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대동초등학교 앞에 동동 떠 있는 흰 구름 한 뭉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대동초등학교 앞에 동동 떠 있는 흰 구름 한 뭉치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79) 대전 대동, 구름책방을 다녀오다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8.06.2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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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바깥세상과 거리를 둔 구름속
대동의 한적한 골목 입구에는 구름책방이 있다. 그래서 대동에서는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날에도 하얀 구름 하나를 만날 수 있다. 구름을 끼고 있는 흰 벽에 화분과 앉아있는 작은 의자는 구름 그늘에서 잠시 쉬어가라고 속삭인다.

구름 속 공간은 작고 아늑한 책방이다. 책들은 빽빽하지 않고 자유로워 훅 불면 금세 이리저리 자리를 바꿀 듯한 모양새다. 구름 밑으로 발이 쑥 빠질까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자 역시 구름 같은 책방지기가 반갑게 맞는다. 동화 속으로 걸어 들어온 기분이다. 책방과 책방지기의 분위기도 그렇지만 세계 각국에서 온 그림책들 때문이기도 하다. 책방지기가 직접 작곡하고 연주한 피아노 앨범에서부터 독립출판물인 수필과 에세이집, 일러스트 등이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바깥세상과 조금은 거리가 있는 구름 속이다.

이런 분위기만 보자면 짐짓 ‘예쁘고 독특한, 분위기 좋은 여느 작은 책방’이라고 단정하기 쉽지만 구름책방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길다. 2017년 5월에 문을 연 이 독립서점은 이제 일 년이 조금 넘은 새 책 같지만 탄생의 씨앗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작은 같이 봉사활동을 하던 사람들이었어요. 이곳 대동에 도움이 필요한 아이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대동초등학교 교장선생님과 인연이 닿아 스무 가정의 어린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선물도 주던 것이 시작이었어요. 그런데 반짝, 한 번 만나고 마는 게 너무 아쉬운 거예요. 그래서 매주 장소를 옮겨가며 아이들과 꾸준히 인연을 이어가다가 이 공간을 찾았어요.”

책방지기 송봉규 씨를 비롯해 같이 봉사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이곳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공간으로 만든 때가 2012년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와서 편히 즐길 수 있게 그림책들을 들여 놓아 작은 도서관처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 책방의 시초이다. 어느 순간부턴가 이들은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공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였다. 책이랑 맞닿아 있었던 시작 때문에 두루뭉술하던 공간은 구름책방이라는 독립 서점으로 다시 태어난다.

어느새 처음 만났던 아이들은 고등학생이 되었고 이렇게 같이 한 시간들이 모두에게 축복이라고 말하는 책방지기는 다시 어떤 좋은 것을 나눌지 고민하고 있다.

‘애옹’ 이야기 도중 책상 밑에서 빤히 올려다보는 작은 친구는 노란 눈을 가진 검은 고양이이다. 길고양이가 구름의 지붕에서 낳은 새끼라고 한다. 겁이 많아 사람과 가까이 하지 않았던 고양이는 이제 책방지기가 오랜 시간을 나눈 친구이다.

“저한테도 낯을 많이 가렸어요. 지금처럼 다가오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고양이 이야기가 바로 서로에게 다가가 함께 나누는 구름책방의 이야기였다.

후회의 자리는 없다.
넘쳐나는 대형 서점과 시장을 장악한 인터넷 서점 가운데에서도 점점 독립 서점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작은 책방으로 살아남으려면 자신만이 가진 정체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구름책방도 자신만의 주제가 있다.

“아무래도 아이들의 그림책방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그림책의 비중이 다른 책방보다 높기는 하죠. 우리나라 그림책, 외국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나 작가들의 독립 출판물이 대부분이지만 기존 출판사들의 책들도 있어요. 처음에는 그림책 전문 서점으로 방향을 잡았었지만 더 다양한 이유로 이 곳에 발걸음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 지금은 좀 더 다양한 종류의 책을 들여놓으려는 편이예요. 요즘은 작가들이 멀리서 자신의 출간물을 서점에 넣어달라고 이메일로 연락 오는 경우도 많아요.”

아이들이 모이는 공간이 이제 책방이 된 만큼 분명 변화도 있었다. 더 다양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제일 큰 변화이다. 조금씩 입소문이 퍼지면서 먼 곳에서 일부러 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는 것이다. 그래서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지만 서점으로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일도 계속 고민하고 있다.

모든 일에는 보람과 후회가 같이 한다. 그러나 이 일에는 후회의 자리는 없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니만큼 후회는 없어요. 좋아하고 찾아주는 분들이 계실 때마다 보람을 느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죠. 인테리어도 즐겁게 같이 직접 했어요. 후회 대신 힘든 일은 조금 있는데 가게를 운영하는 법을 알아가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죠. 필요에 의해 배워야 하는 거니까요. 처음에는 하루 종일 손님이 한 명도 안 오시는 경우도 있었어요.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과정을 보람으로 덮어내고 있어요.”

구름책방 뒤에는 조각구름 협동조합이 있다. 이들이 바로 같이 과정을 만들고 보람을 나누는 사람들로 대동에서 봉사하던 단체가 발전해 협동조합이 된 것이다. 이들은 대동이라는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삶이 목표이다. 구름책방 외에도 주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카페를 하나 운영하고 있다.

“구름은 비를 전달해 주는 매개체죠. 이 지역에 단비를 내릴 수 있는 일들을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책방도, 조합도 지역과의 연계를 중요하게 여겨요. 초등학교 운동회도 함께 진행하고, 축제도 기획하고. 골목축제도 열어 보기도 했구요. 꾸준히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 나가고 있어요.”

흐르지 않는 구름
이야기는 구름책방이 어떤 곳이 될 것인지로 이어졌다.

“한 사람에게 문득 책을 사고 싶다고 느낀다면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함께 작용합니다. 혼자 있고 싶은 생각이 책으로 드러난 것일 수 있고 마주한 문제 앞에서 도움이 필요해 책을 찾을 수도 있죠. 삶의 다양한 모습들이 모여 ‘오늘 책 한 권 사러 가 볼까?’ 이렇게 나오는 거죠. 그래서 책방에 사람이 온다는 것은 결국 단순히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일상에 대한 보답, 그리고 답을 얻고 싶은 욕구의 표출이에요. 대형 서점에 가지 않고 작은 서점을 찾는 것도 이 공간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을 얻고 싶기 때문에 오는 것이죠. 책도 책이지만 그런 마음으로 오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고 있어요.”

그래서 책방지기는 사람들이 책방에 오게 된 배경에 집중해 보고 싶다는 것이다.

“대화를 원해서 작은 책방을 찾으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책방지기가 있으니까. 사람들은 그 시간과 그 공간을 사용하고 싶어서 오기 때문에 그런 분들께 대안을 제안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고 싶어요. 정말 구름 같은 공간이죠.”

이것이 바로 구름책방의 미래이다. 조각구름 협동조합도 미래를 준비 중이다. 지역 주민과 나누면서도 구름만의 분위기를 가진 또 하나의 카페와 함께 식당 하나를 열 계획이다.

이제 구름 한 점 없는 날이면 대동의 작은 책방을 향해 발걸음을 떼어 볼 일이다. 그곳에서는 구름처럼 흐르는 시간과 구름 같은 공간이 있을 뿐 아니라 흐르지 않고 그 자리에 동동 떠있는 구름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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