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안희정 트라우마 치유법
[노트북을 열며] 안희정 트라우마 치유법
충청인 기대 한 몸에 받았던 주인공이 성폭행 피의자로… 새로운 기대주 나올까?
  • 김갑수 기자
  • 승인 2018.03.23 18: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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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몰락은 충청인은 물론 전 국민에게 큰 충격과 좌절, 그리고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 (자료사진)

[굿모닝충청 내포=김갑수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몰락은 충청인은 물론 전 국민에게 큰 충격과 좌절, 그리고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

그 누구보다 도덕적이고 자기관리가 철저할 것 같았던 그가 하루아침에 복수의 여성을 성폭행한 피의자로 몰렸고, 검찰이 끝내 안 전 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소식이 23일 전해지면서 긴가민가했던 여론마저 이제는 완전히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복기해 보면 안 전 지사는 충청인에게 “언젠가는 큰일을 해야 할 재목”으로 여겨져 왔다.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선 도전을 위해 천안에 마련된 그의 캠프 외벽에는 ‘충청의 대표선수 안희정’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내걸렸다.

재선에서 성공한 다음에는 대권을 노려보겠다는 복안이었다. ‘충청대망론’에 목말라 있는 도민에게는 신선하면서도 가슴 설레는 구호였다. 순식간에 도지사 선거 구도가 “차기 대권 주자로 누굴 선택할 것이냐?”로 짜였다.

재선에 성공한 이후부터는 외부 강연에 치중하는 등 대권 출마를 위한 행보에 치중해 왔다. 이에 대한 언론과 도의회의 비판이 있긴 했지만 “충청도도 이제 큰 인물을 키워야 하지 않겠느냐?”는 대의에 밀리기 일쑤였다.

브리핑 등 언론과의 접촉이 너무 없다거나 개인 공부 성격의 해외 출장이 지나치게 잦다는 비판도 잠시 뿐이었다. 그만큼 안 전 지사에 대한 충청인의 기대감이 컸다는 얘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맞물려 조기 대선이 현실화 되자 충청인의 관심은 안 전 지사의 행보에 집중됐다.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세가 기울어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안 전 지사가 선전해 최소한 차기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 주길 바라는 마음은 다르지 않았다.

도정공백에 대한 우려 역시 그런 충청인의 기대감을 앞서지는 못했다.

경선에서 패한 뒤 도정에 복귀한 안 전 지사의 행보는 그러나 갈수록 실망감을 안겨주기 시작했다.

사상 최악의 폭우 피해를 입은 천안지역 현장에 그야말로 ‘눈도장만 찍고’ 발길을 돌리는가 하면 20일 이상 도정을 비웠음에도 러시아로 출장 겸 휴가를 떠나는 모습은 황당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이후 인권조례 문제로 각계각층의 극한 대립이 지속됐을 때도 안 전 지사는 주최 측으로부터 공식 초청받은 행사라는 이유로 유유히 스위스 다보스포럼 출장을 다녀왔다.

“안희정을 위한 것이 충남도를 위한 길”이라고 부르짖던 측근들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동아시아 평화와 더 좋은 민주주의, 소수자 인권 등 거대 담론에 치우쳐 온 그의 실체는 지난 5일, 전 수행비서 김지은 씨의 폭로를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이후 피해자가 더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안 전 지사는 “합의에 의한 관계”라는 다소 궁색한 주장을 폈지만 이미 등을 돌린 충청인의 마음을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처럼 안희정 전 지사의 몰락은 개인의 좌절에 그치지 않고 충청인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분노의 기억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사진)

그 과정에서 도정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그나마 남궁영 권한대행과 서철모 기획조정실장, 김태신 공무원노조 위원장 등이 뜻을 모아 정상화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심각한 트라우마 증세를 보이고 있는 공직자들은 집단적인 심리치료라도 받아야 할 상황이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다”거나 “새벽에 깨면 너무 황당해서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는 공직자들이 적지 않다.

안 전 지사가 제시한 거대 담론을 도정에 접목시키기 위해 밤새워 고민해 온 간부들도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처럼 안 전 지사의 몰락은 개인의 좌절에 그치지 않고 충청인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분노의 기억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찌 보면 충청인 모두가 동의할 만한 새로운 기대주를 키우는 것이 유일한 처방전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로선 그 누구도 믿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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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수 2018-03-23 21:47:02
사기꾼이 왜 나쁜 놈들인지 안지사를 통해서 깨달았습니다.
믿은 사람에 배신 당한 기분이 어떤 것인지...
정말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기자님도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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