찰관계자는 이 질문에 "총장님이 최근 하신 발언이 언론에서는 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고 현재 여론에 반대되는 것이라는 기사를 내놓았다. 여러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부분은 여론도 아니고 언론도 아닌 법률과 제도로서 어느 것이 더 합리적이고 적절한지 순수하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고 답했다.

이어 "더 중요한 것은 수사권을 갖는다는 것은 권한을 갖는다기보다는 책임을 진다는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맞다. 누구한테 어떤 책임과 의무를 줄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이지 검찰과 경찰의 권한 싸움, 밥그릇 싸움으로 파악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적극 공감하는 부분이다. 양 기관의 갈등 구도로 바라보고 있는 원인은 수사권을 권한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권한을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 권력이 생긴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까닭이다.

하지만 검찰관계자의 말처럼 '권한 있는 공무원'이 권한을 행사한 결과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간 검찰이 수사에 대한 책임을 잘 짊어져 왔는가의 비판은 있어야겠지만 검경수사권 조정을 이들의 싸움으로 볼 것은 아니다.

법률과 제도의 영역에서 어느 것이 더 합리적인지, 실효성 있는 책임의 이동이 될런지 잘 따져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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